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대박! ‘시네마테크KOFA가 주목한 한국영화
지난 1월 17일부터 2월 5일까지, 지난 한 해 주목받은 한국영화를 다시 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시네마테크KOFA가 주목한 2011년 한국영화’가 그것.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은 이번 행사에서는 지난해 관객과 평단의 관심을 받은 11편의 영화를 상영했고, 해당 작품들의 감독과 이 영화들을 추천한 영화평론가, 영화기자 등이 관객과 대화하는 자리를 마련해 뜻 깊은 시간이 이어졌다. 그중 임권택 감독의 101번째 영화로 큰 화제를 모았던 <달빛 길어올리기>관객과의 대화 행사를 소개한다.
배우를 신뢰하는 감독
1월 28일 토요일 <달빛 길어올리기> 상영 후 영화평론가 김영진의 진행으로 임권택 감독과 관객의 대화가 이어졌다. 이 영화는 전주시청의 조선왕조실록 복본 사업과 한지라는 한국 특유의 예술을 둘러싼 사람들의 개인적인 욕망이 궁극적으로 만들어내는 귀한 가치에 대해 일깨워준다. 주말 오후 쌀쌀한 날씨에도 324명의 관객이 시네마테크KOFA를 가득 메웠고, 한 시간가량 진지하고 유쾌한 질문과 답변이 오고갔다.
이 관객과의 대화는 이미 한국영상자료원 블로그에 포스팅되었지만 그 안에 담지 못해 아쉬운 내용을 소개한다. 작품 안에서 비극적인 사연을 끌어안고 있는 효경을 연기한 배우 예지원에 대한 이야기다. 평소 텔레비전이나 전작에서 코믹한 이미지를 주로 보여주곤 했던 그녀를 이 배역에 섭외한 까닭을 묻자 임권택 감독님은 “예지원을 TV에서 본 적은 없고, 부산국제영화제를 가면 매년 한 번씩 만나는 사이 정도였다. 어떤 성향의 배우인지는 전혀 모르고, 강수연의 추천으로 섭외했다. 배우로서 그가 구축해온 것과는 관계없이, 어떤 사람이든지 작품 안의 효경으로 들어와야 했다. 강수연으로부터 추천받은 후 (예지원의) 드라마 출연작을 봤는데, 발랄하고 재밌었다. 하지만 출연자로서 다시 봤을 때 발랄하기보다는 지금과 같은 배역에 훨씬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고, 그간 이상하게 풀렸다는 생각을 했다.(웃음) 촬영하면서는 내내 캐스팅을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며 예지원에 대한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사실 ‘배우에 대한 신뢰’는 이번 기획전 관객과의 대화에서 매번 감지할 수 있었던 부분이다. 특히 임권택 감독의 이 같은 답변을 통해 영화 작업의 협업이란 특성과 감독과 배우의 관계에 대해 조금이나마 유추해볼 수 있었다.
스스로를 의심하고 반성하는 감독
이어진 관객들의 질문 시간에도 임권택 감독 특유의 진솔하고 허식 없는 답변이 이어졌다. 질문의 서두를 이번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어른에 대한 편견을 격파하는 자리였음을 밝힌 한 젊은 관객은 임권택 감독에게 젊은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물었다. 임권택 감독은 “기왕에 내가 해온 것보다 감독의 역량에서 진일보하기를 항상 의도해왔다. 이를 통해 젊은 사람과의 소통도 잘될 수 있겠지만 거기에 초점을 맞춰온 것은 아니고, 늘 쫓기는 심정으로 이전 작품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매번 해온 것 같다.”고 고백했다. 또 감독 자신의 작품 중 가장 인상 깊은 영화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임권택 감독은 “내 작품은 열불이 나서 잘 안 본다. 왜 그때 그 정도밖에 생각하지 못했을까 하는 장면이 너무 많아서 후회되기 때문이다. 시사 후에는 거의 안 본다. 2010년 영상자료원에서 내 전작전을 할 때도 개봉 후 처음 본 영화들이 대부분이었다. 종종 기자들이 자선 대표작을 묻곤 하는데 내가 내 영화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성과가 드러난 영화들을 말할 수밖에 없다. 전 세계적으로 배급된 <취화선>, 판소리에 대한 인식 개선에 기여한 <서편제> 등이 그것이다. 그 외에 ‘개인적’으로는 이야기할 수 있는 영화는 없다.”고 답했다. ‘한국영화계의 거장’이라고 불리지만 늘 치밀하게 스스로를 의심하고 반성하며 다시 도전한다는 감독의 이 같은 답변에 많은 관객이 숙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 작품을 두고 감독과 관객이 질문과 답변을 나누고 다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시간. <시네마테크KOFA가 주목한 2011 한국영화> 기획전의 GV였다. 이번 행사는 101편에 달하는 영화를 만든 임권택 감독의 사그라지지 않는 열정과 우일신(又日新)에 대한 본능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2011년을 함께한 11편의 영화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문제와 고민들, 영화적 체험에 대한 형식상의 경험, 예술가의 삶 혹은 예술적인 삶. 이번에 상영된 11편의 영화들을 통해 우리의 2011년을 되돌아보고 깨닫는 시간이었다. 이번 기획전은 33회 상영, 총 7,028명(회당 평균 213명)이 관람했다. 그리고 이 중 9회는 매진을 기록하며, 시네마테크KOFA의 효자 프로그램으로 입지를 다졌다. 기획전의 모든 행사는 한국영상자료원 홈페이지 내 GV극장에서 다시 볼 수 있고, 특별히 영상자료원 블로그에도 그 내용이 일부 포스팅되어 있다. 필자는 이번 행사를 녹음하고 녹취록을 만들어 내용을 구성해 취재기를 작성하는 작업을 맡아 진행했다. 이 작업은 그 시간의 부피와 밀도, 그리고 말로 건사되지 않는 의미들은 모두 그곳에 두고 온 채 매체에 저장된 말만을 홀로 재생하는, 조금 불안한 마음으로 시작해 많이 불안해하면서 마친 작업이었다. 오해 혹은 무지에 따른 왜곡을 생산하지 않았길 진심으로 바라지만 혹시 모를 일이기에, 오류가 있었다면 진심으로 사과한다. 끝으로 이번 기획전을 위해 애쓴 영상자료원의 모든 직원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영화의 역사가 디지털 흐름에 함께하기 위하여
by.구혜림(한국영상자료원 자료서비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