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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극장들
태평극장에서는 친구와 <쥬라기 공원2>를 보았다. 전편을 비디오로 2번 본 우리는 만약에 ‘투’가 나온다면 꼭 극장에서 보리라 다짐했다. 태평극장은 당시 광주 충장로의 초입에 있었다. 한강의 10분의 1 정도 되는 광주천을 옆에 끼고 다소 과장된 중세풍의 인테리어가 눈길을 끄는 곳이었다.
영화는 실망스러웠다. <쥬라기 공원1>에서 크게 나아진 게 없는 특수효과에 영화의 핵심이랄 수 있었던 랩터는 별로 안무서운 주제에 별나게도 안 죽었다. 우리는 중학교 3학년이었고 남자였으므로 어지간한 일에 두려움을 표하지는 않았다. 친구와 나는 서로 으스대며 “별것도 없네!” “완전 시시하구먼!” 이런 말을 주고받았던 것 같다. 태평극장을 빠져나와 마주한 이른 저녁, 날은 아직 밝았고 충장로의 여름은 참으로 태평했다. 우리는 하릴없이 그저 걸었다. 옆구리에 찬 삐삐는 전혀 울리지 않았고 딱히 약속도 없었다. 비슷한 패션을 한 또래 녀석들을 충장로 골목 여기저기서 몇 번이고 마주쳤다. 곁눈질로 여자애들이 예쁜지 훔쳐보고 남자애들은 좀 센지 살펴보았다. 천변을 뒤로하고 충장파출소 사거리로 흘러간다. 성도극장을 지나 화니백화점 앞에서 길을 건너 금남로 우체국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제일극장과 무등극장이 차례로 나온다. 삼복서점에서 전남도청을 가운데로 하고 난 큰 8차선 도로를 건너면 전일빌딩이고, 빌딩 1층에는 광주에서 가장 큰 오락실이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쏘다녔다. 별일이 일어났으면 좋겠는 날이었지만 역시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참이었다. 가던 길을 되돌아가다 다시 성도극장 앞에서 우린 우뚝 섰다. 고소영 정우성 주연의 영화 <비트>가 상영 중이었다. 우리는 주머니에 남은 돈을 탈탈 털어 영화표를 끊었다. 충장로에 나온 지 6시간 만에 2주일치 용돈을 모두 써버린 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삐삐는 울리지 않았다. 어두운 극장에 나와 내 친구, 그리고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누나 둘이 앉아 있었다. 누나 둘은 영화 중간에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리고 우리에게 나긋이 물었다. “필 줄 아니?” “한 대 줄까?”
<비트>의 마지막 장면은 고소영이 정우성의 삐삐에 음성을 남기는 것이다. 정우성은 끝내 고소영에게 닿지 못했던 것 같다. 시간이 흘렀고 <비트>의 주연 배우들은 아직도 연기를 계속하지만 이 글에 언급된 극장들은 이제 없다. 함께 영화를 봤던 친구들도 얼굴 보기 힘들다. 삶이 영화 같지 않다는 건 진즉에 깨달았다. 다만 지나간 그것들은 꼭 영화 같다. 삶의 구석구석에 극장의 기억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라진 극장들을 되새기는 밤이 길다.
서효인 시인
2006년 <시인 세계>로 등단. 지금까지 <소년 파르티잔 행동 지침>(2010)과 <백 년 동안의 세계대전>(2011) 등 두 권의 시집을 냈다. <백 년 동안의 세계대전>으로 제30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 산문집 <이게 다 야구때문이다>(다산책방)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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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효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