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자료원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저는 1950년대 서울태생입니다. 단성사와 대한극장의 자제와 같은 초등학교를 다닌 덕분에 두 극장에서 일반 1회 상영 전 시간에 학교단체로 가서 어린이가 보는 영화는 모두 감상 할 수 있는 특혜를 누리며 백설공주, 피터팬, 신밧드의 모험등 만화영화에서 동물의 세계 다큐와 대형화면의 중간 휴식이 있었던 벤허를 보며 어린시절부터 영화를 많이 봤고, 중,고등학교는 광화문에 위치하여 서울 중심의 다양한 문화를 접하며 엘비스와 안 마가렛의 음악영화, 007시리즈의 스릴과 써스펜스, 수시로 바뀌는 극장 간판을 감상하며 지냈죠. 그 시절 TV에선 주말마다 명화를 보여줘서 한국, 미국 유명 영화배우들을 섭렵했구요. 미국드라마는 보난자, 로하이드, 쌘더스상사의 전투, 5-0를 보며 지금 24시, CSI까지~ 영상문화가 일상으로 가까이 있었기에 영화 박물관이 생기고 도슨트를 뽑는다 하여 냉큼 아날로그 이력서를 들고 담당자님을 찾았습니다. 영상자료원이 있는 DMC거리의 건물모습은 삐뚤빼뚤.여기에 건물을 지으려면 꼭 삐딱한 겉모습이어야만 허가가 났나 봅니다. 유리창 끼는 아저씨의 수고가 여간이었슴이 한눈에 보이네요. 도슨트가 되어 한국영화사 교육을 받으면서 헐리우드 영화에만 치우친 쫌 안다했던 내 알량한 영화상식이 들통이 나 내심 창피했습니다. 몇 년 자료원 문턱을 드나들며 영화사랑의 분들과의 조우로 KOFA에서 다양한 나라의 고전영화, 다양한 쟝느의 영화를 보았고 영화천국,극장이야기, 감독이야기,필름아카이브이야기등의 책을 읽으며 새로 배우고 익히는 기쁨을 충분히 받으면서 나의 영화사랑은 심오함에 점점 더 겸손해 집니다. 박물관 에듀케이터를 하며 중등 단체를 만나면 30대 미술선생였던 모습으로, 초등 단체시엔 20대 풋풋한 신참선생으로 돌아가고 KOFA 3관 영화사 강좌시엔 대학시절 강의실 모습으로 앉아 있으니 브래드 피트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처럼 최혜랑의 <영상자료원에서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얏호~ 신난다~!!
by.최혜랑(영화박물관 전시해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