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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K]UHD 방송 생태계 가치사슬의 정상적 순환, 그 중심에 콘텐츠가 있다
4K UHD 방송, 어디까지 왔나
2014년 4월, 케이블TV 연합 VOD회사인 홈초이스사가 U-MAX라는 UHD 채널을 개국하며 세계 최초로 UHD 방송을 상용화했다. 이후 스카이라이프 위성채널과 KT IPTV가 UHD 3개 채널(SkyUHD 1, SkyUHD 2, UXN)을 오픈했고, 다른 IPTV들도 UHD VOD 서비스로 가입자를 유치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또한 지상파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과 인천 아시안게임을 UHD로 중계한 이후 실험방송을 계속하고 있으며, 700MHz 주파수도 확보해 향후 UHD 제작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가전 시장은 훨씬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초기 UHD 활성화에 발목을 잡았던 UHD TV 가격은 55인치가 200만 원 내로 구매가 가능할 정도로 저렴해져 빠른 속도로 보급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2016년 세계 TV 시장의 해상도별 판매 비중에서 UHD TV가 43.4%를 차지해 39.4%인 풀 HD TV를 추월할 것으로 전망했다. UHD 콘텐츠 제작도 속도를 내고 있다. CJ E&M의 경우, 한국전파진흥협회의 지원을 받아 Mnet에서 방영하는 <엠카운트다운>을 4K UHD로 제작하여 UHD 채널과 VOD 서비스에 공급했고, 미국 LA에서 개최된 북미 최대 한류 페스티 벌
도 4K UHD로 제작하여 고화질 영상 제작에 기여했다. 방송사들 역시 최근 드라마를 4K로 제작하여 방송하거나, 2K로 방송하더라도 촬영은 4K로 하여 추후 후반작업만 거치면 언제든 4K로 마스터를 제작, 방송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특히, 8월 말 OCN에서 방영을 시작한 <처용 2>는 4K로 촬영 및 후반작업을 진행하여 UXN에 동시 송출 중이다. 이는 4K 후반작업에 소요되는 시간 때문에 HD 방송을 한 후 시차를 두고 UHD 채널에 방송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두 채널에 동시 방송을 한다는 점에서 시청자에게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다양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플랫폼과 가전 시장의 UHD 확산 속도에 비해 콘텐츠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4K UHD 콘텐츠 제작의 문제점
우선, 포맷과 장비 부족, 그리고 투자 시기에 따른 문제를 들 수 있다. 10여 년 전, 본격적으로 HD 방송을 제작하며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고화질과 대용량 사이에서 가장 적절한 포맷을 연구하고, 아직 성숙하지 않은 방송장비 시장에서 갖가지 시행착오를 겪으며 수많은 테스트를 거쳐 관련 장비를 선정했다. 하지만 4K UHD를 준비하면서 같은 고민을 다시 하고 있다. 촬영 시 녹화는 RAW로 할지 XAVC로 할지, 편집 포맷과 송출 포맷은 무엇으로 할지에 대한 고민부터 카메라, 영상, 녹화, 음향, 편집, 송출 등에 필요한 100개가 넘는 품목과 매일 업그레이드된 장비가 출시되는 환경에서 300개가 넘는 장비를 검토해야 하며, 스튜디오와 부조정실, 편집실과 송출실 등을 연결하는 신호 구성, 실별 각 장비를 연결하고 운영 프로세스를 정하는 등 검토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기술 포맷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장비도 일부만 출시 중이라는 점이다. 투자 비용도 문제지만 초기에 방향을 잘못 잡으면 중복 투자나 불필요한 컨버팅 비용이 발생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또한 HD 투자가 늦었던 방송사들은 멀쩡한 장비를 바꿔야 하는 이중 투자의 우려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방송사들은 UHD 제작시설 투자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투자 비용에 대한 보상이 어렵다. 이는 HD 전환 때와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당시에는 디지털로 전환하며 주파수 대역이 줄어 전송 비용을 절감한 부분도 있었고, 초기만 아니면 HD 투자 비용도 크지 않아 (보상은 없었지만) 비용 이 증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HD에서 UHD로 전환되는 지금, 2배 이상의 투자 비용과 4배 이상의 전송 비용을 감수해야만 한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UHD로 제작한다고 해서 광고비가 상승하거나 시청률이 크게 증가하지 않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딱히 추가 수익원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셋째는 외부적인 이슈다. 1995년부터 UHD 기술 개발을 시작한 일본은 이미 8K를 준비 중이며, 소니(Sony)를 필두로 이와 관련된 기술표준과 방송장비 등을 발 빠르게 선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우리가 4K를 준비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또한 TV 대신 모바일 환경에서 VOD 등 다른 이용 형태를 보이는 시청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방송사마다 모바일 대응전략을 구상 중인데 이런 상황에 TV 시청 환경 개선을 위한 UHD의 빠른 도입이 필요할까라는 의견도 있다. 아울러 콘텐츠 제작에 막대한 투자를 하며 시장을 주도하는 미국이 4K UHD 콘텐츠에 아직 적극적이지 않은 것도 4K UHD 콘텐츠 제작이 더딘 이유다.
