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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주머니 하모니카
‘기타 못 치면 간첩’이란 말을 아는가? 1970년대 ‘통기타’ 열풍과 함께 그런 말도 유행했다. 한국 경제가 더욱 성장하면서 1970년대 후반에는 피아노가 대중화 했다. 당시 ‘아들린느를 위한 발라드’는 사랑 고백의 멜로디였다. 1980년대 경양식 집에선 피아노로 연주하는 이런 뉴에이지 곡들이 늘 흘러나왔다. 피아노가 무척 귀하던 1960년대엔 학교와 교회에서 풍금을 만질 수 있었다.
그렇다면 1950년대는 어떠했을까? 당시에는 하모니카가 사랑받는 악기였다. 이 악기가 사랑받은 이유는 무얼까? ‘싸다’는 거다. 어렵게 살던 시절, 하모니카는 악기를 접할 수 있는 좋은 통로였다. 악기 소리를 내기도 쉽고 휴대하기도 편했다. 호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는 악기였다.
‘옥수수 하모니카’(1929)란 동요를 아는가? 홍난파 작곡에, 원래 윤복진 작사였다. 그가 월북했기에, 훗날 윤석중이 가사를 바꿨다. 이 노래는 ‘먹는’ 옥수수를 ‘부는’ 하모니카로 비유한다. 일제강점기, 하모니카를 손에 넣어 불고 싶은 소년이 있었다. 옥수수를 먹으면서 이게 ‘하모니카였으면 참 좋겠다’ 그런 발상에서 시작된 동요인지 모른다.
“우리 아기 불고 노는 하모니카는 옥수수를 가지고서 만들었어요 / 옥수수알 길게 두 줄 남겨가지고 우리 아기 하모니카 불고 있어요 / 도레미파솔라시도 소리가 안나, 도미솔도 도솔미도 말로 하지요.”
영화 <지옥화>(신상옥, 1958)를 아는가? 비토리오 데시카 감독의 <자전거 도둑 Ladri di biciclette>(1948)보다 신상옥 감독의 <지옥화>가 우리에겐 더 절절하다. 이 영화는 미군 부대 근처에서 살아가는 젊은 남녀의 이야기로, 여주인공 소냐(최은희)가 바로 지옥화(地獄花)다. 여자는 양공주로 살고, 남자는 미군 부대 근처에서 군수물자를 빼돌린다. 이렇게 군수물자를 빼돌리는 건달패의 막내! 그의 뒷주머니엔 늘 하모니카가 있다. 담벼락에 기대어 부는 막내 건달의 하모니카! 참으로 짠하다. 아무 말 없이 하모니카만 부는데, 가슴이 저민다.
“동식의 머리에선, 신선한 옥수수 냄새가나.” 양공주 소냐가 동식(조해원)에게 하는 말이다. 이에 동식이 응수한다. “제가 촌뜨기라서 놀리는 거예요.” 동식은 소냐의 시동생으로, 소냐와 동거하는 남자(기둥서방) 영식(김학)의 친동생이다. 소냐는 양공주가 되어 돈맛을 알았고, 이젠 시골에서 살기 싫다. 그러나 그런 그녀도 ‘옥수수 냄새’는 늘 그리운가 보다.
“그에게선 언제나 비누 냄새가 났다.” 강신재의 소설 「젊은 느티나무」의 첫 문장이다. 냄새는 사람의 근원적인 심성을 자극한다. 영화 <지옥화>의 사람들은 비누 냄새보다는 향수를, 옥수수 냄새보다는 중국집 신선로에 연연한다.
영화 속엔 이외에도 많은 냄새가 있다. 우선 영화 전반에서 먼지 냄새가 느껴지는데, 모든 도로가 거의 포장되지 않았던 시절, 버스와 자동차가 달리는 거리에는 늘 먼지가 존재했다. 밀수 트럭을 중심으로 한 추격 신은 1958년 영화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일품인데, 여기서도 어김없이 먼지가 날린다. 영화의 밑바탕에는 두 개의 냄새가 깔려 있다. 하나는 양공주의 ‘분’ 냄새고, 또 하나는 아등바등 살아야 하는 이들이 생명처럼 잡아야 하는 ‘돈’ 냄새다.
이 영화는 손목인(1913~1999)이 영화 음악을 맡았다. 하모니카 멜로디가 영화 전반에 걸쳐 효과적으로 반복되는데 그 선율은 옥수수 냄새처럼 우리 맘을 파고 든다. 한 개의 옥수수가 진수성찬을 대신 할 수 없듯이, 하모니카 한 곡조도 오케스트라가 만들어낼 수 없는 ‘귀한 소박함’을 우리에게 전해준다.
영화에 나오는 연주곡에 손목인이 가사를 붙였고 이는 음반으로도 발매됐다. 제목은 ‘양공주 아가씨’로 송민도가 불렀다(1958년, 유니버설레코드). “울긋불긋 향수 냄새 빵긋 웃는 / 뾰족구두 가는 허리 껌을 씹는 / 어여쁜 아가씨는 양공주 아가씨는 멋~ 쟁이야.” 영화에도 이 노래가 직접적으로 등장한다. 오직 소박한 하모니카의 선율을 기본으로 한 기악곡으로 말이다. 짐작건대, 음악을 아는 신상옥이 가사가 있는 노래를 직접적으로 영화에 삽입하는 걸 원치 않았으리라.
지금 당신 곁엔 어떤 악기가 있나? 우리 곁엔 참 많은 악기가 있고, 하모니카는 너무도 하찮고 하찮은 악기다. 초등학교 때 한 번 불다 버린 악기로 기억된다. 이 악기를 잃어버린다손 치더라도 아까워할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는 악기의 풍요로움 속에 살고 있다. 이에 비례해서, 우리의 마음도 풍요로울까?
by.
윤중강(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