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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다양성 영화의 성장을 기대하며
한국영화가 국제영화제와 영화 시장에 본격적으로 소개되면서 전 세계 영화 관계자와 관객을 만나게 된 것은 1990년대 중후반 이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당시 한국영화 시장이 양적으로 성장하면서 많은 젊은 인력이 영화계로 유입되는 분위기가 조성됐고, 재능 있는 신인 감독들이 새롭고 다양한 작품을 연출할 기회 또한 많아졌다. 산업적인 면에서뿐만 아니라 정책적으로도 한국영화의 성장을 뒷받침하며 지원이 확대되던 시기였다. 이러한 시기에 젊고 재능 있는 제작자와 감독들은 새로운 시도를 했고, 한국영화는 괄목할 만한 양적 질적 성장을 이루며 활짝 피어나게 됐다.
이 시기에 주목받은 신인 감독들이 지금은 국내 영화계를 이끄는 감독이 됐고, 해외 영화 시장에서도 한국영화의 작품성뿐만 아니라 상업성을 알리며 인지도를 높였다. 대표적 감독으로 박찬욱, 봉준호, 김지운, 이창동, 임상수, 김기덕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초청 및 수상을 하며 해외 영화 시장에서 한국영화의 위상을 높였고, 전 세계에 배급돼 일반 관객을 통해 한국영화의 브랜드를 만들어갔다. 이 중 몇몇 감독은 할리우드에서 직접 연출하며, 해외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했다.
그러나 한국영화의 꾸준한 양적 팽창은 일부 해외시장에 대한 의존이라는 문제를 불러왔고, 국내 영화 산업의 투자 시장 변화와 불법 다운로드를 비롯한 부가 시장의 붕괴는 한국영화의 정체기로 이어지게 됐다.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갖춘 좋은 영화들은 꾸준히 만들어졌으나, 국내 투자의 위축으로 한국영화 산업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침체됐고 이러한 분위기는 제작 편수의 감소 및 작품의 소재와 창작에도 영향을 미치게 됐다. 즉, 새로운 시도나 참신한 소재의 작품이 제작되는 기회가 줄어들면서, 지난 몇 년간 제작된 한국영화는 대중적 소재의 장르영화이거나 다양성 영화 또는 큰 예산의 대작이거나 저예산 영화로 소재 면에서도, 제작비 면에서도 양분되는 현상이 심화되었고 이러한 현상은 해외 영화 시장에서 한국영화의 대표적인 강점으로 꼽히는 ‘다양성’이 축소되는 경향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열거한 대표적 감독들이 작품성과 상업성을 겸비한 작품으로 브랜드를 구축한 반면, 최근의 한국 영화 시장이 보여주듯 뛰어난 연출력으로 한국 관객을 사로잡은 다수의 작품은 장르영화다(1000만 관객을 동원한 최고의 흥행 영화가 드라마라는 점은 흥미롭다). 이 작품들은 대부분 해외시장에서 국제영화제를 통해 작품성을 인정받기보다는 작품 자체의 흥행성, 장르와 출연한 배우를 통해 배급 시장 진출을 활발히 했다. 저예산 다양성 영화의 경우 전 세계의 수많은 국제영화제에서 꾸준히 초청받거나 수상을 하며 한국영화의 작품성과 함께 다양성의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다.
최근 세계 3대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한국영화가 없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그러나 3대 영화제가 아닌 전 세계의 수많은 국제 영화제에 우수한 한국영화가 꾸준히 초청되고 있고 수상을 했으며, 경쟁 부문이 아니어도 3대 영화제에 초청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양극화가 완화되고 다양성이 유지될 수 있는 제작 환경을 통해 재능있는 젊은 감독들이 지속적으로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 현재 한국영화 산업과 세계 영화 시장에서 한국영화의 브랜드를 만든 감독들이 신인 시절 재능을 펼칠 수 있었듯이, 차세대 젊은 감독들이 그들의 참신한 창작 능력과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산업적 기반이 조성됐을 때 한국영화의 역동성, 다양성, 그리고 작품성과 상업성을 겸비한 작가주의 감독들이 더 많이 배출될 수 있을 것이다.
by.
남경희((주)디앤시엔터테인먼트 해외세일즈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