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서포터즈 4인이 본 영상자료원 창립 40주년 기념 영화제 ①
고전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한국이라는 곳은 너무나 척박한 땅이다. 이 척박한 땅에서, 한국영상자료원은 마치 오아시스와 같은 특별한 공간이다. 국내 유일의 영화 아카이브로서 고전영화의 발굴과 수집, 복원, 그리고 상영의 기능까지, 4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시네필의 마음을 위로해준 것이다.
성황리에 열린 이번 한국영상자료원 40주년 기획전 ‘발굴, 복원 그리고 재창조 영화제’는 영상자료원의 소중함을 되새겨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는 단지 ‘40주년’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기획전 구성이 질적으로 워낙 뛰어나기 때문이다. 꿈같은 작품들이 이 기간 내내 자료원 스크린을 수놓고 있다.
이번 기획전에서 여러 작품을 감상했는데 가장 황홀한 경험은 바로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유작 <꽁치의 맛>(1962)을 스크린에서 만난 것이었다. 많은 시네필에게처럼, 필자에게 오즈는 경외의 대상이다. 오즈 영화 특유의 구조, 반복, 변주, 리듬,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세상을 바라보는 감독의 혜안은 매번 감탄을 자아낸다. 오즈의 영화 중에서도 인생의 영화와도 같은 <꽁치의 맛>을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어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꽁치의 맛>은 오즈의 영화 세계를 집대성한 작품이다. 그가 즐겨 다뤄온 ‘딸 시집보내기’ 테마에 대한 마지막 변주이고, 그 속에 오즈 특유의 유머, 그리고 운명적인 고독의 여운이 듬뿍 담겨있다. 나아가 제2차 세계대전 참전기와 학창 시절 선생님의 이야기를 다룸으로써 고독한 현재를 위로할 추억의 과거를 유의미화하고, 후회가 경감된 미래를 위해 냉혹한 선택이 요구되는 현재의 안타까움을 묘사한다. 필자는 이 영화가 오즈 야스지로의 가장 성숙한 영화라고 믿는다.
스크린에서 이 영화를 재관람하면서 가장 특별했던 점은 바로 심도의 발견이었다. 작은 화면으로 그의 영화를 보았을 때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글로만 배웠던’ 지점이다. 오즈는 다층적구조의 프레임을 통해 공간에 심도를 부여함으로써, 정갈하고 정교한 그의 미학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탁월한 공간감을 획득했으며, 풍요롭고 인간적인 느낌을 성취했다. 정말 특별한 영화 체험이었다.
이토록 특별한 영화 체험은, 한국영상자료원의 존재로 인해 앞으로도 여러 번 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도 기회가 될 때마다 이번 기획전의 상영작들을 관람하고, 이후에도 애정을 갖고 영상자료원을 찾을 것이다. 오랜 기간 이 소중한 오아시스가 제공하는 달콤함을 맛보고 싶다. 40년을 넘어 50년, 100년이 넘도록 우리 곁에 한국영상자료원이 있어주길 바라며, 부족한 글을 마무리한다.
by.김종대(한국영상자료원 온라인 서포터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