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를 즐기는 또 하나의 공간
영화 상영 전, 60대 이상으로 보이는 어르신 대여섯 분이 영화 <이웃집 좀비>를 보기 위해 들어섰다. 토요일 오후, 마치 동네 마을이라도 나온 듯 편안한 옷차림으로 친구 분들과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며 조용히 영화 상영을 기다리고 계신다. 영화를 보고, 감독과의 대화에 참여하고, 익숙한 듯 낯선 풍경처럼, 독립영화 상설 상영관에서 독립영화와 관객의 행복한 조우가 시작된다.
관객의 수가 아닌, 관객의 다양성으로
2009년 독립영화 최고의 화제작은 단연코 <워낭소리>였다. <워낭소리>는 300만 명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했고, 이것은 독립영화에 있어 기적과 같았다. 그리고 <워낭소리> 이후 <똥파리>, <낮술> 등의 독립영화가 연이어 관객으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워낭소리>에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영화의 흥행뿐 아니라 10대에서부터 60대 이상의 모든 세대가 함께 보고 즐긴 영화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독립영화의 주요 관람 층은-이것은 물론 상업영화도 마찬가지지만-20~30대의 젊은 관객에게 머물러 있었지만, <워낭소리>를 통해 독립영화가 젊은 관객뿐 아니라 모든 연령층이 좋아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독립영화를 즐기는 또 하나의 공간으로
2010년 7월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KOFA 2관이 ‘독립영화 상설 상영관’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물론 이전에도 독립영화를 꾸준히 소개했지만, 상시적으로 다양한 기획전과 상영회를 통해 독립영화를 만나볼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2007년 독립영화전용관이 개관한 이후로 독립영화가 상영되는 공간과 환경은 예전에 비해 좋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독립영화를 ‘꾸준히’ 상영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7월 말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 독립영화 상설 상영관에서는 기획전과, 정기상영회, 그리고 특별 프로그램 등을 통해 극영화부터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의 다양한 장르를, 고전 독립영화부터 최근의 독립영화까지 보여줄 예정이다.
그리고 그 첫 번째 기획전으로 단관 개봉 혹은 소규모 극장 개봉의 한계로 개봉 당시 안타깝게 영화를 놓친 관객들을 위해, 2010년 상반기 화제의 독립영화를 모아 ‘독립영화 재개봉’전을 진행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지역 공동체에 새로운 활력을 주는 공간이 될 수 있기를
관객과 가깝게 접하면서, 많은 분이 가족과 함께, 부부끼리 극장을 자주 찾는다는 걸 알게 됐다. 바로 이곳에서 다양한 영화 상영은 물론 지역 공동체의 폭넓은 문화적 참여를 유도하고, 문화적 기회를 확대하면 어떨까. 주류 영화와 문화로부터 소외되고, 독립영화를 처음 접하거나, 관심이 없었던 이들과, 모든 세대가 함께하는 독립영화와 관객의 행복한 만남을 기대해본다.
by.이현희(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