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영화로 교감하는 우리들의 이야기 서울노인영화제
‘영어 잘하기’ ‘유럽으로 배낭여행 떠나기’ ‘제주도에서 살아보기’ ‘스케이드보드 타기’ ‘영화 찍기’ 이것들은 다 무엇일까? 이미 예상했겠지만 이 목록은 누군가의 버킷리스트다. 목록을 보고 이러한 내용을 적은 사람이 누구인지 안다면, 아마도 그는 2014년 제7회 서울노인영화제에 참석한 사람이리라. 이 버킷리스트는 제7회 서울노인영화제 트레일러 주인공인 60세 할머니의 것이다.
우리는 흔히 ‘내 인생의 화양연화’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중요한 것은 여기서 말하는 ‘인생의 화양연화’가 과거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서울노인영화제를 기억하고, 추억하며 기다리는 어르신들 모두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며 자신의 설레는 화양연화를 찾는 분들이다.
‘영화를 통한 도전!’ ‘영화를 통해 새로운 노인 문화를 만들어가는 영화제!’ ‘영화를 통해 청년과 노인이 만나 자신들의 세상을 나누는 문화의 장!’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있는 곳’, 이것이 서울노인영화제를 가장 잘 드러내는 말일 것이다.
서울노인영화제는 노인 섹션과 청년 섹션으로 나뉜다. 노인 섹션은 만 60세 이상이면 누구나 장르 제약 없이 영화를 출품할 수 있으며, 청년 섹션은 60대 미만 세대의 연출자로 노인과 노인 문화, 세대 통합을 주제로 한 작품이면 출품 가능하다. 서울노인영화제는 노인 감독에게는 지속적으로 작품을 제작할 수 있도록 하고, 창작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며 노인 스스로 문화의 주도적인 생산자로 설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더불어 청년감독에게는 노인과 노인 문화를 새롭게 바라볼 기회를 제공한다. 그리하여 두 세대의 감독들이 이 영화제를 통해 만나고 교감하며 관객과 소통하기를 지향하고 있다. 당신이 서울노인영화제에 온다면 청년 감독과 노인 감독이 영화를 놓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다.
2008년 서울노인영화제를 처음 시작했을 당시, 어르신이 영화를 제작한다는 것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어느 누구도 노인 세대가 미디어로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해낼 거라고 생각지 못했다. 그만큼 미디어라는 매체에 노인들은 소외되어 있었고, 막상 영화 제작에 도전하는 노인 감독들에게도 그 과정은 낯섦 그 자체였다. 그러나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현장에서 만나는 노인 감독은 과거의 모습과는 분명 달랐다. 그들은 자신의 입과 눈을 통해, 자신들만의 이야기로 사회에 말을 걸고 있다. 서울노인영화제는 이 말 걸음에 응답하고자 하는 영화제다.
“소중한 순간이 오면 따지지 말고 누릴 것, 우리에게 내일이 있으리란 보장은 없으니까.”
바로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중에서 주인공인 100살의 알란 할아버지가 한 말이다. 지금 소중한 순간을 기다리며 도전하는 사람들과 그들이 던지는 메시지를 만나고 싶은 모든 분과 함께 이 모든 것이 서울노인영화제를 통해 구현될 것이다.
by.송승민(서울노인영화제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