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아키비스트] 필름 아키비스트 활동 (3) - 필름 보존
필름 아카이브의 모든 업무는 여러 방식으로 영화 보존에 도움이 된다. 온도와 습도가 조절되는 보관고는 원본과 새로 만든 마스터본을 장기적으로 보존할 수 있게 해주며, 자료를 세심하게 취급하고 카탈로깅하는 작업은 영화자료를 찾아내 발굴하는 데 필수적이다. 그리고 프로그래밍과 상영이 없다면, 관객들이 볼 수 있는 자료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모든 업무의 이면에는, 아카이브 보존이 후세를 위해 영화가 살아남도록 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여전히 보여준다. 이것은 수동적이 아닌 적극적인 과정으로 단지 보관고에 필름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일 이상을 요구한다. 원본 자료가 열화되거나 손상될 위험이 있으므로, 아카이브의 필름 보존은 필름 내용을 보호하기 위한 백업 자료로 새로운 마스터 자료를 만드는 과정이다.
모든 필름 보존의 기본은 복사(duplication)이다. 보다 전통적인 박물관 환경에서는 큐레이터의 업무가 회화, 조소, 고고학적 유물과 같은 작품에 맞게 조정된다. 보존은 해당 자료가 해를 입지 않게 보호하고 부패를 방지하는 일을 의미한다. 영화환경에서는 영화필름을 복사하여 배포하고 관람이 이루어진다. 보통 오리지널 필름은 편집된 카메라 네거티브 필름이며 유성영화의 경우 오리지널 사운드 필름이 추가된다. 관객들은 이런 오리지널 필름을 보는 경우가 전혀 없으며 영사용 프린트를 보게 된다. 안타깝게도 이 소중한 원본 자료가 함부로 취급되거나 이후 재개봉용으로 재편집되거나 분실되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원본 자료가 살아남은 경우라도, 질산염 필름과 아세테이트 필름은 화학적으로 분해되어 베이스가 파괴되거나 탈색될 수 있다. 올바른 보존을 통해 이러한 위험을 상쇄할 수는 있지만, 이 원본을 박물관의 상황에서와 같이 보호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보관고 선반에 놓인 필름 캔을 본다고 해서 영화를 만든 이들의 예술혼과 기술을 느낄 수 없음은 명백하다. 그 작품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게 하려면 상영용 프린트를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아카이브는 항상 보존 작업을 마무리한 시점에 새로운 영사용 프린트를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아카이브와 시네마테크에서 상영할 수 있는 영화 프린트를 새로 만드는 일은 보존을 위한 단계 중 하나일 뿐이다. 영사용 프린트와 기타 활용용 자료는 사용하기 위한 것이다. 이 복사본들은 자주 취급되고, 여러 장소로 이동되고, 제각기 다른 환경에 노출되기 때문에, 장기적인 정보 보관용으로 의존할 수 있는 최상의 자료가 될 수 없다. 더욱이 영사용 프린트는 대형 화면 상영에 최적화된 필름입자 구조를 가지고 있어 복사용으로는 별로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필름 아카이브는 보존 과정의 일환으로 새로운 복사용 마스터 필름을 만든다. 이러한 새로운 자료는, 수축 또는 손상되었거나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형식의 필름을 처리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전문적인 현상소에서 제작된다. 아카이브 마스터 필름은 복사용으로 고안되어 수십 년 이상 최대 수백 년까지 안정성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되는 폴리에스테르 베이스로 만들어진다. 자료가 손상되었거나 최초 공개된 원본과 차이가 있는 경우, 아키비스트는 필름을 원본 버전으로 복원하고자 노력한다(필름 손상 중 일부는 광화학적 수단으로 보수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복원 분야에서는 디지털 기술이 많은 전통적 작업 과정을 대체하고 있다.)
대부분의 아카이브에서 보존 과정은 보유 자료, 즉 아카이브 소장 필름에 초점을 맞춘다. 아카이브에서 보유하고 있는 필름 중 일부는 이미 보존가치가 있다고 인정받은 것일 수 있지만, 적절하게 확인되거나 파악되지 않은 품목이 수천 점에 달한다. 따라서 보존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상당한 연구가 필요하다. 연구의 목적은 해당 필름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어떤 유형의 복사본이 보존될 수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아카이브에 오리지널 네거티브가 있는 경우에는 보존 우선순위를 정하기가 쉽다. 그렇지 않은 경우, 보존할 수 있는 자료는 모두 2, 3세대 복사본이다. 확실한 사실은 자료가 열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경우에는 이 가능성이 보존 과정의 또 다른 변수가 된다는 것이다. 모든 자료는 철저한 검사 및 비교를 통해 화질과 완전성 여부를 파악해야 한다. 전 세계에 다수의 복사본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아카이브는 다른 기관과 밀접하게 협력해야 한다. 보존 프로젝트를 완료하기 위해 영화 제작자, 아카이브, 대학, 스튜디오 등 다양한 출처에서 자료를 대여하는 경우도 있다.
프로젝트는 다양한 변수에 따라 선정되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비용이다. 대규모 기관들이 자체 필름 현상소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외부 업체에 필름 작업을 맡겨야 한다. 아키비스트는 자료를 세심하게 검사해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 일부 운 좋은 아키비스트들은 전적으로 보존에만 할당된 기금을 확보하나 대부분은 보조금을 얻거나 모금을 해야 한다. 일단 프로젝트 기금을 지원 받게 되면, 대부분의 아키비스트는 새로 만든 자료가 원본의 영상 및 음향과 일치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작업을 감독하게 된다. 보존을 위해서는 다양한 필름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하거나, 색보정을 위해 복사본을 영사해 보거나, 오디오 전송 또는 디지털 복원을 해야 할 수도 있다.모든 작업이 완료되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기본적인 아카이브 업무에 치중하게 된다. 새로 만든 자료는 세심하게 취급 및 저장해야 하며, 다른 아키비스트가 완료된 작업을 파악할 수 있도록 정확히 카탈로깅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활용용 복사본을 조심스럽게 취급, 관리해, 열화와 대체 복사본의 필요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영화는 살아 있는 개체로서 보존되어, 관객들이 보고 즐길 수 있게 되며, 미래를 위한 아카이브 마스터 자료로 보존된다.
by.조세프 린드너(아카데미필름아카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