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메뉴 바로가기
하단 바로가기
로고
통합검색
검색
상세검색
로그인
회원가입
고객서비스
ENG
업데이트
검색
DB
영화글
VOD
컬렉션
업데이트
영화글
기관지
DB
DB 서브
상세검색
작품 DB
인명 DB
소장자료
리스트
영화제
영화글
영화글 서브
연재
한국영화의 퀴어한 허구들
비평, 안녕하십니까
그때의 내가 만났던
명탐정 KOFA: 컬렉션을 파헤치다
사사로운영화리스트
세계영화사의 순간들
임권택X102
기획
칼럼
한국영화 NOW : 영화 공간 아카이빙 프로젝트
종료연재
기관지
VOD
VOD 서브
VOD 이용안내
가이드
VOD 기획전
전체보기
영화
영화인다큐
컬렉션
고객서비스
고객서비스 서브
KMDB 이용안내
온라인 민원
1:1문의
영화인등록
FAQ
오픈API안내
이용안내
파일데이터
Open API
공지사항
로그인
마이페이지
GNB닫기
DB
영화글
VOD
컬렉션
고객서비스
기관지
연재
기획
종료연재
기관지
이전
1259
필자의 글 입니다.
전체게시물(
1
)
지금, 여기를 그리는 시대의 풍속도
작은 화면 속에 한낮의 아파트 단지 공원. 두 남학생이 합을 맞춰 신나게 ‘셔플댄스’를 추고 있다. 흥겨운 일렉트로닉 음악에 맞춰 미끄러지듯 제자리를 뛰는 춤이 바로 요즘 홍대 주변 클럽에서 가장 ‘핫’ 하다는 셔플댄스다. 사람들이 자꾸 쳐다봐서 장소를 옮겼다는 자막을 내보낸 후 이번엔 놀이터 앞에서 더 열심히 ‘셔플링’하고 있다. 벌써 한 포털에서는 꽤 유명한 영상이 되었다. 그리고 수줍은 메모 하나를 달아놓았다. “친구랑 재미로 찍어봤어요. 클럽에 가지 못하는 나이여서ㅠㅠ” 이 작은 화면이 담겨 있는 웹페이지 한쪽에는 셔플댄스와 관련된 동영상이 주르륵 줄을 짓고 있다. 그렇다, 여기는 UCC 사이트다.
온라인에서만 만날 수 있는 콘텐츠
다른 채널에 가보자. 외제차를 종류별로 내세워 아리따운 아가씨들을 유혹하기도 하고, 파란색 칠판 앞에서 수능 강의가 아닌 연애의 기술에 대해서 한창 가르치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개성도, 실력도 출중한 인디가수들의 음악 영상을, 인기가수를 직접 찍은 이른바 ‘직캠’도 하루 종일 볼 수 있다.(K-pop 열풍의 숨은 주역은 유튜브다.) 혹은 ‘지하철 개똥녀’ ‘지하철 쩍벌남’ 또는 학생이 찍은 교사의 체벌 장면과 같이 일상의 사건들을 고발하는 영상도 만날 수 있다. 이렇게 내용도, 형식도 각양각색인 수만 가지 화면의 공통점은 단 하나. 온라인에서만 유통되고, 이 때문에 온라인에서만 만날 수 있는 온라인 영상 콘텐츠라는 것이다.
‘온라인 영상 콘텐츠 아카이브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온라인 영상 콘텐츠의 대상에는 인터넷 사용자들이 직접 생산, 가공한 콘텐츠와 신문사나 방송사와 같은 전통적 대중매체에서 생산한 콘텐츠가 모두 포함된다. 다시 말해 콘텐츠 생산자의 범주보다는 전자적 형태로 제작되고 처리되는 자료 또는 정보로그 개념을 정리하고 있다. 현재 영상자료원에서는 온라인 영상 콘텐츠에 대해 미디어 조직에 속하지 않은 일반인들의 비직업적 활동의 산물로 웹 공간에 공표한 콘텐츠, 즉 UCC를 중심으로 수집하되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작은 미디어 조직에서 만든 영상 콘텐츠(오마이뉴스TV, 인사이트TV 등) 등은 부수적으로 수집하고 있다.
영상자료원의 온라인 영상 콘텐츠 수집
영상자료원에서 UCC를 비롯한 온라인 영상 콘텐츠를 따로 수집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얼마되지 않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본래 영상자료원에서는 필름, 비디오 등의 영상 아카이브를 중심으로 해, 디지털로 생산, 유통되는 수많은 영상물은 아카이브 구축 대상에 포함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디지털로 유통되는 온라인 영상 콘텐츠가 많아지고 아카이빙의 필요성이 대두된 후,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아카이브 대상에 포함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영상 콘텐츠는 영화와 같은 아날로그 매체에 비해 소멸주기가 아주 짧고, 그 영상의 유통시기를 놓치면 소재 파악이 힘들어진다. 파도에 스러지는 모래알만큼이나 수가 많고, 금세 사라져버리기 일쑤여서 수집 가치에 대한 의문이 왕왕 던져지기도 한다.
