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이 정도 스케일은 돼야 블록버스터!
편집자 주 지면상 순위에 상관없이 필자가 꼽은 베스트 장면을 차례로 싣기로 한다.
<스워드피시>(도미닉 세나, 2001)
<스워드피시>는 범작에 가까운 스릴러였지만 그래도 몇 개의 액션 신만은 별 넷을 받을 만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존 트라볼타와 휴 잭맨이 탄 스쿨버스가 헬리콥터에 실려 LA의 마천루 사이를 통과하던 장면이다. 20여 개 거리의 교통을 통제한 채 진행된 이 촬영에만 1300만 달러가 들었다고 한다. 폭발신과 추격신을 제외하면? 할리 베리의 가슴이 남는다. 상반신 누드를 선보이는 대가로 이 배우는 50만 달러의 개런티를 추가로 지급받았다.
<나는 전설이다>(프란시스 로렌스, 2007)
리처드 매드슨의 장르 고전을 스크린에 옮긴 프랜시스 로렌스의 <나는 전설이다>에서 주인공 로버트 네빌(윌 스미스)은 혼란스러웠던 엑소더스의 밤을 회상한다. 겁에 질린 시민들이 좀비 바이러스가 발견된 뉴욕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와중에 군에 의해 브루클린 다리가 폭파된다. 도시를 고립시켜 질병의 확산을 막고자 하는 정부의 지시가 내려졌던 것. 1000명의 엑스트라와 250명의 스태프가 6일 밤 동안 촬영한 이 신에만 500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자됐다.
<매트릭스 리로디드>(앤디&라나 워쇼스키, 2003)
공중으로 치솟은 트리니티나 쓰러질 듯 몸을 기울인 채 총알을 피하는 네오를 플로모션(flow-motion)으로 담았던 <매트릭스> 속 장면들은 액션 장르의 결정적 순간으로 남았다. 속편 <매트릭스 리로디드>를 준비하며 워쇼스키 남매는 전편을 능가할 만한 볼거리를 고민해야 했다. 그 결과가 수백 명의 ‘스미스들’과 네오(키아누 리브스)가 벌이는 격투신이다. 총 17분 분량을 완성하는 데 4000만 달러가 쓰였다.
<진주만>(마이클 베이, 2001)
스티븐 스필버그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보고 자극을 받았던 걸까? 2001년에 마이클 베이는 1억 4000만 달러짜리 전쟁 서사극 <진주만>을 발표하며 작가적 욕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러닝타임이 3시간에 이르는 이 대작에서 그나마 좋은 평가를 받았던 건 일본 가미카제 부대의 공습을 묘사한 몇 분 분량뿐이었다. 여섯 척의 군함이 연달아 폭발하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감독은 7000개의 다이너마이트와 4000갤런의 가솔린, 그리고 550만 달러의 돈을 쏟아 부었다.
<피라미드의 공포>(베리 레빈슨, 1985)
10대 시절의 셜록 홈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배리 레빈슨의 모험 추리극에 대한 한국 관객들의 반응은 미국 현지보다 더 뜨거웠다. 극 초반, 노신부가 환각 속에서 목격하는 스테인드글라스 기사는 극영화 최초의 CGI 캐릭터다. ILM의 아티스트들이 꼬박 4개월 동안 매달려 이 장면을 완성했으며, 최종 감수는 존 라세터가 맡았다.
<007 스카이폴>(샘 멘데스, 2012)
샘 멘데스가 연출을 맡은 <스카이폴>은 역대 007 시리즈의 흥행 성적과 제작비를 모두 경신한 작품이다. 예산이 2억 달러까지 치솟는 데는 후반부의 대규모 폭발신도 적잖이 기여했다. 감독은 클래식 애스턴 마틴과 스카이폴 저택을 연달아 불꽃으로 만들며 이 역사적인 시리즈를 확실하게 리셋시켰다.
<트루 라이즈>(제임스 캐머런, 1994)
당대의 기술력을 총동원해 불가능한 상상들을 스크린 위의 현실로 옮겨놓았던 이 작품은 할리우드 액션 장르에 관한 대단히 비싸고 영리한 농담이었다.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테러리스트들을 저지하기 위해 미사일로 다리를 끊고, 그 위를 달리던 차에서 제이미 리 커티스를 구출해내는 시퀀스는 관객의 심장을 떡반죽 주무르듯 한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크리스토퍼 놀란, 2012)
크리스토퍼 놀란은 컴퓨터그래픽 사용에 소극적인 연출자다. 고담시의 풋볼 경기장 바닥이 내려앉는 장면에서도 컴퓨터 마우스가 그려낸 부분은 생각만큼 크지 않다. 피츠버그 스타디움을 실제로 갈아엎어 곳곳에 구덩이를 만들고 소량의 폭약을 터뜨려 촬영을 마친 뒤, CG로 극적인 효과를 더한 게 지금의 결과물이다.
<토탈 리콜>(폴 베호벤, 1990)
화성의 환경을 본뜬 ‘대규모’ 미니어처 세트에서 벌어지는 액션이나 산소 부족으로 과장되게 일그러지는 아널드 슈워제네거의 표정 묘사는 그 투박함 때문에 오히려 더 매력적이다. 통째로 가짜 같기만 한 렌 와이즈먼의 2012년 작 리메이크는 21세기의 블록버스터가 잃어버린 생생한 질감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워터월드>(케빈 레이놀스, 1995)
돌이켜보면 그렇게까지 형편 없는 작품은 아니었지만 프로덕션 팀의 시행착오로 제작비가 1억 7500만 달러까지 불어난 게 문제였다. 그래도 1000t 이상의 강철을 공수해 만든 수상 세트 위에서 벌어지는 액션에는 꽤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다. 이후 유니버설스튜디오는 이 세트를 자사의 테마파크에 재활용하게 된다.
by.정준화(W Korea 피처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