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우리 모두의 영화제: 배리어프리영화제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독자 대부분은 ‘배리어프리’라는 이름부터 생소할 것이다. ‘배리어프리’는 건축에서 시작된 용어로 장애인, 고령자 등의 편의를 증진하고자 물리적, 심리적 장벽을 없애자는 사회적 운동이다. 영상과 소리로 구성된 영화에서 장벽을 느끼는 시각, 청각 장애인, 어르신도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배리어프리 영화’ 다. 완성된 영화에 화면을 설명하는 음성 해설과 대사, 음악, 효과 등의 한글 자막을 넣어 재탄생하게 되는 배리어프리 영화는 어떤 장애가 있어도 즐길 수 있는 영화다.
배리어프리영화제는 2011년 ‘2011 배리어프리영화포럼’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시작됐다. 배리어프리 영화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하면서 배리어프리 영화가 무엇인지 알리는 것이 목적이었으며 고작 2편의 배리어프리 영화이지만 한일국제포럼개최와 함께 상영되었다. 그리고 2012년엔 7편의 영화와 화면해설이 따른 가운데 한일국제포럼이 열렸다.
2013년이 되면서 배리어프리영화제는 그 이름을 포럼에서 영화제로 바꾸었다. 새로운 포맷의 배리어프리 공연이 준비된 개막식과 배리어프리 영화 제작에 참여한 배우, 감독 등 영화인들과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를 준비하면서 페스티벌로 명명되는 것에 대해 조금은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어폐가 있는 듯 보이나 2014년 또 이름을 바꾸게 되면서 이제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든 것 같다. 배리어프리 영화가 전국 곳곳에서 상영되고 여러 종류의 상영회, 영화제 등의 이름으로 행사가 치러지게 되었다. 그래서 지역명이 붙지 않았던 배리어프리영화제는 ‘서울배리어프리영화제’라는 이름을 가지면서 서울에 안착하게 된 것이다.
2014년 4회를 맞이한 ‘서울배리어프리영화제’는 색다른 관객과의 대화를 준비했다. 관객과 관객의 만남. 배리어프리 영화와 인연을 맺은 시각장애인 방송인들과 관객이 배리어프리 영화에 집중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영화제를 통해 배리어프리 영화를 처음 만나는 많은 관객이 왜 이것이 필요한지, 진짜 도움이 되는지 등 진솔한 얘기가 오갔다.
여러 영화제가 각기 다른 주제, 형식의 영화를 상영하지만 배리어프리영화제는 그 어떤 영화제보다 특정 영화에 한정해 상영한다. 한 해 동안 만들어진 배리어프리 영화를 정리하는 자리이기도 하고, 상영관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배리어프리 영화를 한 자리에 모아 함께 즐기기 위한 자리다. 그리고 수화 통역과 문자 서비스를 제공해 많은 이들이 함께 소통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한다.
한국영상자료원과 함께 행사를 진행하며 행사 장소를 시네마테크KOFA로 고집하는 이유도 영화제의 이러한 특징에 있기도 하다. 영화제의 주관객인 장애인들이 접근하기 좋은 극장이 많지 않다. 물론 시네마테크KOFA가 지하철역과 거리가 있기는 하나 2014년에는 셔틀버스를 운행하면서 이를 극복하고 관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배리어프리영화제의 모토는 ‘우리 모두의 영화제’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축제가 되고자 한다. 그래서 하고 싶은 것이 더 많이 있다. 2015년에는 난청인을 위한 별도 상영을 시도해보고 자 한다. 아무리 좋은 의도의 배리어프리 영화라고 하더라도 소리를 듣기 힘든 난청인들에게는 소음일 뿐이다. 그래서 그들을 위한 상영본과 상영 시간을 따로 준비하려고 한다. 이런 작은 노력들이 한데 모여 배리어프리영화제는 앞으로 조금씩 더 섬세해질 것이다.
by.김수정(배리어프리영화제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