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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영화가 품은 두 개의 역사
역사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를 잘 보지 않는다는 역사학자들이 내 주위에는 많다. 자신이 전공한 시대가 배경이라면 더욱 그렇다고 한다. 영화를 감상하면 그 시공간에 빠져들거나, 즐겁고 슬픈 감정을 느껴야 할 터인데, 어쩐지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곳 혹은 저 시대에 저런 옷이나 음식이 있었는지 따져보고, 특정한 인물의 행동이 어떤 문헌에 어떻게 기록되어 있는지 기억을 더듬기 때문이다.
어쩌면 일종의 직업병인지도 모른다. 영화를 제대로 감상할 수 없는 병.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면 역사학자가 아닌데도 이런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심한 경우에는 내가 배운 역사나 보고 들은 사실과 얼마나 정확히 일치하는지를 따져서 그것으로 영화를 평가하려고도 한다. 사실을 정확히 재현한 영화를 굳이 만들 필요가 있느냐고 되물으면서도 말이다.
사실 내게도 그러한 경험이 있다. 전창근이 감독, 극본, 주연을 맡은 영화 <고종황제와 의사 안중근>(1959)을 처음 접했을 때였다. 50대에 접어든 전창근 감독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안중근 역을 소화하는 것부터가 무리로 보였다.
안중근과 함께 하얼빈으로 간 동지들에 대한 묘사는 ‘역사 왜곡’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유동하는 안중근의 부대원으로 의병 전쟁에 참전하고, 조도선은 우덕순과 함께 함흥 감옥을 탈옥해 블라디보스토크에서부터 합류한다. 우덕순과 조도선이 채가구 역에서, 안중근이 하얼빈 역에서 이토가 탄 열차를 기다렸다는 건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인데도, 이 영화에서는 조도선과 유동하가 장춘에서 이토를 기다리고 우덕순은 혼자 채가구 역에서 대기한다.
이토를 쏘는 대목에서도 사실과 다른 장면은 이어진다. 안중근은 군중 사이에 숨은 채로 이토의 등을 향해 총을 쏘고, 이토를 구호하기 위해 뛰어든 일본인들에게도 총격을 가한다. 최재형의 딸 최의숙이나 밀정 박일과 같은 가공 인물을 등장시킨 것이야 극적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서 그럴 수 있다 치더라도, 실존 인물들에 대한 묘사에는 지나치다고 지적할 만한 부분이 있어 눈에 거슬렸다.
하지만 두 번째 이 영화를 보았을 때는 좀 다른 느낌이 들었다. 안중근을 다룬 전기와 소설, 그리고 영화, 연극, 뮤지컬 등을 두루 살펴보고 나서 영화를 보았기 때문인지, 감독이 함부로 역사를 왜곡하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강이나 우덕순의 회고담에 나온 문구를 활용한 부분을 찾을 수 있었고, 몇몇 부분에서는 이전 작품의 설정을 나름대로 재편하면서 장면을 구성했다고 짐작할 수 있었다.
신파극 작가 김춘광은 「안중근사기(安重根史記)」(1946)에서 허구임을 알면서도 사실과 달리 설정했으니 양해를 바란다는 식의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전창근 감독 또한 이런 이유에서 ‘역사 왜곡’을 한 것이 라고 보아야 공평하지 않을까?
감독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는 없지만, 몇 가지 추정해볼 수는 있다. 영화 내용을 그대로 따르면, 최재형과 이범윤을 중심으로 한 연해주의 동포들은 매우 일사불란한 조직을 갖추게 된다. 또‘군인’으로서 사격술과 전략 전술에 뛰어난 안중근이 만주 철도의 지형을 적절히 활용해 우덕순, 조도선, 유동하 등을 지휘함으로써 이토 히로부미 제거라는 목표를 달성했다는 요지가 한결 선명하게 드러난다.
여비 등의 문제로 인해 장춘 근처에서 대기하기 어려웠다는 식으로 당시 상황을 세밀하게 그리는 것보다는, 이처럼 안중근의 지시에 따름으로써 성공했다고 그리는 편이 더 깔끔하지 않은가.
몇 가지 문제를 지적했지만, 감독이 역사적 사실에 들어맞도록 노력한 흔적은 여러 곳에서 엿보인다. 그렇다면 몇 가지 문제점 또한 역사 왜곡이라기보다는 역사 이해라고 해야 옳지 않을까. 그리고 이 역사 이해에는 당시 관객 또한 함께했다고 말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이 영화는 제작비와 출연자, 대규모 세트 제작 등으로 화제를 모았고, 서울 관객만 10만 명이 넘을 정도로 상업적으로 성공했으니 말이다.
역사 영화 <고종황제와 의사 안중근>에는 사실 또 하나의 역사가 숨어 있다. 그것은 우리 영화의 역사다. 최근에 개봉한 일제강점기 배경 영화들과 견주어보면, 영화 제작 환경의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 무용수가 러시아 춤을 추고 CG 없이 좁은 세트에서 전투와 저격 장면을 찍어야 하는 형편이었지만, 이 또한 살펴보면 흥미로운 부분이 적지 않다.
영화를 영화 자체만으로 감상하는 것이 어렵다면, 이런 부분들을 눈여겨보는 것도 하나의 감상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by.
황재문(국문학자,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