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의 든든한 멘토
당구삼년폐풍월(堂狗三年吠風月)….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짧지 않은 세월을 영화 주변에 매달려 기생하다보니 언제부턴가 감히 저 나름대로 영화를 평가하는 기준이 생겼습니다. 첫째는 무엇을! 둘째는 어떻게! 보여주는지가 그것이죠. 지식과 도구가 넘쳐나는 작금의 시대는 특정 분야에 관심을 두고 시간만 어지간히 투자하면 누구나 전문가란 소리를 들을 만한 세상입니다. 그래서 ‘어떻게’보다는 ‘무엇을’이라는 점이 우선하는 기준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기가 찬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보여준다 해도, 그것을 내놓은 사람(누가)의 품성과 목적이 바르지 못하면 작품의 가치는 이내 바닥을 드러내고 맙니다. 흥미로운 점은 위의 세 가지 판단 기준은 단순히 영화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세상만사의 크고 작은 면면을 바라보는 데도 유용하더란 사실입니다.
재미있고 실용적인 영화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보겠다는 꿈을 꾸며 인생의 뽀송한 시절을 다 보낸 저이기에 전부터 한국영상자료원(이하 자료원)을 바라보는 시선은 남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공교롭게도 내부자가 된 지금도 관객과 직접 대면하는 최전선(?)에서 업무를 수행하다보니 자료원을 향한 또 다른 시선과 다양한 평가를 더욱 가깝게 접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평가의 바탕 역시도 결국 ‘사람’이더라는 결론을 다시금 절감합니다. 자료원이 ‘무엇을’ ‘어떻게’ 실현하든 주체가 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인품과 노력은 그 결과 속에 고스란히 녹아들고 두고두고 평가되는 본질이란 것이죠.
많은 사람이 영화를 사랑합니다. 바라보고, 그리워하고, 동경합니다. 그중 용감한 몇몇은 인생을 걸기도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영화 주변에서 생계를 이어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소소한 부분에서나마 영화 가까이 머물고 있는 저는 감사하고 행복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지금의 제가 더욱 노력해야만 하는 이유입니다.
by.최명국(시네마테크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