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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봉 열풍]한국 영화 시장의 공백, 멜로와 로맨틱 코미디
<이티 E.T.: The Extra-Terrestrial>(스티븐 스필버그, 1982)나 <블레이드 러너 Blade Runner>(리들리 스코트, 1982) 같은 영화가 수십 년 만에 새롭게 단장한 모습으로 극장에 걸린다는 소식이 전해져 영화 팬들을 설레게 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매주 영화 상영 시간표에서 재개봉작을 발견하는 게 일상적인 일이 됐다.
그렇게 재개봉된 영화 리스트를 살펴보면 모두 언급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여러 편 확인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2015년 <이터널 선샤인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미셸 공드리, 2004)에 이어 2016년 재개봉한 <500일의 썸머 (500) Days of Summer>(마크 웹, 2009)와 <노트북 The Notebook>(닉 카사베츠, 2004)이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확실히 멜로와 로맨틱 코미디가 좋은 성적을 기록하는 듯하다.
그 많던 사랑 이야기는 어디로 갔나
이런 현상과 맞물려 최근 한국영화 가운데 멜로와 로맨틱 코미디 장르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이 함께 거론된다. 실제로 멜로와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제작 편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은 물론이고 가끔 개봉하는 작품들도 흥행에 성공하는 경우가 드물어졌다. 그런 상황에서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를 원하는 고정 수요가 재개봉작으로 몰려 흥행이 됐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을 내린 기사 아래에는 왜 요즘은 예전처럼 재미있고 잘 만든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가 없느냐는 성토의 댓글이 달린다. 이와 함께 <8월의 크리스마스>(허진호, 1998), <봄날은 간다>(허진호, 2001), <정사>(이재용, 1998), <접속>(장윤현,1997), <엽기적인 그녀>(곽재용, 2001), <싱글즈>(권칠인, 2003), <약속>(김유진, 1998), <국화꽃 향기>(이정욱, 2003) 같은, 좋아하는 옛날 영화 제목들을 호출하는 댓글도 꽤 볼 수 있다.
이렇게 한국 멜로와 로맨틱 코미디를 추억하는 팬이 많은데도 지금 한국 멜로와 로맨틱 코미디는 왜 침체기를 겪게 된 걸까. 결과와 원인이 뒤섞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차근차근 짚어본다.
우선은 최근 이 장르의 흥행 성적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기획과 투자가 어려워진 상황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양적으로 늘어나야 질적으로 좋은 작품이 나올 확률이 높아질 텐데 몇 년 사이에 제작 편수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기회가 줄어들다 보니 참신한 시도를 하기보다는 점점 더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보수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것 아닐까. ‘망하면 안 되니까’ 하는 선택이 오히려 망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아이러니. 10여 년 만에 재개봉한 <이터널 선샤인>에 열광한 관객이라면 재개봉작보다 독창성이 떨어지는 한국 멜로를 보면서 더 큰 아쉬움을 느꼈으리라.
다음으로 살펴볼 지점은 현재 멜로와 로맨틱 코미디가 처한 경쟁 조건과 제작 여건이다. 이 장르의 영화들은 남자 배우가 여럿 나오는 고예산 영화와 경쟁하는 것만이 아니다. 완성도와 파급력이 엄청난 TV 드라마 역시 경쟁자로 추가됐다. TV 드라마가 공짜로 충족해주는 로맨스 장르의 즐거움을 돈 내고 극장에서 보는 영화는 얼마나 충족해주었는가. ‘가성비 시대’를 사는 로맨스 영화 관객들의 평가 기준에는 이미 TV 드라마가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TV 드라마와의 경쟁은 캐스팅에서도 이어진다. 몇몇 드라마가 거센 한류 열풍을 일으키면서, 배우에게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출연한다면 영화보다는 드라마를 선택하는 것이 영리한 전략이 됐다. 남자 배우들 입장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드라마 대본보다 흥미를 끄는 시나리오가 양적으로 많지 않은 것도, 아무리 잘해봤자 로맨틱 코미디는 캐릭터 강한 남성 영화에 비해 연기력을 인정받기 어려운 데다 흥행의 부담은 다 짊어져야 한다는 것도, 드라마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그렇다 보니 로맨틱 코미디 시나리오는 여배우만 캐스팅이 되고 남자 배우 캐스팅은 진척되지 않는 경우가 꽤 많다. 흥행에서의 승률도 승률이지만 제작 단계에서부터 난항이 예상되는 장르가 되고 만 것이다.
이 시대가 원하는 멜로와 로맨틱 코미디
너무나 당연하게도, 이 모든 상황을 뚫고 나갈 힘은 좋은 기획과 시나리오에 있다. 그렇다면 멜로와 로맨틱 코미디가 잊지 말아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지, 다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내 생각은 이렇다. 인물들의 연애관, 가족관, 처한 사회상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장르다. 그런데 이 영화들이 동시대 젊은 관객의 현실과 감수성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비정규직은 늘고 임금은 제자리인데 물가만 상승하는 것이 지금의 한국사회다. 그 안에서 주거 문제 때문에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할 수밖에 없는 젊은 세대에게 연애와 사랑은 과연 어떤 의미인가.
사랑이라는 감정은 보편적이지만 주인공이 이 사회의 어느 좌표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영화가 그리는 연애의 디테일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꼭 현실 그대로를 묘사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런 시대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2017년 개봉 라인업을 대강 살펴보니 여전히 남자배우 여럿이 주인공인 영화가 대부분이다. 그럴수록 멜로와 로맨틱 코미디, 또는 특정 장르를 떠나 여성캐릭터가 주도적으로 극을 이끌어가는 영화에 대한 수요와 열망이 있지 않을까 싶다.
사실 그 누구보다 내가 그런 영화를 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멜로와 로맨틱 코미디는 남녀 관계의 풍속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보수적인 현실을 그대로 묘사할 수도 있고, 세속적인 욕망을 과감하게 그릴 수도 있고, 아직 현실에서 구현되지 않은 진보적인 그림을 먼저 제시할 수도 있다. 동시대 관객들이 기다리는 사랑 영화는 어떤 것일까.
2016년 로맨틱 코미디를 개봉하고(<좋아해줘>) 흥행의 쓴맛을 본 감독으로서, 다음 영화에서 내가 보고 싶고 보여주고 싶은 그림은 무엇인지 자문자답해본다. 그리고 다음에 만들 영화는 시간이 흘러 재개봉작으로 또 한 번 사랑받는 영화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by.
박현진(영화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