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홍보]뉴 미디어, 영화 홍보의 격변기가 도래하다
현대사회에서 마케팅이라는 개념이 일반화되었고 수익 창출을 요하는 곳에서는 어디든 마케팅의 역할이 매우 중요시되고 있다. 마케팅이 활발해지면서 영화 분야도 마찬가지로 마케팅은 영화의 흥행을 좌우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그러나 영화 마케팅과 일반 제품 마케팅과는 차이가 있다. 다른 제품들은 론칭을 할 때나 팔리는 것을 봐서 장기적으로 마케팅 수준을 조절할 수 있는 반면, 영화는 개봉하는 순간 관객이 들지 않으면 거의 곧바로 간판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개봉 영화 편수가 많아지면서 이러한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개봉하는 주 주말에도 극장에서 만나볼 수 없는 영화가 부지기수다. 매주 쏟아지는 영화 사이에서 일단 최초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이후를 기대하기 어렵다. 입소문으로 관객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그 역시 손에 꼽을 정도다. 개봉일을 기점으로 영화의 운명이 결정되기 때문에 영화 홍보는 개봉 전, 단시간 내에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것을 목표로 하게 된다.
제품을 소비자에게 널리 알리는 활동인 홍보는 마케팅에서 매우 중요한 활동 중 하나다. 영화 홍보만큼 온라인과 긴밀한 영역 또한 드물다. 온라인은 다양한 멀티미디어를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속도와 효과 측면에서 그 어떤 매체보다 빠르고 넓다. 그 때문에 영화 홍보에서 인터넷만큼 적절한 영역이 또 없을 것이다.
불과 10년, 인터넷의 발달이 영화 홍보에 미친 영향
포털 사이트의 등장은 많은 부분을 변하게 만들었다. 인터넷은 혁명이라고 할 만큼 순식간에 영역을 확장해갔다. 불과 10년 사이에 영화 홍보 방식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미디어의 종류와 형태가 많아지고 세분화하면서 더욱 다양한 시도가 요구되었고 그에 맞춰 홍보 활동 역시 변화했다. 오프라인 영화 마케팅사가 1994년 올댓시네마에서 시작되었고, 온라인 마케팅사는 1998년과 1999년에 국내 포털 사이트들이 생겨나기 시작해 인터넷이라는 영역이 점차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아가던 2000년대 초반 경쟁적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온라인상의 홍보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것은 2003년경이었다.
2002년까지만 해도 보도자료를 작성하면, 보도사진을 매체 수만큼 뽑고 작성한 자료를 들고 일일이 신문사를 찾아가 배포했다. 간혹 급박하게 나가야 하는 보도자료는 팩스로 보내고, 필요한 사진을 메일로 보내주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메일을 주고받는 것이 일상적이 되다보니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메일로 전달한다. 이는 일정한 방식이 정해져 있는 데 영화의 포스터를 상단에 배치하고 중앙에는 보도자료 본문을, 하단에는 영화와 관련된 자료를 다운로드할 수 있는 버튼이 들어간다. 시의성에 맞게 자료를 내보내는 기동력이 좋아졌고 그만큼 관객에게 노출되는 시점 또한 빨라졌다. 기사를 제공하는 횟수도 대폭 늘어났다. 평균적으로 한국영화의 경우 60~80회 정도, 외국영화의 경우 20~50회 사이의 횟수로 메일링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이전에는 메일로 기사를 제공하는 것은 일주일에 1회 정도, 총 10회 안팎이었으니 그 횟수만 보더라도 엄청나게 늘어음을 알 수 있다.
뉴 미디어의 등장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영화 홍보
영화 홍보 활동은 인터넷의 등장으로 민감하게 변화해왔다. 영화 홍보는 새로운 콘텐츠를 단기간에, 다량으로 소개하는 특성 때문에 새로운 매체, 즉 뉴 미디어의 등장에 빠르게 반응하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 인터넷의 등장은 영화 홍보의 방식을 바꾸어놓았다. 그야말로 영화 홍보는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했다고 할 수 있다. 영화 홍보는 인터넷의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돼 홈페이지, 미니홈피, 블로그, 카페 등 커뮤니티의 유행을 고스란히 따랐다.
예전의 인터넷 영화 홍보의 기본은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것이었다. 영화에 걸맞은 홈페이지 주소를 선정하고, 홈페이지 안에 그 영화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정보를 가득 담았다. 홈페이지의 경우 예전에는 영화 정보를 하나로 모아주고 관객과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구성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지만 근래에는 포털 사이트 등에서 영화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찾을 수 있고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홈페이지에 공을 들이는 일이 줄어들었다. 예전만큼의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이지 않고도 인터넷의 다양한 통로를 통해 영화를 홍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홈페이지에 이어 등장한 것이 미니홈피로 상대적으로 간소해졌지만 버금가는 정보를 노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홈페이지를 시작으로 미니홈피, 블로그, 카페로 인터넷 영화 홍보 방식이 바뀌었고 현재에 와서는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홍보의 거점으로 삼는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스마트폰 등 뉴미디어를 활용한 마케팅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인터넷은 기존 미디어보다는 반응이 즉각적이기 때문에 인지도와 기본적인 호감도를 측정하는 데도 많이 사용한다.
