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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를 알 수 없는 한 덩어리 과잉의 영화
몸과 마음이 피곤할 때는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면 안 된다. 100% 잔다. 경험상 그렇다. 어린 시절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마흔이 넘고 보니 집중력 때문인지 아니면 눈의 건강이 나빠져서인지 자주 잠든다. 몸과 마음이 피곤할 때는 아무리 재미난 영화가 눈앞에 펼쳐져도 눈이 버텨주질 못한다.
영화 <차우>를 볼 때, 내 컨디션은 최악이었다. 외국 여행에서 돌아온 직후였고, 잠도 푹 자지 못했고, 극장의 환경도 좋지 못한 데다 한낮의 극장은 텅 비어 스산했다. 나는 반쯤 드러누운 자세로 영화를 봤다. ‘에이, 뭐, 오락영화니까, 이 기회에 푹 자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라는, 한국영화의 발전보다는 나의 건강을 우위에 두는 마음으로 영화를 감상했다. 시작은 미약했다. 그저 그런 영화 같았다. 평화로운 마을에 참혹하게 찢긴 시체가 발견될 때도, 서울에서 좌천된 김 순경이 등장했을 때도, 자세를 바꾸지 않았다. ‘어디서 많이 봤던 거잖아’ 그런 마음이었다.
멧돼지가 등장하고, 5인조 추격대가 조직되면서 영화는(그리고 추격대는) 산으로 간다. 정체를 알 수 없었다. 괴수영화 같기도 하고, 코미디 같기도 하고, 스릴러물이나 귀신 영화 같기도 한 것이 도무지 정체를 파악할 수 없었다. 나는 자세를 고쳐 잡았다. 잠이 깼다. <차우>는 절제의 영화가 아니라 과잉의 영화였고, 나는 무분별한 과잉에 사로잡혔다. 성공한 농담과 실패한 농담을 뒤섞고, 어설픈 컴퓨터 그래픽과 정색하는 연기와 뻔하고 뻔한 클리셰를 마구 헝클어서 던져둔 다음 아무도 분리하지 못하도록 한 연출이 마음에 들었다. 이건 그냥 하나의 덩어리였다.
절제든 과잉이든 하나의 덩어리처럼 느껴지는 영화가 좋다. 글을 쓰고 뭔가를 창작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어릴 때는 절제하는 게 더 힘들어 보였는데, 요새는 완성도 있는 과잉도 만만치 않게 어려워 보인다. 가끔 <차우>를 꺼내 보며 과잉의 미학을 생각하곤 한다.
김중혁 | 소설가
1971년생으로 ‘2000년 ‘문학과사회’로 등단했다. 음악・그림・스포츠・영화・전자제품 등 관심사가 다양하며 소문난 수집광이기도 하다. 주요 작품으로 소설집 <펭귄뉴스>와 <악기들의 도서관>, 장편소설 <좀비들><미스터 모노레일> 등이 있다.
by.
김중혁(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