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회색의 도시 버팔로에 홀로 남겨진 남자. 그는 미식축구 버팔로팀의 승리를 자신하며 뛰어든 도박에서 진 탓에, 5년 동안이나 감옥살이를 해야 했던 빌리 브라운이다. 그는 이제껏 어떠한 사랑도, 존중도 받아본 적 없다. 광적인 미식축구팬인 어머니는 너 따윈 낳지 말았어야 했다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고, 다혈질의 아버지는 분노만을 표출하며, 줄곧 짝사랑해온 웬디는 빌리의 이름조차 모른다. 감옥에서 출소해도 반기는 이 하나 없고, 심지어는 화장실을 급히 찾을 때도 그에게 문 열어주는 곳이 없다. 빌리는 원초적인 생리현상조차 받아주지 않은 삭막한 삶 속에서 스스로를 혐오할 뿐이다. 결국 그는 자신을 내기에서 지게 만든 장본인, 버팔로팀 선수 우즈를 죽인 후 자살하기로 마음먹는다. 마지막으로 부모를 만나고자 집으로 향하던 빌리는, 우연히 마주친 레일라를 납치해 자신과 동행해달라고 협박한다. 놀랍게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는 레일라. <버팔로 66>은 자꾸만 거리를 두는 그와 그 거리마저 보듬어주고픈 그녀의 이야기다.
이 영화는 화가, 가수, 모델이자 감독인 빈센트 갤로가 직접 각본, 연출, 음악, 주연한 작품으로, 감독 자신이 투영된 매력적인 캐릭터와 개성 있는 연출로 로테르담, 선댄스 등 다수의 국제영화제에서 미국인디영화계의 최고의 성과라는 격찬을 받았다. 관록 깊은 배우 벤 가자라, 안젤리 휴스턴, 미키 루크의 존재감은 물론이요, 레일라 역의 크리스티나 리치의 연기는 매우 인상적이다. 특히 빌리를 품는 모성 가득한 그녀의 몸은 앳된 얼굴과 어우러져 묘한 매력을 풍긴다. 랜스 아코드의 뛰어난 촬영과, ‘Moonchild’ ‘Fools Rush In’ ‘Lonely Boy’ 등의 주옥같은 O.S.T도 영화에 힘을 더한다. 그야말로 재주 많은 감독의 부족함 없는 영화다. 물론 주인공 빌리의 부족함은 넘쳐 흘러서 더욱 애틋하다. 아무도 귀 기울여준 적 없기에 같은 말도 두 번씩 소리 질러야 마음이 놓이는 빌리 곁에 그래도 널 사랑해 라고 말하는 레일라가 있듯이, 우리 모두의 삶에 각자의 레일라가 존재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