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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아시아영화제(SDAFF)와 UC샌디에이고 한국학 프로그램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쪽, 멕시코접경 지역에 자리 잡은 항구도시 샌디에이고(San Diego)는 연중 내내 온화해서 상춘(常春)이라 불리는 기후로 유명하다. 날씨와 더불어 쾌적한 경관으로 이른바 휴양도시로 이름난 곳이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적 조건 탓인지 도시가 지니는 역동성은 미국의 다른 유명 도시에 비해 사뭇 떨어지는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치안이 발달한 만큼 정적이고, 안정된 계층이 많이 사는 만큼 보수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1970년대 중반 샌디에이고의 어느 방송국을 배경으로 한 코미디 <앵커맨 Anchorman: The Legend Of Ron Burgundy>(2004)은 그런 도시의 면모를 익살스럽게 풍자한다. 지역방송국의 스타로 군림하는 앵커 론 버건디(윌 페럴 분)와 그 남성 동료들이 보여주는 마초성은 새로 영입되어온 동부 출신 젊은 여성 앵커 베로니카 코닝스톤(크리스티나 애플게이트 분)의 전문성 앞에서 애처롭게 무너진다. 스타 앵커가 실수로 방송에서 비속어를 쓴 것을 보고 한순간에 등을 돌려버리는 지역민들의 모습이나, 샌디에이고 동물원 팬다의 출산 소식을 특종(breaking news)으로 보도하기 위한 지역 방송국들의 경쟁 등 샌디에이고의 소박한 보수성을 웃음의 코드로 쓰는 장면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샌디에이고를 풍요롭게 만든 문화의 다양성
그에 반해 샌디에이고를 다른 차원에서 역동적인 도시로 만드는 것이 있는데 바로 인종, 문화적 다양성이다. 국경을 사이에 두고 멕시코와 마주하고 있는 만큼 히스패닉 인구가 전체 인구의 30%에 가까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아시아 계통 인구도 16%에 달한다. 최근 샌디에이고 시의 통계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 사용되는 언어만 100여 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샌디에이고를 중심으로 한 인종별 영화제가 다양하게 존재한다. 매년 3월 중순 개최되는 샌디에이고 라티노영화제(San Diego Latino Film Festival)가 21년째 계속되고 있고, 올해 각기 25년차와 13년차, 4년차를 맞는 샌디에이고 유대인영화제(San Diego Jewish Film Festival, 매년 2월)와 샌디에이고 블
랙(흑인)영화제(San Diego Black Film Festival, 매년 1월), 샌디에이고 아랍영화제(San Diego Arab Film Festival, 매년 11월) 등이 있다. 이 영화제들은 여전히 백인 중산층을 기준으로 움직이는 미국 사회에서 주변화된 여러 목소리를 인종적 다양성을 매개로 묶어내겠다는 지향을 공유하고 있다.
2000년에 처음 개최되어 올해로 16년째를 맞는 샌디에이고 아시아영화제(San Diego Asian Film Festival, 이하 SDAFF)는 아시아영화제로서 미국 서부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을 2003년 미국 프리미어로 상영한 것을 비롯해 매년 20여 아시아 국가와 아시아계 미국 이민자 집단에서 제작된 영화들을 초청 상영해왔다. 영화제와 더불어 정기 교육프로그램과 쇼케이스 등을 통해 아시아 및 아시아계 미국영화를 소개하는 데 앞장서온 퍼시픽아츠무브먼트(Pacific Arts Movement, 이하 Pac-Arts)가 SDAFF의 실질적인 조직과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데, Pac-Arts의 집행위원장인 리앤 김(Lee Ann Kim)이 영화제의 산파 역할을 했다. 시카고 지역한인 1.5세인 그녀는 ABC 방송국의 샌디에이고 지국인 KGTV채널10에서 2008년까지 앵커로 활동한 유명 저널리스트다. 그녀와 함께 Pac-Arts의 또 다른 한 축을 담당하는 예술위원장 브라이언 후(Brian Hu)는 UCLA 영화학과에서 홍콩과 대만 영화의 코스모폴리터니즘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SDAFF의 프로그램을 책임지고 있다.
