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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밑에 누워 이유 없이 울고 싶은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사실 아주 많다. 그런데 그때마다 왜 “음, 좋아하는 영화요?” 하는지 모르겠다. 직업이 영화감독이면서 말이다. 어떤 경우엔 식은땀까지 나오려고 한다. 그 질문이 아주 곤혹스러운 것은 좋아하는 영화가 한두 편이 아닌데다가, 그런 영화의 순위를 정한다는 것이 큰 과오를 범하는 것 같아서다. 또 정말 좋아하는 영화를 빠뜨리지는 않을까 하는 실수에 대한 우려와 이 영화를 더 좋다고 했을 때 다른 영화가 서운해하지 않을까하는 망상? (이건 아마도 정신병의 일종일 거 같다.) 때로는 이 질문의 답을 통해서 나를 테스트하려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 잔머리 굴리느라 바쁘기도 하다. 그래서 생각해낸 나의 답변은 “좋은 구도는 없다. 하지만 나쁜 구도는 있다. 나쁜 구도는 작위적인 것이다.”라는 유영길 촬영감독님의 말을 인용해 “모든 영화를 좋아한다. 하지만 싫어하는 영화가 있다. 지나치게 작위적인 영화를 싫어한다.”라고 한다. 이 답변을 생각해냈을 때는 “유레카”라고도 외치고 싶었지만, 막상 이 답변을 할 때 내 목소리에 자신감은 넘치지 않았다. 틀린 답도 아니고, 정답도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질문에 늘 자신 있게 답하는 것이 있다. 바로 “한국영화 중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는 <박하사탕>입니다.”라는 답변이다.
<박하사탕>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김영호(설경구 분)처럼 나도 “나 다시 돌아갈래!”라고 외치고 싶은 시기였고, 김영호처럼 다리 밑에 누워서 이유 없이 울고 싶은 심정이었기 때문이리라. 처음 영화를 본 이후에도 극장을 몇 번 더 찾아 어둠 속에서 김영호보다 더 많은 눈물을 쏟는 나를 발견했다. 심지어 어학연수 기간에 일본에서 개봉할 때도 보러 가서 질질 짜다 왔다. 그 후로도 몇 년간 “나 다시 돌아갈래!”라는 메아리는 내 가슴통에서 사그라지지 않았다. 첫 단편영화를 찍을 때 무단으로 <박하사탕>의 장면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 영화의 거꾸로 가는 기차에서 내가 하차했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도 내 엉덩이를 쓰다듬는 김영호의 손에 나는 굳어 있고, “니가 그렇게 대단해?”라는 김영호의 외침에 똥을 싸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나는 텅 빈 아파트 광장에서 영호 부인(김여진 분)처럼 “세민이 아빠, 세민이 아빠” 하고, 돌아오지 않을 누군가를 애타게 부르고 있다.
by.
장철수(영화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