통속의 극한, 온라인 영상 콘텐츠
실제로 온라인 영상 콘텐츠를 수집하다보면, 영화에 비할 수도 없을 만큼 가볍고, 케이블 심야 프로그램보다도 더 사회의 어두운 면을 들춰내는 영상물들을 수집해야 할까 하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한 지인이 내가 UCC를 수집하고 있다고 말하자, 그걸 어떻게 하고 있느냐고 되물었다. 너무 통속적인 자료만 있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었다. TV 전파를 타고 오는 영상물만 해도 너무 시끄럽고 가려보기가 어려운 지금 UCC를 업무적으로 보고 선별해서 수집까지 해야 하는 일이 정서적으로 힘들지는 않느냐고 물었다.
그 지인의 말처럼 UCC 사이트는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어떤 면에서 ‘통속의 무덤’이다. 세속의 극한의 것들이 그 어떤 매체에서보다 더 정확하고 극렬하게 표현되고 있다. 논란이나 문제가 될 만큼 자극적인 영상물은 예의 첫 페이지의,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띄워지고 있기도 하다. UCC 사이트에는 조롱할 만한 영상들, 인터넷이 아니라면 어디서도 취급해주지 않을, 말하자면 좀비 같은 영상물도 상당수 떠다닌다. 또 그런 영상들이 상당수가 연출된 것이 아니라, 실제의 기록이라면 더더욱 두려워진다. 연출된 UCC도 상당수 있지만, 그러한 UCC는 인터넷이 가진 파급력을 통해 세간의 인정이나 이목을 끄는 도구로 사용된다. 인터넷 배급을 통해 기타를 치던 소년, 춤을 추던 소녀, 깔끔한 뮤직비디오를 만들 수 있는 UCC 제작자는 진짜 미디어 조직의 일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흔히들 말하는 “UCC 스타”가 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인터넷과 컴퓨터 그리고 휴대폰 카메라만 있으면 어쩌면 스타나 화제의 인물이 될 수 있다는 욕망이 끓어오르고 있다.
비주류의 창구 또는 진보적인 외침
그러나 UCC 사이트도 웹 공간이 만들어내는 양가적인 특징처럼, 통속적인 부분 이외에 비주류의 창구 또는 진보적인 외침들, 그리고 그러한 움직임을 확장시키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미디어 몽구’를 비롯한 일인미디어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의 카메라를 통해서 현 정권이 시위 현장에 가하는 폭력은 인터넷 사용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거대 언론 자본의 종편 방송들이 전파를 타고 안방을 습격할 때, UCC 사이트에는 그나마 인터넷 기반의, 혹은 진보성향의 언론매체가 각자의 작은 채널을 가지고 스스로 콘텐츠를 확장하고 있다. 그 뿐 아니라 온라인 영상 콘텐츠를 통해 인문학, 예술 분야의 강의, 토론 등과 같이 유익한 영상 정보들을 공유할 수도 있다. 이 같은 부분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인터넷이 가진 희망적인 틈새와 절망적인 구멍, 이 두 가지를 다시 확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금 여기 디지털 세계에는 정치, 교육의 진보성과 세속의 표현이 늘 함께 다니는 것 같다.
그러니 이 세계를 조금 더 떨어진 위치에서 보자. 온라인 영상 콘텐츠는 미시적 기록의 정점에 있다. 자투리들 같아 보이는 이 수많은 퍼즐 조각을 같은 선상에서 짜 맞추어보면 지금, 여기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볼 수 있다. 영화나 TV방송처럼 굵직한 정치・경제의 흐름이 명백히 드러나고 있지는 않아도, 거칠지만 세밀하고 촘촘하게 쓴 지금-여기가 이 온라인 영상 콘텐츠 세계에도 존재한다. 2011년에 셔플댄스가 유행했고, 경제적인 조건들이 일상사에서 가장 중요해졌고, 그러면 그럴수록 그 반대급부의 움직임도 빠르게 나타나는 삶과 사회의 모습이 이곳에 있다. 예전 영화가 우리에게 처음 도착했을 때, 카메라가 만든 이미지들이 환상이었고 꿈이었고 희망이었다면, 디지털 기기들이 무서운 속도로 보급되어 대다수 사람들이 주머니 속에 500만 화소 이상의 카메라를 보유하고 움직이는 지금, 쉽게 만들어지는 이미지들은 꿈보다는 현실에 가깝다. 컴퓨터를 켜고 클릭 두 번으로 만날 수 있는 포털의 UCC들은 그 현실의 조각들이다. 이 미시적이고 일시적인 점 같은 영상 콘텐츠, 언젠가 훗날 이 점들을 이어 2011년을 알 수 있지 않을까. 그 훗날 누군가는 이 작은 점들을 크게 들여다보며 웃을지도 모르겠다. “이때에는 이렇게 이상한 춤을 추었구나”라거나 “어떻게 경찰이 사람들한테 물대포를 이렇게 팡팡 쐈지?”라면서. 온라인 영상 콘텐츠를 수집하고, 반영구적으로 보존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지금, 여기를 읽고 기록하는 새로운 방식이 온라인 영상 콘텐츠에서 가능해지고 있다.
by.
김나현(한국영상자료원 수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