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자료원에서 영화만 보니? 난 소설도 읽는다!
영화는 다양한 예술 장르 중에서 가장 늦게 도착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기존 예술 장르에서 상상력을 빌려와야 했다. 특히 영화가 본격적인 서사 장르로 자리를 잡은 이후 소설은 언제나 영화의 가장 든든한 조력자였다. 시대극에서 서부 영화, 필름 누아르, 공포 영화(드라큘라와 프랑켄슈타인!), 멜로 드라마 등등 - 그 시작에는 언제나 소설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니 한 편의 영화를 더 잘 알기 위해서는 영화를 보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게다가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라면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수집부에서는 지난해 12월에 이어 한국영화 원작 소설 50종을 구입했다. 그중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소설들을 소개해본다.
문예영화
원래는 문학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를 폭넓게 칭하는 말이지만 한국의 경우 ‘문예영화’는 좀 더 특수한 뜻을 갖는다. 과거, 그러니까 1960~70년대에는 외화를 수입•상영하기 위해서 ‘우수한’ 영화를 만들어야 했고 그때 제작자들이 선택한 방법 중 하나는 작품성을 검증받은 문학을 원작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때 만들어진 영화들로 <독짓는 늙은이>(최하원), <물레방아>(이만희), <갯마을>(김수용) 등이 있다. 문예영화라고 하면 외화 쿼터를 위해 대충 만든 지루한 영화라고 오해하기 쉬운데 일단 영화를 보면 그런 생각이 싹 사라질 것이다. 특히 영상자료원에서만 볼 수 있는 나도향 원작의 <물레방아>는 씨네필이라면 놓쳐선 안 될 필견 영화다.
2000년대 후반 장르소설
1990년대 후반부터 한국의 대중영화는 본격적으로 장르소설에 주목했다. 현실을 그리면서도 전에 없던 새로운 상상력을 보인 소설에 영화가 관심을 보인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그중 이번에 수집한 소설의 일부 목록만 나열해보자면 「검은 집」 「백야행」 「플라이 대디 플라이」 「늑대의 유혹」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이 있는데, 이 중에서도 수십 년에 걸친 연쇄살인을 다룬 「백야행」은 원작과 영화를 비교하며 읽는 재미가 쏠쏠하니 그야말로 강력 추천!
다음 달에는 영화의 만화 원작도 수집할 계획이다.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식객」 「타짜」 「올드보이」 「설국열차」, 그리고 최초의 할리우드 영화 원작인 「프리스트」 등이 그 목록에 올라 있으니 다음 달도 기대해주시길. 이제 영상자료원에서 영화만 보지 말고 소설도 읽자!
by.김보년(한국영상자료원 수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