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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희]오래 기억될 ‘자유’ 이만희 감독
그분이 떠난 지 벌써 40년이 흘렀다. 강산이 네번 변할 만한 세월이 지나갔지만 그에 대한 나의 기억은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충무로 구석구석에는 여전히 그의 향기가 짙게 배어 있고 그가 사랑했던 이 도시 골목골목에는 훈훈한 그의 웃음소리가 잔잔히 스며들어 있는 듯하다.
이만희 감독은 쉽게 스쳐가는 인상의 사람이 아니었다. 누구든 그를 한번 만나면 가장 아끼고 가까웠던 사람처럼 가슴속에 신기한 여운이 남게 된다. 외모는 180cm가 훌쩍 넘는 키에 잘 발달된 남성적 체구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의 내면은 매우 세심한 것까지 느낌으로 알아차리는 감성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누구에게나 친절했지만 속되지 않았고, 늘 과묵한 편이었지만 웃을 일이 있으면 누구보다 먼저 소리 내 웃는 사람이기도 했다.
이만희 감독이 장소 헌팅을 다닐 때 난 늘 그와 동행했다. 그 때문에 촬영 시간 외에도 거의 매일 그와 함께 지낼 수 있었다. 작업화를 신고 성큼성큼 걸어가는 그는 늘 나를 앞질렀고, 종종걸음으로 열심히 뒤따르던 나는 다리가 아프다며 흙길에 털썩 주저앉기 일쑤였다. 그때마다 그는 얼른 뒤돌아와 장난스럽게 키득거리며 자신의 등을 내게 돌렸다. 나는 단숨에 그의 등에 덥썩 올랐고 그렇게 그의 등에 업힌 채 언덕길을 오르곤 했다. 영화 속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나를 업고 산길을 다녔던 것처럼 영화 <삼포 가는 길>(1975)에서는 영달(백일섭)이 백화(문숙)를 업고 눈 덮인 산길을 오르내린다. 이렇게 이만희 감독에 대한 나의 기억은 실제 삶과 영화가 늘 중첩되어 있다. 그리고 그는 우연한 일이나 상징적인 상황들을 놓치지 않고 영화에 삽입했다. 내가 하는 한마디의 말이나 행동, 그리고 이야기를 기억해 영화로 재현한 것이다.
촬영 현장에서 그는 모든 배우를 존중하고 사랑했으며 스태프 한 사람 한 사람을 자신의 목숨처럼 아끼고 보살폈다. 연기 지도를 할 때에도 큰소리를 내는 일이 없었다. 항상 가까이 다가와 귓전에다 대고 차분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설명하곤 했다.
역할이 크고 작은 모든 배우가 그를 믿었고 편안해했다. 그는 선천적으로 날개를 달고 있는 것처럼 영혼이 순수하고 자유로운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의 예술성과 창작성은 끝 날까지 국가와 사회로부터 제약을 받았고 그는 숨쉬기조차 어려운 상황에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그에게 씌워진 올가미와 고투했다.
이제는 그에게 올가미를 씌울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는 홀로 자유를 선택했고 기품을 지닌 채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났다. 그는 그가 살고 있는 도시의 구석구석을 사랑했다. 그리고 그 도시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의 이야기를 사랑했다. 밑바닥 생활에 찌든 모든 이들까지 그는 주저 없이 아름다움으로 승화시켰다. 40년 전, 눈물범벅이 되어 퉁퉁 부운 얼굴로 그 분을 잠재우고 걸어 내려왔던 그 산길은 이제 아파트 도시의 뒷산으로 변해 있지만 아직 남아 있는 그때 그 시냇물 길을 따라 걸어서 내려오느라면 그의 웃는 소리와 따뜻한 숨결이 내 귓전에서 느껴진다. 그리고 지금도 난 그가 남긴 영화 안에서… 해 떨어지는 산길을 걸어 홀로 묘지를 내려가고 있다.
by.
문숙(영화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