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선]한국영화 베스트 10, <자유부인>(한형모, 1956)
영화 <자유부인>은 1954년 <서울신문>에 연재된 정비석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것이다. 이 영화를 만든 한형모는 실제로 1950년대 가장 뛰어난 현실 감각을 지닌 멜로드라마 감독 중 한 사람이기도 하다. 감독은 영화의 유명세에 빌미를 제공한 ‘대학교수 부인의 성적 일탈’이라는 선정적인 소재를 1950년대 후반의 섬세한 사회・문화적 지형도 속에 위치시킴으로써 당대의 세태와 정서, 윤리의식의 변화를 총체적으로 그리고 있다. 이 사회・문화적 지형도가 그려내는 한국 사회는 6・25전쟁 동안 물밀듯이 유입된 미국식 개인주의와 생활양식, 그리고 자본주의적 가치들과 소비 문화가 전통적 관습, 문화, 가치관과 격렬히 충돌하는 혼돈과 변화의 장이다. 영화가 보여주는 여성의 욕망과 일탈은 바로 옛것과 새것이 서로 혼종되고 교차하는 시대의 변화와 흐름으로부터 파생된 것이다. 영화는 결말에서 ‘가정으로 복귀한’ 자유부인 오선영의 참회의 눈물을 보여줌으로써 기존의 가치체계들을 복구함과 동시에 그 의미를 재확인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영화가 시종일관 제시하는 시각적 경험들은 기존 사회질서와 가치체계의 근간을 흔들며 목하 진행 중인 변화의 움직임, 특히 여성의 성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새로운 감각적 소여들이다.
by.이정하(단국대학교 공연영화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