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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상영관의 추억, 大東劇場
내가 영화를 알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 시절 친구를 통해 우연히 일본 영화잡지 <스크린SCREEN>과 <로드쇼 ROADSHOW>를 보면서였다. 이후, 영화를 보기 위해 내가 즐겨 다닌 개봉관은 생활지도 단속교사들을 피해 찾던 의정부 중앙극장이었다. 의정부 중앙극장에 가자면 항상 성북역이나 청량리역에서 기차를 타야만 했고, 귀가 시간이 늦어지는 것이 늘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위험을 무릅쓰고 찾던 극장이 석관동에 있던 동시상영관 대동극장이었다. 대동극장은 내 중학 시절의 모험심과 상상이 존재하는 그런 곳이었다. 유복하지 않던 그 시절, 극장 입장료 100원은 늘 부담스러웠고, 그래서 적은 돈으로 영화를 보는 나만의 방법이 바로 동시상영관의 초대권이었다. 전파상이나 문방구 등 포스터가 붙은 곳엔 해당 극장의 초대권이 2매씩 있었다. 극장에서 포스터를 붙이는 대가로 주는 초대권이었는데, 그 전파상이나 문방구는 초대권을 되팔곤 했다. 버스 차비가 15원 하던 시절, 초대권 가격은 단 25원이었다. 입장할 때 15원. 총 40원에 영화를 볼 수 있었다. 그것도 원하든 원하지 않든 1+1, 두 편의 영화였다. 대동극장의 동시상영 영화는 관심작 한 편에 허접한 성인영화 한 편으로 구성되곤 했는데, 대부분 중국영화는 꼭 한 편씩 상영되었고 내가 본 영화의 대부분은 중국 무협영화였다. 당시 유명배우는 중국배우 왕우, 추룡, 강대위 등이었다. 당시는 왕우가 외팔이 검객 시리즈로 인기를 구가하던 시절이었고 추룡 역시 잘생긴 외모로 인기가 높은 배우였다. 후에, 내가 20대 중반에 본 <영웅본색>을 유난히 좋아한 이유 중 하나가, 어린 시절 좋아했던 추룡(지금은 ‘적룡’이라고 표기한다)이 장국영의 형인 송자호로 출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대동극장에서 본 수많은 중국 무협영화를 비집고 내 기억 속에 선명하게 자리 잡은 영화는 안토니오 이사시 감독의 1972년 작 <썸머타임 킬러 Un Verano Para Matar>다. 이 작품은 올리비아 허시 때문에 보게 된 영화였는데, 상대역은 당시 여성들의 우상이었던 크리스 미첨이었다.
하지만 <썸머 타임 킬러>를 보던 날, 나는 생활지도 단속반에 걸리고 만다. 영화를 다 보고 걸린 것도 아니고, 허접한 극장 매점에서 설탕 잔뜩 묻힌 도넛을 사 먹다가 걸렸는데, 당시에 나를 잡은 선생님은 염광상고(후에 인문계로 바뀌었다) 여자 선생님이셨다. 문제는 그분이 대동극장에 단속보다는 크리스 미첨을 보기 위해 오셨다는 거였다. 선생님은 나에게 묘한 제안을 하나 하셨다. 자신이 낸 문제를 내가 맞히면 나를 영화광으로 인정해 같이 영화 보고 훈방조치를 할 테고, 못 맞히면 학교에 통보한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크리스 미첨이 누구 아들이냐는 것. 쉬운 문제였다. 바로 1962년작 <케이프 피어>에 나오는 로버트 미첨의 아들이었으니까…. 덕분에 난 마음 편히 <썸머타임 킬러>를 관람하며 올리비아 허시의 매력에 빠질 수 있었다. <썸머타임 킬러>는 그렇게 나의 뇌리에 남아 있었고, 월드뮤직 전문가 성시완 형을 통해 알게 된 뮤지션이자, ‘아다지오’로 인기를 모은 이탈리아 아트록 그룹 New Trolls가 이 영화에 길거리 집시로 출연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한참 흐른 2009년 여름 난 이 영화의 DVD를 손에 넣었다. 그리고 내가 작가로 있는 <영화가 좋다>의 코너, ‘추억의 부스러기’를 통해 이 영화를 소개했다. 어느 날 그 어느 곳에서든 아주 우연히라도, 이 영화의 주제곡 ‘Run and Run’을 들을 때면, 나는 올리비아 허시보다, 나를 훈방해주신 여선생님을 떠올리게 된다.
by.
이상준(<영화가 좋다>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