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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장의 특성과 한국영화 진출 현황
급속하게 성장하는 중국 시장은 분명 매력적인 시장이지만, 여전히 외국영화 수입 편수 제한 정책을 실시하고 있고, 까다로운 검열제도를 갖고 있는 특수한 시장이기도 하다. 또한 중국 내에서는 불법 VCD로 다양한 한국영화를 접하는 만큼 로맨틱코미디를 비롯한 폭넓은 장르의 영화에 대한 인지도가 높고, 한국의 작가주의 감독부터 대중성 있는 감독까지 비교적 널리 알려진 편이다. 중국 시장의 특성과 한국영화 진출 현황을 살펴본다.
급성장한 중국 시장, 한국영화는?
일반적으로 중국에서는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영화의 인기가 매우 높을 것이라 예상한다. 어느 정도는 맞는 얘기이기도 하지만 거의 틀린 얘기이기도 하다. 중국에서 한국영화가 알려진 계기는 <엽기적인 그녀>(2001)라고 볼 수 있다. 2002년, 당시 베이징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엽기적인 그녀>를 보지 않은 사람은 간첩’이라는 말이 돌 정도였고, 이후 한국영화에 대한 인기가 높아졌다.
현재 중국영화 산업은 급속하게 성장 중이다. 그 시작은 약 10년 전부터인데 그전에 한국은 물론 홍콩보다도 작았던 중국의 영화시장은 매년 30% 이상 성장을 거듭해, 2012년에는 극장 시장 규모에서 일본을 제치고 전 세계 2위에 올랐으며, 향후 5년 뒤에는 미국도 제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늘어난 산업 규모만큼 한국영화도 중국에서 많이 상영되고 많은 관객과 만나고 있을까? 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중국 시장의 특성
중국은 아직까지도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외국영화 수입 편수 제한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연간 중국 내에서 극장 개봉되는 외국영화 편수는 분장제(分帳制) 배급영화 34편, 매단제(賣斷制) 배급영화 40편 내외로 매우 적다. 이 중 대규모로 배급되는 분장제 영화는 90%가 할리우드 대작 영화로 채워진다.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중국에서 극장 개봉된 한국영화는 연평균 3~4편에 불과했고 그나마 분장제로 개봉되는 영화는 1편 혹은 없는 경우도 많았다. 그렇다면 중국 관객들은 한국영화를 보지 않을까? 또 그렇지는 않다.
수입쿼터와 검열제도, 등급제 미실시로 인해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영화가 제한적이고 극장 티켓 가격이 매우 높은 편이라는 점 등으로 인해 중국 내에서는 불법 VCD나 DVD, 인터넷이 발달한 이후로 불법 다운로드를 통해 영화를 감상하는 것이 매우 일반적이다. <엽기적인 그녀> 역시 극장에서 제대로 개봉해 인기를 얻은 것이 아니라 불법 VCD를 통해 알려지게 된 것이고, 이후의 한국영화들 역시 대부분 그런 경로로 중국인들에게 소비돼왔다.
중국인이 사랑하는 한국영화는?
중국인들이 인상적으로 기억하는 한국영화는 <엽기적인 그녀> 같은 로맨틱 코미디나 <8월의 크리스마스> 같은 서정적인 멜로드라마, <색즉시공> 같은 코미디물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주로 불법판으로 한국영화를 접한 탓인지 중국인들이 접한 한국영화의 범주는 상상보다 훨씬 다양하고 폭넓다. 한국 감독과 배우 역시 한국에서 유명한 감독과 배우는 중국에서도 유명하다고 보면 될 정도다. 칸,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대한 인지도가 높기 때문에 봉준호, 박찬욱, 김기덕, 이창동 같은 작가주의 감독도 잘 알려져 있고, 강제규, 김용화 등 대중성 강한 감독들 역시 중국에서 인기가 있다.
한국영화의 중국 극장 개봉작이 적을 뿐 아니라 한국에서 히트한 작품들이 거의 중국에서 상영되지 못했지만, 일정한 흐름은 짚어볼 수 있다. 2005년에 배용준이 출연한 <외출>이 개봉했으나 흥행 수입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06년에 한국 홍콩 합작영화인 <데이지>가 930만 위안의 흥행 수입을 기록했다. 2007년에 <괴물>은 한국영화로서는 최초로 5000여 개의 스크린에서 개봉했고, 이어 <미녀는 괴로워>가 개봉했는데 두 작품 모두 약 1600만 위안의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2008년에는 <디 워>가 3100만 위안으로 한국영화로서는 최고의 흥행 기록을 세웠으나 <해운대>는 분장제로 개봉했음에도 흥행 수입이 1000만 위안에 미치지 못했다. 2010년에 개봉한 <7급 공무원>은 1800만 위안, 2011년에 개봉한 <제7광구>는 2100만 위안의 흥행 수입을 기록했다. 2012년에 개봉한 <만추>는 5638만 위안으로 당시까지 개봉한 한국영화 중 최고의 흥행 수입을 기록했다. 2013년에 개봉한 <이별계약>과 <미스터고>는 각 1억 9284만 위안, 1억 1284만 위안으로 역대 흥행 1, 2위를 차지했다.
환영받는 합작 영화
지난 10년간 중국에서 극장 개봉한 한국영화들을 살펴보면, <미녀는 괴로워> <7급 공무원> 같은 코믹 멜로물, <데이지> <헬로우 고스트> <만추> 같은 중국에서 인기 높은 배우들이 출연하는 영화, <괴물> <디워> <설국열차> <도둑들> 같은 대작 영화들이 대부분을 차지함을 알 수 있다. 2010년에 접어들면서, 한국 인력들의 중국영화계 진출이 부쩍 늘어나고 이에 따른 한중 합작 영화가 본격적으로 제작되기 시작했는데, 그 결과물인 <이별계약>과 <미스터 고>가 한국영화로는 처음으로 각각 1억 위안이 넘는 흥행 수입을 올렸다. 이처럼 순수 한국영화보다 한중 합작 영화가 더 환영받는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역대 중국 개봉 한국영화 흥행 톱5
1위 이별계약 (2013.04.12 개봉) 1억9284만
2위 미스터 고 (2013.07.17 개봉) 1억1284만
3위 설국열차 (2014.03.17 개봉) 7484만
4위 만추 (2011.02.17 개봉) 5638만
5위 암살 (2015.07.22 개봉) 4650만
by.
박희성(영화진흥위원회 산업정책연구팀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