CJ E&M의 4K UHD 콘텐츠 제작 현황
그럼에도 4K UHD는 진행되어야 한다. 포맷과 기술적인 문제는 곧 해결될 것이고 해외 판매나 광고의 확대 등을 통해 투자수익도 증가될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8K 시장이 그리 빨리 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며, 혹 빨리 온다 해도 8K 방송 환경에서 4K 콘텐츠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4K UHD 활성화 전까지 다양한 시도를 통해 제작 노하우를 확보하고,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이런 상황에 CJ E&M은 영화 전문 UHD 프리미엄채널 UXN을 개국했다. UXN 채널은 제작 초기부터 4K 해상도로 촬영된 UHD 콘텐츠는 물론 인기 영화, 드라마, 음악, 공연 등 총 400시간에 달하는 다양한 국내 독점 초고화질 4K UHD 콘텐츠를 확보했다. 아직 투자 비용 대비 수익이 불분명하여 고전이 예상되지만 UHD 시장 활성화를 위한 선구자적 입장에서 접근하고 있다. 물론 CJ E&M은 타방송사보다 유리한 측면이 있다. 영화에 투자 배급하고 있고, 드라마와 예능 등 거의 모든 장르의 방송을 제작하고 송출하고 있으며 스튜디오를 포함한 제작 전반을 아우르는 인프 라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언제든지 4K UHD를 테스트하고 경험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엠카운트다운>과
을 미국 LA에서 4K UHD로 제작하며 노하우를 확보했고, UHD 제작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게 되었다. 이러한 경험은 UXN 채널 운영 및 제작에 반영되고 있다.
모든 플랫폼 및 가전사가 콘텐츠의 중요성을 얘기하지만 정작 언제 어떻게 무엇을 할지는 얘기하지 않는다. 일단 부딪혀봐야 UHD 콘텐츠 제작이 얼마나 어려운지, 어떻게 하면 HD와 차별화된 영상 제작이 가능한지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이를 위해 UXN 채널은 노력하고 있다.
결론
우리나라는 3D 방송을 시작할 당시 콘텐츠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관련 산업에서 철수한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UHD 사업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면 안 된다. 확실히 4K UHD 방송은 기존 3D 방송과 차이가 있다. 콘텐츠 제작도 3D 방송만큼 어렵지 않으며 시청자는 안경을 쓰는 불편을 감수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3D 방송 때도 겪었던 콘텐츠 부족이 UHD 시장의 발목을 잡는 일은 없어야 한다. 많은 전문가가 얘기하는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를 통해 시청자에게 제공되는 방송 생태계의 가치사슬이 정상적으로 순환할 때 4K UHD 산업이 올바르게 자리 잡을 수 있다. 그 중심에 콘텐츠가 있으며, 세계 최초 UHD 상용화라는 성과를 올린 우리의 방송 산업이 4K UHD의 글로벌 환경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방송 산업은 물론이고 가전업계와 정부 간 상호 공조를 통해 UHD 제작 활성화에 더욱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만 UHD 방송과 가전 산업을 동시에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차세대 기술 포맷으로 UHD의 준비는 방송사에도 필연이다. 다만 그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로드맵을 잘 세워 정부 주도로 제작표준, 전송표준 등의 수립과 더불어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드라마, 다큐 장르 중심으로 제작 후 단계적으로 장르를 확대해나가는 동시에 방송사 장비 교체 시기에 맞추어 투자하며, 콘텐츠 제작사에는 가전사와 정부의 지원을 지속적으로 받게 하여 제작 능력 및 노하우를 확보,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by.
백승룡(CJ E&M 방송부문 기술기획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