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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아들> <전장과 여교사> <만선> <나무들 비탈에 서다> 일반 공개
시네마테크KOFA에서는 지난 5월 15일부터 24일까지 ‘한우섭 & 한규호 부자 컬렉션’ 중 일부를 일반에 공개했다. ‘개원 이래 최대 수집’이라는 말에 걸맞게 그간 존재만 알고 있던 상영작들의 실체를 드디어 스크린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몇십 년의 시간을 지나 관객들과 만난 상영작은 <외아들>(정진우, 1963), <전장과 여교사>(임권택, 1965), <만선>(김수용, 1967), <나무들 비탈에 서다>(최하원, 1968) 4편이다. 자신의 데뷔작이기도, 대표작이기도 한 작품을 다시 만나게 된 연출자의 마음은 어떨까. 가지각색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네 감독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던 자리의 뒷이야기를 모아봤다.
이번에 공개된 작품 대부분이 1960년대에 제작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수집복원전은 근 50년 만의 재회를 가능하게 한 자리라고 할 수 있겠다. 감독에게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작품이 있을까. 데뷔작인 <나무들 비탈에 서다>를 50년 만에 되찾은 최하원 감독은 “자식을 잃어버린 느낌”이라는 말로 필름이 소실됐던 당시를 회고했다. 밀짚모자 끈으로 활용되어 사라졌을 필름을 생각하면 안타까움은 배가되었을 것이다(당시 일반인들이 밀짚모자에 필름을 둘러 착용했다고 한다). 이번 복원전이 그 아쉬움을 달래주었길 바란다.
<외아들>의 정진우 감독 또한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통해 재회 소감을 밝혔다. 여러 시나리오를 마다하고 어머니를 생각하며 만든 <외아들>을 데뷔작으로 결정했다는 정진우 감독은, 비록 필름의 많은 부분이 훼손되어 본래의 감성을 충분히 전달할 수 없는 점이 아쉬웠지만 첫 작품을 다시 만날 수 있어 감회가 새롭다는 말을 전했다. 영화 검열이 심했던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며 이야기를 시작한 <만선>의 김수용 감독 또한 자신의 작품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검열을 피하고자 원작 연극에 깊게 반영된 노동문제를 얼마간 각색하고, 어촌민의 애환을 위주로 이야기를 구성했다는 말에는 씁쓸함이 묻어났다. 전작 <굴비>가 베니스 영화제 초청작이었음에도 영화 속 궁핍한 생활상이 한국에 대한 오해를 불러온다는 이유로 정부로부터 반출 금지 처분을 받았다 하니, 연출자로서의 고민이 작품 전체에 짙게 깔렸을 법도 하다.
흔히 창작물을 자식에 비유하며 작품에 대한 창작자의 애정을 말하곤 하지만, 이 경우만큼은 돌아온 필름이 감독에게 달갑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임권택 감독은 “정말 말씀드리고 싶은 영화가 아니다”라는 말로 관객과 함께 웃으며 <전장과 여교사> GV를 시작했다. 6・25전쟁 당시의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했음에도 거짓으로 꾸며낸 부분이 있다는 것이 그 이유라지만, 사실 <전장과 여교사>는 전투 장면의 긴장감과 두뇌 싸움이 주는 즐거움이 크다는 후문.
관객과의 대화 자리에서는 다양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오갔다. 영화를 둘러싼 이야기가 이토록 흥미진진하니 앞으로 복원될 나머지 영화들 또한 더 많은 관객과 호흡할 수 있지 않을까.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을 복원작업실 문 너머로 어떤 작품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된다.
by.
김세연(한국영상자료원 정책기획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