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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영상학 연계 연구의 거점
한국영상자료원은 2010년부터 「일본어 잡지로 본 조선영화」 시리즈를 발간 중이다. 일제 강점기 일본어로 간행된 잡지들 속에 게재된 ‘조선영화’와 관련된 기사를 번역해 책으로 내는 사업인데, 기존에 수집한 자료가 거의 소진되어가고 때마침 담당자도 바뀐 탓에 신규 번역 자료를 입수하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 시리즈의 쇄신을 도모하기 위해 지난 6월 22일부터 24일까지 3일간 일본 도쿄에 소재한 와세다대학 연극박물관, 약칭 ‘엔파쿠(演博)’를 방문해 조사를 진행했다.이에 엔파쿠에 대해 간단하게나마 소개하고자 한다. 엔파쿠는 원래 ‘쓰보우치 박사 기념 연극박물관’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쓰보우치 박사, 즉 쓰보우치 소요(坪逍遙, 1859-1935)는 근대 초기 일본을 대표하는 평론가이자 소설가, 극작가이자 번역가로 그의 평론집 「소설신수」(小神, 1885)와 이를 뒷받침하는 차원에서 쓰인 소설 「당세서생기질」( 世書生質, 1886)은 이른바 ‘심리적 사실주의’를 주창하며 일본 근대문학의 성립에 크게 공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극작가이기도 했던 만큼 그는 일본의 전통 연희 양식을 근대화하자는 ‘연극개량운동’에도 관여했는데, 이 때문인지 셰익스피어 전집 장장 40권을 번역하기도 했다. 이때가 1928년인데, 번역 완성과 더불어 당시 그가 고희를 맞은 것을 기념하기 위해 각계에서 힘을 더해설립한 곳이 엔파쿠다. “좋은 연극을 만들기 위해 동서고금의 연극 관련 자료를 수집, 정리하고 이를 비교 연구함으로써 기초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쓰보우치의 유지를 이은 엔파쿠는 “아시아 유일의,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연극 전문 박물관”으로 발전해 현재는 100만 점 이상의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연극 자료뿐이라면 굳이 방문해 조사할 필요가 없었겠지만, 근래에 일본 정부로부터 ‘연극 영상학 연계 연구의 거점’으로 지정되었을 만큼 엔파쿠는 시나리오, 평론집, 잡지, 서간, 사진, 전단지, 포스터를 아우르는 영화관련 인쇄 자료와 기록 영상, 광고 영상과 방송 관련 자료도 수집하여 소장해왔다. 제국 시기에 세워진 기관인 만큼 일본뿐만 아니라 조선, 만주, 대만을 비롯한 동남아의 초기 영화 관련 자료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이 때문인지 출장 중에는 중국과 대만 등에서 온 연구자들이 필자가 이미 살펴보았거나 살펴볼 예정의 자료를 조사하는 모습을 볼 수있었는데, 왠지 슬프기도 하고 웃음도 나는 미묘한 기분이었다.
엔파쿠의 DB, 끝없이 이어지는 ‘네’의 향연
사실 엔파쿠의 첫인상은 예상보다 규모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복층 건물이지만, 개가실 자체는 나무 바닥으로 되어있어서 발을 디딜 때마다 삐걱거렸고 마치 그 옛날 영화 속소학교 교실 같았다. 소문대로 자료가 있을지조차 의심되었지만, 엔파쿠의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하고 나서는 아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마음이 급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검색 결과에 ‘네’(ネ), 즉 시네마와 관련된 항목이 한 페이지에 몇 십 개씩, 수 페이지에 걸쳐나왔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물론 「키네마순보」(キネマ旬報) 같은 유명한 잡지도 있었지만, 처음 들어보는 제목의 잡지가 대부분이었다. 출장 전 잡지 제목 10여 개를, 그중에서도 3개의 잡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요량이었지만, 막상 끝없이 이어지는 ‘네’의 행렬을 보고 나니 자리를 잡고 ‘네-1-1’부터 하나하나 찬찬히 살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겨우 마음을 다잡고 사서에게 계획했던 자료의 열람을 부탁했더니, 서고 소장 자료는 한 번에 6권(이라고 기억하는데, 5권이었던 것도 같고 8권이었던 것도 같다)까지만 볼 수 있다는 대답. 조사 예정 자료 중 하나가 1928년부터 1943년까지 16년에 걸쳐 나온 월간지였는데 12×16=192, 이외에 조사 목표량은 최소한 잡지 3종, 다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애초 조사 기간을 이틀로 잡았는데,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결국 하루를 늘려 사흘간 목차와 기사 제목, 사진 정도만 일별하는 정도로 조사를 진행해 목표치는 달성했으나 아직까지도, 바쁜 마음에 놓친 기사들이 없지나 않을까 아쉽고 손도 대지 못한 다른 수많은 ‘네’의 자료가 아른거린다.
2016년 말부터 영상자료원에서 엔파쿠 조사결과물 출간
짧은 시간 동안 3종의 잡지 전 호를 그나마 일별이라도 할 수 있었던 데에는 사서들의 도움이 컸다. 대학 부속 도서관인지라 가기 전에는 문턱이 높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엔파쿠는 누구나 자료를 무료로 열람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필자처럼 단기 예정으로 방문해 엄청난 양의 자료를 보고는 종종거리는 외국 연구자들을 많이 겪은 탓인지 필자가 시스템에 적응하느라 열람 시간을 깎아먹지 않도록 사서들이 최대한의 편의를 봐주었다. 무엇보다 자료가 오래되어 규칙상 절대로 붙이면 안 되는 인덱스 테이프(다시 떼어낼 때 종이가 찢어지거나 표면이 벗겨져 버리기 때문)를 실수로 붙여버리고 겁에 질렸을 때 사서 한 분이 필자를 대신해 신통한 기술로 흔적 없이 테이프 하나하나를 떼어내고 그곳에 종이 책갈피까지 넣어준 일은 지금도 고마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렇게 조사해 온 자료들은 내년부터 「일본어 잡지로 본 조선영화」 시리즈에 반영될 예정이다. 혹 이 시리즈에 대해 ‘제국의 언어로 본 식민영화’라며 위화감을 느끼는 독자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영화사를 연구하기 위한 자료는 그것이 어떤 틀로 쓰였든 ‘텅 빈’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있는 것, 그것도 다양하게 있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한 자료의 보고인 엔파쿠는 아마도 일제강점기 연구자들에게는 이미 친숙할 것이다. 혹시나 그렇지 않은 독자들도 있을까 하여, 그렇다면 필자가 그랬던 것처럼 ‘네’의 향연 속에서 놀라움과 조급함, 슬픔과 뿌듯함 사이의 미묘한 감정을 느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추천해본다
by.
이유미(한국영상자료원 연구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