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해방의 순간을 담은 사진집
「살아서 돌아오다: 해방공간에서의 귀환」 이길진(역), 아사노 도요미 감수, 솔출판사
「살아서 돌아오다: 해방공간에서의 귀환」 은 일본의 패전과 한국 해방의 과정에 일어난 폭발적인 인구 이동의 순간을 담은 사진집이다. 1946년에만 화북과 만주에서 50여 만 명, 일본에서 100여 만 명에 달하는 인구가 유입되면서 남한에서는 인구가 1% 증가했고 전후 일본에 유입된 귀환자 총수는 전체 인구의 8~9%에 달했다고 하니 당시 동아시아에서는 엄청난 규모의 인구 이동이 발생한 셈이다. 이 책에는 국경과 검역소를 중심으로 미군이 촬영한 기록사진들이 실렸고 주쿄 대학의 아사노 도요미(淺野豊美) 교수가 감수·해설을 맡았다.
여기에는 군중이 이루는 스펙터클뿐만 아니라 통계에서 누락된 구체와 세부가 담겨 있다. 귀환을 앞두고 개성 검역소에서 콜레라 예방접종을 맞는 일본인 소년의 침착한 표정이나 화북 집중영으로 가는 기차 앞에 선 어린 한국 소녀의 야무진 입매, 그 애가 입고 있는 한복과 꼭 맞게 조여 멘 책가방, 날렵하게 챙이 접혀 있는 서양식 모자 같은 것이다. 그것들은 만져질 만큼 울퉁불퉁하다. 베이징에서 인천에 도착한, 터번 스타일의 모자를 쓴 무용가 최승희뿐만 아니라미군이 살포하는 DDT 앞에 바지춤을 벌리고 웃음을 터뜨리는 남자, 다양한 각도로 여러 번 등장하는 국적이 모호한 노파처럼 무명의 사람들까지도 책 밖으로 튀어나와 있다.
따라서 이 사진집은 편안한 볼거리가 아니다. 그렇다고 참담하기만한 비극의 현장도 아니고, 귀환의 감격만을 쏟아내지도 않으며 객관적인 거리가 유지되었다고도 할 수 없다. 다만 매끈하게 봉합된 역사 이면의 복잡다단한 결을 드러내면서 언어의 한계를 보여준다. 이책이 탈식민화의 무질서한 궤도로 우리를 안내할 것이다.
by.이연주(한국영상자료원 연구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