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검극영화 종단기(縱斷記)
올 상반기 연구소 월례포럼의 첫 문이 열렸다. 그 시작은 다름 아닌 일본 검극영화 종단하기. 사무라이, 닌자, 찬바라, 액션…. ‘일본 검극영화’ 하면 우선 떠오르는 단어지만, 파편적이고 단순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런데 관점을 달리해, 이것을 무협의 틀에서 읽는다면? 연구소 3월 포럼은 일본의 무협서사로서 검극영화에 집중, ‘일본 검극영화 종단(縱斷)- 협(俠), 정(情), 액션’이라는 제목으로 일본영화사 연구자 도미타 미카(冨田美香) 교수(리쓰메이칸대학교)의 강연으로 채워졌다.
무협과 검극영화?
사실 무협과 검극의 문제는 절대로 만만치 않다. 일본 검극영화는 쉽사리 무협영화로 치환될 수 없는데, 이는 일본에서 무협이라는 용어가 일반적이지 않은 까닭이다. 무협영화와 소설의 협객이 의협심 강한 인물을 지칭하는 것과 달리 일본에서는 야쿠자를 에둘러 표현하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무협을 논하는 자리에서 일본 검극영화가 웬 말?”이라는 질문이 나올 법도 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본 검극영화가 무협영화의 특징이랄 수 있는 협과 액션, 그로부터 발휘되는 정서를 공유한다는 것. 이를 전제로, 도미타 교수는 이틀에 걸쳐 전전/전후의 일본 검극영화의 특징과 변천에 대해 열띤 강연을 펼쳤다. 사족이지만 서른 명 남짓한 참여자들의 열기 또한 실로 엄청났다.
3월 22일 전전(戰前)편, 리얼한 신체 액션!
영화적 트릭을 활용한 닌자술, 변신술 등 어트랙션 요소 넘치는 초기 검극영화부터 롱테이크, 롱쇼트로 실제 액션의 숨 가쁜 현장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1930년대 검극영화까지. 도미타 교수가 보여준 영상들에는 빠른 속도감과 강인하면서도 우아한 액션에 길든, 지금으로서는 경험하지 못할 신선함이 있었다.
3월 23일 전후(戰後)편, 의로운 사무라이에서 무법의 야쿠자로
1950년대 일본영화 황금기와 더불어 찾아온 검극영화의 만개와 60년대 쇠퇴기에 이르러 시작된 야쿠자 영화로의 변모. 전후 일본 검극영화에 의협심 지닌 사무라이가 등장하더니 이내 무법의 야쿠자로 회귀한다는 도미타 교수의 분석 역시 흥미롭기 그지없었다. 4, 5월 포럼은 시선을 중국으로 돌린다. 4월은 ‘무협의 기원과 중국 무협소설’(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연구교수, 김명신)’, 5월은 ‘중국 무협영화: 상하이 무협에서 중국식 블록버스터까지’(한국외대 교수, 임대근)의 강연으로 채워질 예정.
참여 신청 | 문의: 02-3153-2089, wagahai@koreafilm.or.kr
by.이지윤(시네마테크KOFA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