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블록버스터에 관한 6가지 잡담 02. 아바타
얼마 전 세상 떠난 영화 평론가 로저 에버트. 2010년 한 잡지에 글을 기고했다. “내가 3D 영화를싫어하는 이유, 그리고 당신도 그래야 하는 이유. ” 도발적인 제목을 앞세운 글에서 그는 당시 유행처럼 번지던 3D 영화를 성토하고 있었다.
2D 영화보다 훨씬 더 어두운 화면을 봐야 하고, 더 비싼 돈을 주고 티켓을 사야 하며, 불편한 안경 때문에 두통까지 느껴야 하는 문제 등을 차례로 지적하더니, 자신이 3D 영화를 싫어하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평평한 스크린으로 영화를 볼 때도 내 마음속에는 이미 3차원 영상이 펼쳐진다. 그런데 굳이 또 안경을 써야 할까?”
하지만 글을 끝맺기 전, 이 완고하고 까다로운 평론가께서 “예외적으로 좋아했던 3D영화”가 딱 한 편 있다고 고백했다. 그게 바로 <아바타>였다. “제임스 캐머런처럼 자신이 사용하는 테크놀로지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또 능숙하게 활용할 줄 아는 감독이 만든 3D영화는 싫어하지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평평한 스크린으로 영화를 볼 때도 내 마음속에는 이미 3차원 영상이 펼쳐”진다고 주장하던 로저 에버트였지만 <아바타>를 볼 때만큼은 “굳이 또 안경을 써야” 하는 번거로움을 전혀 번거롭게 느끼지 않았다. 단지 3D로 ‘만든’ 영화가 아니라 3D를 잘 ‘써먹은’ 영화였기 때문이다.
할리우드는 자주 그 사실을 까먹어서 곧잘 돈까지 까먹는다. 새로운 기술이 중요한 게 아니라, 새로운 기술을 제대로 다룰 줄 아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걸 간과한다. 제임스 캐머런 같은 괴물의 저력을 남들도 쉽게 흉내낼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한다.
조지 루카스가 말했다. “우주를 하나 창조한다는 건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세상에는 자기만의 우주를 만들 수 있는 단 몇 명의 사람이 있고, 캐머런은 그중 하나다. 나는 캐머런이 남들보다 항상 한발 더 나아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바타> 이전에도 3D 영화는 있었다. 하지만 <아바타> 이후 그들의 존재는 까맣게 잊혔다. <아바타> 이후 매년 30여 편씩 새로운 3D 영화가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아직도 <아바타>는 잊히지 않았다. “자신이 사용하는 테크놀로지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또 능숙하게 활용할 줄 아는 감독”이 세운 또 하나의 이정표. 모든 SF 영화가 <터미네이터2-심판의 날>을 넘으려 했듯, 모든 재난 영화가 <타이타닉>을 제치려 했듯, 모든 3D 영화는 <아바타>를 앞지르려 한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남들보다 먼저, 빨리 그리고 멀리, 항상 한발 더 나아갈 것이므로.
by.김세윤(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