한국영화의 새로운 얼굴, 퀴어 한국
작년 11월에 개최된 제15회 SDAFF는 한국영화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특히 의미 있는 행사였다. 영화제 특별 프로그램으로 ‘퀴어 한국을 기억하기(Remembering Queer Korea)’라는 섹션이 기획된 것이다. UC샌디에이고의 한국학 프로그램의 공동 주최로 진행된 이 회고 섹션에서는 하길종 감독의 <화분>(1972)을 포함해 네 편의 장편영화와 두 편의 단편영화가 한국영화에서의 성소수자 이미지를 보여주는 작품들로 초청되어 상영되었다. <화분>이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의도된 동성애 베드신이 들어간, 하길종 감독의 자의식이 가득한 실험영화적 면모를 보여준다면, 1988년작 <사방지>는 그 반대편에서 철저하게 관객의 말초적 관심사에 부합해 기획된 작품이 어떻게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을 남길 수 있는지를 드러내는 작품이었다. 성소수자를 다룬 한국영화의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작품 <내일로 흐르는 강>(1996)은 1990년대를 기점으로 새로이 시작된 흐름을 보여주었으며, 두 편의 단편영화 <이발소 이(異)씨>(2000)와 <올드랭사인>(2007)은 한국 퀴어영화가 과거와 관계 맺는 방식을 성찰하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여성국극을 다룬 다큐멘터리 <왕자가 된 소녀들>(2012)은 특히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첸 카이거의 <패왕별희>(1993)를 기억하는 서구 관객의 입장에서 그 반대의 특징, 즉 여성동성애적 맥락과 다큐멘터리 양식을 지닌 영화로 인식되어 흥미로운 비교를 끌어냈다.
이 섹션을 구상하고 제안한 것은 UC샌디에이고 역사학과의 토드 헨리(Todd A. Henry) 교수다. 같은 학교의 트랜스내셔널 한국학 프로그램(Program in Transnational Korean Studies)을 이끌고 있는 그는 LGBT 역사학 방법론에 대한 수업과 근현대 한국사 수업을 지도하고 있다. ‘퀴어 한국을 기억하기’는 그러한 헨리 교수 자신의 연구 관심사에서 시작된 기획으로, 그동안 한국근현대사에서 잘 다루어지지 않았던 성소수자의 역사와 그에 관한 담론, 재현 등을 한국학의 새로운 주제로 부각하고자 하는 것이다. 영화제 프로그램과 병행해서 준비된 동명의 학술행사는 그러한 문제의식을 좀 더 많은 한국학 연구자들과 공유해 함께 발전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존 트릿 예일대 석좌교수는 시인 이상에 대한 퀴어적 독해를 제안했고, 미로즈 황 하이람대 교수는 1920년대 이능화와 최남선의 화랑, 무속 연구가 어떻게 고대를 신비화하고 여성(적) 무속인에 대한 혐오를 정당화했는지를 고찰했으며,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의 김청강 박사는 1960년대에 나온 일련의 성역할 치환 코미디영화들이 지닌 정치적 의미에 대해 발표했다. 주최자인 토드 헨리 교수의 발표가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1960~70년대 주요 신문의 가십 기사나 <선데이서울> 등과 같은 가판대용 잡지에 대한 충실한 아카이브 조사를 바탕으로 당대에 존재했던 동성결혼에 대한 담론을 탐구한 것이다. 최근 김조광수 감독의 결혼으로 크게 화제가 된 동성 결혼이 과거에 이미 존재하던 담론으로서 매번 ‘한국 최초의 동성 결혼’이라는 헤드라인과 함께 귀환하던 맥락을 흥미롭게 보여주었다. 이를 통해 그는 최근의 미국과 한국의 LGBT운동에서 ‘결혼’을 통한 시민권 획득이라는 방향에 힘이 실리는 상황에 대해 조심스럽게 성찰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 밖에도 존 조 하버드대 박사후연구원, 드미트리 미로넨코 컬럼비아대 박사후연구원 등 미국 각지와 한국에서 모여든 연구자들이 모처럼 한국학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생산적인 자리였다.
UC샌디에이고의 트랜스내셔널 한국학 프로그램은 토드 헨리교수를 비롯해 문학과의 이진경 교수, 국제관계학 대학원의 스테판 해거드 교수, 음악과의 정은영 교수, 시각예술과의 박경 교수 등이 이끌어가는 간학제적 프로그램으로, 최근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지원을 통해 한국학 행사를 활발하게 개최하고 있다. UC샌디에이고에도 특히 최근 들어 K-Pop 등 한국 문화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크게 늘어나고 있으며, 이를 반영해 한국영화 및 문화에 대한 강좌도 개설되어 운영되고 있다.
by.
김한상(UC샌디에이고 트랜스내셔널 한국학 박사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