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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의 재현 ②:<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의 미술 콘셉트
일제강점기 중에서도 가장 비극적인 시대로 알려진 1938년. <경성학교>는 비극으로 얼룩진 1938년 경성의 모습을 오롯이 보여준다. 정교한 배경과 소품은 영화의 분위기를 극대화하고, 영화 속 세계와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으며 새로운 미장센을 만들어냈다.
영화 속 세계와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다
여린 10대 소녀들이 도쿄 유학을 목적으로 일제의 문화를 습득하고 건강을 단련하는 경성학교. 겉보기에는 밝고 평범한 여학교이지만, 근본적인 정체성은 생체병기를 양성하기 위한 곳이다. 과거 생체실험과 연구를 행했던 공간을 개조해 사용하고 있어 학교 곳곳에는 실험의 흔적과 현재 학교의 모습이 공존하고 있으며, 외딴곳에 섬처럼 떨어져 있어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커다란 실험실 그 자체다.
단체생활을 하는 소녀들을 조명하는 만큼 의상은 교복, 체육복, 잠옷이 전부였지만 1930년대 복식을 기록한 사진과 자료를 찾아보며 억압적으로 보이면서도 답답한 느낌이 들지 않게 디자인했다.
모노톤의 소녀들에 비해 교장은 극적 전개에 따라 드라마틱하게 변화한다. 후반으로 갈수록 강렬한 톤으로 의상이 바뀌고, 재질 또한 셔링 소재에서 직선의 핏과 하드한 재질로 변화한다. 이런 변화로 교장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었다.
1. 304호
극 초반 아이들을 제어하는 교칙과 질서를 보여주는 공간으로 질서정연함 속에 각각의 개성을 가진 학생들이 머무는 곳이다. 기본 속성은 기숙사이지만 공간의 습도(벽과 바닥에 물이 흐른 흔적), 실험실의 잔재가 되는 오브제(가스
관, 시체보관실), 꽃잎(환각)들을 계속해서 보여줌으로써 결국 실험의 공간이라는 전조를 보여준다.
1-1. 교실
교실은 교장과 학생의 수직적 구도를 통해 ‘지켜보고 있는’ 시선의 방향을 주었고, 책상 간의 거리와 배열은 이 학교의 특징을 잘 표현해준다. 교실에 등장하는 한반도 자수는 사쿠라(벚꽃)의 명암으로 한반도의 모양과 산맥을 디자인했고, 제작 과정에서 생각한 것만큼의 퀄리티가 나오지 않아 여러 번의 수정을 거쳐 완성했다.
1-2. 보건실
흰색으로 깨끗하게 표현된 보건실은 여학교다운 면모를 보여주지만, 곳곳의 오브제(가스관)를 통해 실험이 이뤄져온 역사를 보여준다.
2. 지하 비밀 장소
세상 밖으로 연결된 유일한 연결 통로이자 통제되지 않는 유일한 장소로 폐기된 집수시설이다. 연덕의 기억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시즈코, 두 사람의 연결점과 학교의 비밀을 알게 되는 장소이기도 하다.
3. 교장실
학교 내부에서 가장 정제되고 화려한 공간으로 공간의 물성이 교장의 욕망과 권위를 투영한다.
4. 익명의 내실
소녀들이 일상을 평화로이 보내는 기숙사와 가장 권위적인 공간인 교장실 사이에 모두와 가장 밀접하게 맞닿아 있지만, 잔인한 실상이 숨겨진 공간으로 학교 공간 내에서 가장 핵심적이고도 은밀한 실험 공간(수술실 및 수장실)이다.
콘셉트 또한 가장 특색 있는 공간으로, 이 학교가 실제로 어떤 장소인지를 뚜렷하게 보여줄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좀 더 극적인 연출을 위해 실험자들이 수술을 지켜볼 수 있는 관중석을 만든 것이 대표적인 예다.
수술도구 등 실험 용품들은 고증에 맞는 부속을 찾기 힘들었기에 모든 걸 직접 제작했다. 또한 수조 같은 경우는 반층 위인 수장실에 위치해 있어 유리의 두께, 수압, 물의 무게 등을 철저히 고려해 제작해야 했다.
by.
한아름(<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미술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