인터넷 시대의 빛과 그림자
인터넷을 사용하는 연령층이 유치원생부터 노년층까지 무척이나 다양하게 늘어나면서 그에 따라 인터넷 분야의 광고비도 많이 늘어났다. 물론 영화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통상적으로 전체 마케팅 광고 비용에서 방송 다음으로 인터넷 광고 비용이 가장 많이 책정된다. 이전의 영화 마케팅 활동에서 인터넷 영역은 필수가 아닌 부수 요소였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다. 많은 비용을 들여 인터넷에 광고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되었다.
인터넷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UCC(User Created Contents)의 활용 역시 활발해졌다. 예고편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인터뷰, 촬영현장 등 특별 동영상을 다양하게 노출시키고 유저들이 UCC에 활용할 수 있는 소스들을 제공하기도 했다. 인터넷 매체와의 프로모션 진행과 온라인 언론과의 긴밀한 협조 역시 중요한 활동이 되었다. 일인 미디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네티즌 한 명 한 명이 언론기관이나 마찬가지가 되었고, 이에 파워 블로거라는 신종 직업까지 생겨서 그들을 활용하는 홍보활동 역시 새롭게 등장했다. 또한 인터넷 만화인 웹툰을 영화 홍보와 접목시키기도 하고 배우들의 인지도를 활용하기도 한다. 단순히 광고 영역뿐만 아니라 배우 개인 트위터를 활용하고 바이럴마케팅이라고 해 마케팅 방향에 맞춰 그게 해당하는 현장 사진들을 배포하기도 한다. 배우들의 현장에서의 에피소드들은 신선한 자극을 주면서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 용이하기 때문이다. 온라인상에서 직찍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오는 것들이 대부분 홍보사에서 배포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온라인 언론이 대거 등장하면서 홍보의 중요 부분을 담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사가 빠르게 올라오면 그만큼 빠르게 묻힐 수도 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대신에 관객들이 접할 수 있는 정보가 많아졌기 때문에 많은 영화 틈바구니에서 우리 영화를 알리는 방법을 고안해야 하고, 그 때문에 깊이와 질보다는 속도와 양을 중시하게 되었고 그 내용 또한 가벼워지고 자극적인 소재와 제목을 찾게 되는 부작용도 생기게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사람이 먼저다
인터넷이 발달한 후에는 입소문이 급속도로 빠르게 퍼져서 행여 영화의 완성도가 기대보다 떨어진다면 그것을 감추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졌다. 인터넷의 장점인 빠른 속도 덕분에 이슈화도 파급력도 강해 요즘은 SNS를 통한 홍보 방안을 따로 고안할 정도다. 입소문이 빨라졌기 때문에 포장을 하기가 더 어려워진 반면에 쌍방향 소통이 가능해지면서 관객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생겼다. 그 덕분으로 관객들의 감성과 속도를 이해할 수 있는 대처 방안을 세워 영화 홍보의 방향성을 재고할 수 있게 되었다. 1인 1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제는 스마트폰 홍보까지 고려해야 한다. 예전의 영화 홍보가 감과 운이라는 모호한 기준 아래서 이루어졌다면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국내외 영화들에 대한 수치와 통계자료가 체계화되면서 홍보 방식이 더욱 과학적이고 논리적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영화가 대중적인 오락거리로 확실하게 자리 잡은 이후 영화 마케팅을 하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예전엔 극장 문을 나서는 관객들의 대화는 재미있다, 슬프다, 혹은 배우가 연기를 잘한다, 영상이 아름답다 같은 평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이 영화는 마케팅 방향을 잘못 잡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좋은데 홍보가 잘 안됐다, 배우들을 너무 많이 내세운 것 같다, 제목을 잘못 지었다 등 영화에 대한 관심만큼이나 관객들 대부분이 반은 마케팅, 홍보 전문가라고 할 정도다. 영화의 내용과 완성도를 넘어 마케팅에 대한 지적까지 서슴없다. 배우 팬클럽에서도 홍보를 잘해주세요, 이런저런 식으로 하시면 안 됩니다 등 마케팅에 대한 요구를 하기도 한다. 그건 마케팅이라는 개념이 확실히 자리 잡고 있다는 말일 것이고 그에 따른 변화 역시 받아들여야 한다.
인터넷은 이러한 관객들의 변화와 반응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공간이다. 인터넷이 점점 일상화되고 발전하면서 직접 사람과 사람이 얼굴을 맞대는 인간미 넘치는 활동들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실명화가 이루어지는 추세이긴 하지만 여전히 익명성을 빌미로 인터넷을 악용하는 개인, 언론, 매체들도 생겨나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포털 사이트의 영화 평점이 입소문의 지표가 되던 때, 영화사들이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평점을 높였다는 논란이 인 적이 있다. 실제로 이를 진행한 곳도 있었고 그 때문에 현재까지도 일명 평점 알바 논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온라인상에서의 활동을 인지도의 지표로 삼을 수는 있지만 흥행을 담보할 수는 없다. 인지도와 선호도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리뷰나 답글 등도 근래는 의도적인 악성과 음해가 많아 지표로 삼기에는 무리가 있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영화 홍보는 10여 년 사이에 절정과 위기를 겪으며 발전을 거듭했다. 또 다른 뉴 미디어가 등장한다면 발 빠르게 변화에 도전할 것이 분명하다. 어떤 변화를 겪더라도 어쨌든 영화라는 것이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를 수많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을 빼놓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모든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영화 홍보 마케팅의 최종 목적은 관객과 소통하고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모든 마케팅의 기본은, 사람이 먼저다.
by.김태주(올댓시네마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