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박물관 '어린이영화아카데미’ 현장 탐방기
‘어린이영화아카데미’ 프로그램은 한국영화박물관에서 2008년부터 계속 이어져오는 어린이 단편영화 제작 프로그램이다. 매년 3~5월에는 미디어 교육 경험이 부족한 지역아동센터 세 곳을 찾아가 수업을 하고, 8월에는 개인 신청을 받아 영화박물관에서 두 팀의 수업을 진행해나간다. 특히 개인 신청자 팀은 해가 갈수록 신청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는, 영화박물관의 인기 교육 프로그램 중 하나이기도 하다.
‘어린이영화아카데미’는 총 6회 수업으로 진행되는데, 초반 3회까지는 영화를 찍기 위한 기반을 닦는 시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영화가 여러 명의 스태프와 배우들이 모여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협업 작업이라는 점에서 아이들은 서로 이해하고 알아가기 위한 놀이를 하고, 촬영과 영상, 편집에 관한 이해를 돕는 놀이들을 통해 자연스레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아이들이 찍을 영화의 이야기를 만들어본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아 하나의 시나리오를 만들고, 촬영할 장면들을 직접 콘티로 그려본다. 이 장면에선 인물이 어떤 심정으로 연기해야 하는지, 어떤 대사가 어울릴지, 카메라는 어떤 각도로 인물을 잡아야 할지, 그리고 어떤 소품이 필요한지 등을 콘티에 담고, 촬영을 하는 동안 아이들은 이 콘티북을 참고하게 된다. 콘티까지 완성했으니 이제 촬영에 필요한 장비 설명과 역할 분담을 하고 나면 드디어 아이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촬영을 시작한다.
처음엔 친구의 연기가 어색해서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하고, 촬영 장비 사용이 익숙하지 않아서 당황하기도 하지만 영화를 찍다보면 금세 장비를 능숙하게 다루고, 촬영이 시작되면 아이들은 모두 숨을 죽이고 집중한다. 몇 번의 NG 끝에 감독이 OK라고 외치면 아이들은 다 같이 박수를 치면서 환호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각자의 역할을 소개하는 엔딩 크레디트까지 촬영하면 아이들의 역할은 끝난다. 이렇게 후반 2~3회 동안 촬영한 영상은 10분 남짓한 단편영화로 만들어진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고생해서 찍은 분량이 이것밖에 되지 않느냐며 아쉬워하고, 영화 찍는 게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고 한다. 이후 영상 편집 작업은 강사들의 몫이지만, 이 장면에선 이런 효과음이나 배경화면을 깔아달라고 하는 등 편집 과정에서도 아이들의 의견을 반영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상영회 날 자신들이 찍은 영상이 얼마나 멋진 영화로 나와 있을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확인하게 된다. 특히 매년 8월에 열리는 전체상영회는 ‘어린이영화아카데미’에 참여한 다섯 팀의 아이들이 가족과 친구들을 초청해 자신이 만든 영화를 함께 관람하는 행사다. 150석 규모의 큰 스크린을 통해 자신이 만든 영화를 관람하고, 무대 위로 올라와 못다 한 이야기를 하게 된다. 영화를 찍으면서 느낀 소감이나 에피소드 등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관객의 질문에 진지하게 답하기도 한다. 이러한 기회는 아이들이 직접 영화를 찍은 시간만큼 값진 경험이 될 것이다. 2014년에도 ‘어린이영화아카데미’는 계속되니, 영화를 사랑하는 꼬마 감독, 스태프, 배우들은 영화박물관의 공고를 관심 있게 살펴보길 바란다.
by.최소미(한국영상자료원 연구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