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에반게리온: 서>가 나왔을 때 많은 사람은 10여 년 전과 같은 내용을 비슷한 화면과 음악으로, 이전보다 단순히 더 보기 좋게 다시 한 번 우려낸 작품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2년 뒤 2009년 속편인 <에반게리온: 파>가 개봉했다. 전작을 생각할때 뭔가 새로운 점이 있을 거라 기대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극장에서 <에반게리온>을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관람의 이유는 충분했다. 하지만 새로운 캐릭터와 메카닉, 그리고 새로운 음악으로 시작한 영화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갔다. 영화가 끝난 후에는 작품의 총감독 안노 히데야키에게 놀랐으며, 전작들과 전혀 다른 음악으로 영화를 한껏 새롭게 해준 작곡가 사기스 시로에 감탄했다.
기존의 음악들 역시 새로운 편곡으로 재등장했지만 기대보다 많은, 전혀 다른 새 음악들에 흥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전반적으로 합창단을 많이 사용해서 전작들 보다 무게감과 비장감을 강조했다. 그리고 특이한 점은 합창부분의 가사가 모두 영어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일본어 대사와 충돌하지 않으면서 너무 낯설지 않은 언어로서 영어를 선택한 것이 아닌가 싶다.
본 OST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음반이 2장이라는 것이다. 같은 곡들이지만, 첫 번째 음반에는 실제 영화에 사용한 버전이, 두 번째 음반에는 작곡가의 의도대로 완성된 버전이 수록되어 있다. 즉 영화에 사용된 버전의 경우 상대적으로 곡들이 짧은 경우가 많으며, 영화전체의 클라이맥스를 위해서 곡 하나하나의 클라이맥스 부분이나 엔딩이 삭제되어 있다. 음반의 속지에는 여러 곡의 가사와 작곡가의 코멘터리가 한글로 번역, 수록되어 있다. 완성도 높은 OST를 감상하며 에반게리온의 다음 이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