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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기]<라디오스타>(이준익, 2006)
2006년 6월 영월 방송국. “이젠 당신이~ 그립지 않죠. 보고 싶은 마음도 없죠.” 방송에서 ‘비와 당신’을 부르며 떠난 박민수(안성기)에게 솔직한 마음을 고백한 최곤(박중훈)이 비 내리는 현관 처마 밑에 체념한 표정으로 서 있다. 그때 들리는 소리. “띠디~ 디디~ 딛띠디 디디디~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 잘 차려입은 박민수가 신중현의 ‘미인’을 부르며 다가온다. 멋쩍어하는 최곤에게 매니저 손가방을 던지는 박민수. 빗속으로 뛰어들어 손가방을 받은 최곤은 애써 빈정 상한 표정으로 손가방을 땅바닥에 내던진다. 축축한 손가방을 주워 들고 비 맞는 최곤에게 다가와 우산을 펴는 박민수. 자신의 어깨가 비에 젖는 것이 더없이 행복해 보인다.
우리 시대 최고의 명콤비와 이 장면을 찍던 순간이 11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생생하다. 자신의 아픔과 상처를 이기는 그 푸근함, 타인의 서러움까지 안아주는 그 너그러움. 누가 안성기를 대신할 수 있는가. 그래서 더 미안하고 고마우신 분.
by.
이준익(영화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