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자료원과 함께한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7년 전쯤 잠시 나는 한국영상자료원으로 출퇴근을 했더랬다. 아침마다 자료원과 바로 연결되는 지하도를 지나며 강만진 감독의 단편영화 <고리>의 배경인 지하도를 떠올리곤 했다. 어둡고 서늘한 느낌이 영화와 비슷하다고 느꼈다. 이렇게 지하도를 지나 출근했던 기억을 시작으로 나는 영상자료원과 인연을 맺었다. 이전에는 이용자로서 자료원은 필요한 자료를 구하기 위해 이용하는 시설이었기에 부족한 면이 많이 보였던 곳이다. 이 잠시의 인연으로 많은 것을 알게 되면서 자료원이 자료를 열람하는 시설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필름 복원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필름과 자료가 얼마나 무심하고 어이없게 유실되었고, 유실되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으며, 항상 온습도가 유지되는 필름보관고도 직접 보게 되는 등 자료원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구체적으로 접했다. 그리고 아카이브에 대한 인식이 열악한 환경에서 여러 사람의 몫을 해내는 모습도 보게 되었다.
상암동으로 이전한 자료원은 서초동 때와는 많이 달랐다. 낡고 좁은 의자가 있었던 시사실은 쾌적한 극장의 모습으로 바뀌었고, 자료 열람실이 2층임에도 햇빛 한 자락 구경할 수 없는 공간이 화사한 빛이 들어오는 영상도서관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여전히 유실된 필름을 찾아내 역사의 빈 공간을 채우고, 디지털 복원으로 과거를 현재로 끌어내고, 다양한 시네마테크 프로그램으로 관객들의 갈증을 풀어주는 등 많은 일을 해오고 있다. 이러한 일들을 이용자로 혹은 관계자로 나는 만난다. 자료원을 나온 후 영화제 일을 하며 자료원을 방문하거나, 관객으로 영화를 보러 가거나, 이른 아침 출근하느라 인적 없는 서늘한 지하도를 걷지는 않지만 자료원과의 인연은 이어지고 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서초동 자료원에서 보고 배웠던 것은 지금의 일을 하는 데 소중한 밑거름이 되었고, 자료원에서 만났던 사람들과의 인연은 늘 나를 따뜻하게 한다.
by.함주리(CinDi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