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네마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한국영상자료원에 보관 중인 디지털시네마도 1300여 벌에 달한다. 대부분 2K 해상도로 수집되고 있으나 오는 12월 완공 예정인 파주보존센터에는 4K 해상도 이상을 지원하는 각종 설비가 구축될 예정이다. 영상자료원이 4K 환경의 아카이빙을 선도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셈이다. 4K 환경에서 대두되는 아카이빙 이슈와 영상자료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본다.
한국영상자료원 디지털 아카이빙 추진 경과
정확히 10년 전인 2005년에 <디지털시네마 아카이브 기본계획>이 처음 마련되었다. 이 계획은 영화 매체가 필름 중심에서 디지털시네마로 전환됨에 따라 수집에서 아카이빙, 활용까지 디지털 시대를 대비한 사업을 전방위적으로 다루었다. 추진 과정에서 예산 확보 등 여러 난관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이 계획을 기반으로 필름 디지털 전환 장비 도입, 디지털시네마 수집 착수, 디지털 아카이빙 시스템 구축 및 운영, VOD 서비스 등 많은 새로운 사업이 단계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다.
그리고 10년이 흐른 지금, 의무제출 영화 중 필름 0편, 디지털시네마 295편이라는 통계가 보여주듯이, 영화 시장은 디지털시네마 시대로 완전히 전환되었다.
현재 자료원에 의무제출 또는 수집되어 보관 중인 디지털시네마는 1300여 벌에 달하며, 대부분 2K 해상도로 수집되고 있고, 전체 보존 용량은 대략 1.7PB(페타바이트)에 달하고 있다. 디지털시네마의 경우 2벌 이상 백업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므로, 현재 보존하고 있는 데이터 양만 해도 실로 엄청난 수준이다.
파주보존센터 건립과 4K 시스템 도입
한국영상자료원의 제2청사이자, 영상자료 보존・복원을 위한 전문 시설로서 건립 중인 파주보존센터의 완공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2015년 12월 완공될 예정임에 따라 영상 보존 및 IT 설비 구축 사업이 한창 준비 중이다. 파주보존센터에는 4K 해상도 이상을 지원하는 필름 스캐너를 비롯하여, DI 두 개실, 마스터링실, 디지털화면복원실, 사운드복원실 등 고해상도(4K 기반) 디지털 전환 및 마스터링 전문 설비가 구축될 예정이다.
방송 시장이 일찌감치 UHD 시대로 넘어가고 있는 데 반해, 영화 시장은 4K 기술이 소개된 지 한참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2K 환경에서 4K 환경으로의 전환이 매우 더딘 상황이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으나, 앞의 대담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중소 규모 극장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2K와 4K의 차이를 관객이 체감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CG 등 후반작업 공정에서 4K로 전환될 경우 시간과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점 등이 주요 원인으로 파악된다. 지금까지는 산업 현장이 기술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영상자료원은 기술이 안정화되면 뒤쫓아가는 형태였으나, 4K 환경에서는 거꾸로 시장은 더디 움직이고 있는데, 영상자료원이 앞서 4K 시스템을 구축하는 상황이 되었다. 시장의 움직임과 보조를 맞추면 더없이 좋을 테지만, 고전영화필름의 고해상도 디지털 전환이 핵심 사업인 영상자료원으로서는 4K 시스템으로의 전환은 당연하며, 일단 디지털화를 거치면 다시 재작업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2K 기반에서 4K 기반으로의 전환을 지체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하겠다.
필름 vs 4K
영상자료원은 2000년부터 일찌감치 필름 디지털화 사업을 진행해왔다. SD 텔레시네부터 시작해 이후 HD 텔레시네를 거쳐 최근에는 2K 해상도로 디지털화를 진행하고 있다. SD, HD 텔레시네 결과물은 방송, 인터넷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어왔으나, 극장 상영이나 필름 보존을 위한 대체재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반면 2K 해상도 디지털화의 경우 프린트 필름에 버금가거나 더 나은 화질 구현이 가능하므로, 극장 상영에 있어서만큼은 필름을 충분히 대체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으며, 다만 필름의 영구 보존을 보완하거나 대체할 매체로는 여전히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코닥에 따르면 2000년 이후에 생산된 35mm 오리지널 네거티브 필름의 경우 6K 해상도에 근접하며, 인터포지티브(IP)-인터네거티브(IN)-프린트 과정을 거치면서 상영용 프린트 필름의 경우 2K 해상도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필름 스캐너 기술자 등 현장 전문가에 따르면 35mm 필름의 경우 4K 해상도 이상의 스캔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 통설이며, 필름 상태, 인화 현상 과정, 영사기 상태 등 주변 환경에 따라 실제 일반 극장에서 상영되는 프린트 필름은 통상 1~1.5K 수준으로 보고 있다.
아날로그 매체인 필름과 디지털시네마의 해상도를 단순 비교하는 것에 무리가 있기는 하지만, 여하간 오리지널 네거티브 필름을 대체할 수 있는 디지털 해상도로 4K에 주목해야 한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는 듯하다.
따라서 필름의 영구 보존은 물론, 극장 및 UHD 방송 환경에 대응할 다양한 활용 지원을 보장하기 위해서 영상자료원의 4K 디지털화 시스템으로의 전환은 당연한 선택이라 할 것이다.
디지털 아카이빙, 위기와 과제
극장 영화 시장에서 강력한 표준화 기구인 DCI(Digital Cinema Initiatives)에서 정의한 바에 따르면 4K 해상도란 4096×2160 픽셀(약 1.9:1)을 의미한다. 4:4:4 12bit의 샘플링을 가질 경우 프레임당 거의 40MB(메가바이트)에 이르며, 100분(144,000프레임) 영화의 경우 전체 데이터 양은 5.8TB(테라바이트)에 이른다.
연간 의무제출되는 영화 편수가 300여 편에 달하고, 필름 디지털 전환 및 복원 대상 영화 편수를 감안하면 4K 전환에 따른 데이터 폭증은 상상을 초월한다. 연간 2PB, 아니 2벌 백업을 고려하면 연간 6PB의 디지털 아카이빙이 요구될 날도 머지않았다.
저 방대한 디지털 데이터를 장기 보존에 취약한 저장 매체에 어쩔 수 없이 저장해야 하고(영상자료원은 현재 하드디스크드라이브 및 LTO 5/6에 저장 중), 3~5년 주기로 데이터 무결성 여부를 확인해야 하며, 또한 새로운 저장 매체에 옮기는 매체 이전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야 한다. 4K 데이터의 빠른 처리와 저장 관리를 위해서 고성능 하드웨어 및 네트워크로 구성된 디지털 아카이빙 시스템의 구축 및 지속적인 확충이 필요하며, 컴퓨터・전산 인력의 충원 역시 지속적으로 요구된다. 디지털시네마 아카이빙이 돈 먹는 하마일 수밖에 없고, 전 세계 모든 영상 아카이브가 고민과 위기에 빠진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 여기서 디지털 아카이빙과 관련한 어떠한 방책을 제시하고 싶지도 않고, 제시할 수도 없다. 직접 부딪혀가며 극복하고,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타협하면서 어떻게든 가보는 수밖에. 단지 지금 약속할 수 있는 건, 2K든 4K든 자료원에 의무제출된 디지털시네마는 3벌 이상 복사되어, 상암과 파주에 분리 보존될 것이며, 영구 보존되어 언제든지 활용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는 다 할 것이라는 것. 그리고 파주보존센터 시대에는 4K 고해상도 및 복원 기능이 강화된 고품질 필름 리마스터링을 선보일 것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