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븍록버스터]블록버스터에 관한 6가지 잡담 05. 외계
조(조엘 코트니)와 친구들은 좀비 영화를 만드는 중이다. 기차 플랫폼 주변에서 촬영을 진행하던 날 밤, 그들은 기차와 트럭의 이상한 충돌사고 현장을 목격한다. 그날 이후 릴리안 마을에는 수상한 일이 연달아 발생하고, 보안관들은 무언가 감추려는 공군들과 대립하며 사건을 규명하려 애쓴다. 반면 자신들의 8mm 카메라에 포착된 괴생명체의 모습을 발견한 아이들은 미묘한 흥분과 긴장감을 동시에 느낀다.
일반적인 할리우드식 SF 블록버스터를 기대했다면 속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JJ 에이브럼스 감독의 <슈퍼 에이트>(2011)가 궁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외계 생명체를 둘러싼 거대 재난도, 인간과 미지의 존재가 나누는 애틋한 우정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어쩐지 익숙하게 느껴지는데, 아마도 러닝타임 내내 어른거리는 기존 영화들의 그림자 때문일 것이다. 또래 아이들의 모험은 <구니스>(리차드 도너, 1985)를, 사람과 소통이 가능한 외계인이라는 설정은 <미지와의 조우>(스티븐 스필버그, 1977)나 < E.T. >(스티븐 스필버그, 1982)를 떠올리게 하며, 마을을 불안에 빠뜨리는 그의 정체를 명확하게 드러내지 않는 연출 기법은 <클로버 필드>(맷 리브스, 2008)와 흡사하다. 심지어 지구에 불시착했으며, 군인에 의해 감금된 후 억지로 생체실험을 당했다는 외계인의 과거는 <디스트릭트 9>(닐 블롬캠프, 2009)에 맞닿아 있다. 요컨대 <슈퍼 에이트>는 SF와 스릴러, 모험담과 괴수물의 조합본이자 흘러간 영화들에 대한 오마주인 것이다.
익숙함 속에서 건져 올린 블록버스터의 미래
그러나 영화의 진짜 특기는 외계라는 소재와 성장담을 능숙하게 엮어내는 지점에서 발휘된다. 괴생명체의 정체를 찾아나서는 상황에서 앨리스(엘르 패닝)를 두고 찰스(라일리 그리피스)와 조가 벌이는 신경전은 사춘기의 정서를 고스란히 재현하고, 조가 엄마를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는 과정은 낯선 존재와의 소통이자 성장의 일면으로 그려진다. 외계인이 우주선을 재건해 떠나는 시점은 과거의 사건에 갇혀 있던 어른들 역시 변화하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한다.
결국 SF 블록버스터의 외피를 빌렸으면서도, 스펙터클에 잠식당하지 않고 보편적인 이야기를 해냈다는 사실이야말로 이 작품의 가장 큰 성취인 셈이다.
그래서 <슈퍼 에이트>는 영화의 과거에 바치는 헌사일 뿐 아니라 블록버스터의 미래에 대한 힌트처럼 보이기도 한다. 때로는 화려하고 거대하게 펼쳐놓은 이야기도 이토록 사랑스럽고 짜릿하며 뭉클할 수 있다. 엔딩 크레디트와 함께 등장하는 아이들의 좀비 영화 < The Case >까지 보고 나면, 도리 없이 고개를 끄덕이게 될지도 모르겠다.
by.황효진(웹매거진 ize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