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즈의 동방 나들이 전차표 사셨어요?>
한국에 영화가 들어온 시기에 대해 몇몇 이견들이 있으나, 일반적으로 1903년을 전후로 조선대중에게 활동사진이 공개됐다고 알려진다. 「한국영화사」(정종화,2007)원)에 따르면, 1901년경 한국을 여행했던 미국인 여행가 일라이어스 버튼 홈스(Elias Burton Holmes)의 여행기를 통해서도 한국에서 영화가 상영되었다는 기록을 접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이 바로 그 버튼 홈즈의 「사진 여행기」(원제 )를 옮긴 것이다. 사진기와 소형 촬영기를 들고 세계 각국을 발로 누볐던 홈즈는 그의 생생한 현장 사진자료와 짤막한 인상기를 총 열권에 담아 1914년에 「버튼 홈즈 여행기」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 이 책은 그 중 마지막 권에 해당하는 것으로, 조선편과 일본편으로 나뉘어져 있다. 제물포를 거쳐 한양에 입성한 홈즈의 ‘우리 일행’이 당시 조선인들과 함께 종종 사진 속에 등장하며, 이재순 공의 소개로 고종에게 영사기를 선보이고 답례로 선물과 환대를 받았다는 에피소드도 볼 수 있다. 당시 조선에 거주하던 외국인들 대부분이 선교나 외교, 교육, 의료 등 특정한 직업 의식이나 목적 의식을 가지고 공적인 임무 수행에서 얻어낸 인상을 주로 글로 표현한 데 비해, 홈즈는 순수한 민간인의 신분으로 조선에 들어와 ‘코리아’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필름에 담아 매우 솔직하고 꾸밈없는 소중한 인상기를 우리에게 남겨주고 있다.
by.권용숙(영화사연구소 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