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시네마테크KOFA 개관 시 3D 강연 및 2009년 10월 <기쁨 없는 골목길> 복원 강연을 진행해준 뮌헨영화박물관의 슈테판 드뢰슬러 관장의 DVD 프로젝트에 대해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우선, 한국영상자료원의 상영에 큰 도움을 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지난해 10월의 <기쁨 없는 골목길 Die freudlose Gasse>(파브스트, 1925)과 올 2월의 <강 The River>(보재기)과 <폭스사의 무르나우와 보재기 Murnau and Borzage at Fox> 등 다큐멘터리 2편에 대한 상영을 도와주셨습니다. 사실, 이 작품들은 관장님께서 복원하셨고 필름 뮤지엄 에디션 DVD로 출시하셨는데요, ‘필름 뮤지엄 에디션’(Edition Filmmuseum)에 대해 소개해주시겠습니까?
저는 기술적인 작업이 끝났다고 해서 영화 복원 작업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술적인 작업은 첫 단계일 뿐이니까요. 영화필름은 보관고에서 보관만 되어서는 안됩니다. 관객들에게 보여져야 합니다. 그리고 영화를 복원 또는 재구성하느라 몇 달, 몇 년을 작업하고 나면 그 영화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저희가 되고 많은 관객에게 보여줄 책임도 저희 몫이죠. 영화필름을 홍보하는 한 가지 방법은 저희 시네마테크에서 상영하거나 FIAF를 통해 다른 아카이브의 시네마테크나 영화제에서 상영하는 것입니다. 또 다른 방법은 이 영화필름을 DVD로 출시해서 사람들이 영화를 보면서 연구와 논의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저희가 자체 DVD 라벨을 만든 이유는 간단합니다. DVD 업체를 통한 DVD 출시에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DVD 업체가 저희 영화 자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런 영화들이 관람되는 방식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결국 영화 사업의 다양한 분야(음향 및 영상 복원, DVD 제작, 영화 홍보)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필름 뮤지엄 에디션의 설립을 발의했고, 이 회사는 최상의 기술 품질과 완벽한 예술적 관리를 보장합니다. 저희(그리고 다른 필름 아카이브 및 시네마테크 대부분)는 새로운 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만들기가 참 어렵습니다. 경제 위기로 인해 예산이 삭감 당하지 않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바쁘지요. 그렇기 때문에 DVD제작을 외부에서 제작하는 것이 최상의 해결책이었습니다. 업무를 통제할 수 있고 로열티도 받습니다.
뮌헨영화박물관은 이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기관 중 하나인데,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시작한 이유를 말씀해주시겠습니까? 그리고 이 필름 뮤지엄 에디션을 통해 출시된 DVD는 몇 작품이나 되나요? 상업적으로 성공한 작품도 있는지요?
제 경우, 유럽의 독일어권에 있는 동료들과 힘을 모을 필요성을 분명히 느꼈습니다.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룩셈부르크에 있는 필름 아카이브들이 거의 모두 필름 뮤지엄 에디션에 참여한 것을 보면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저는 처음부터 저희 DVD가 전 세계의 관심을 얻기 위해서는 적어도 영문 자막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괴테 인스티튜트(Goethe-Institut)가 처음부터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기 때문에, 하나 이상의 외국어로도 자막을 제작할 수 있었고, 때로는 최대 10개 국어로 자막을 제작했습니다. 1년에 약 10편의 DVD를 출시하고 있는데, 그중 50% 이상이 뮌헨영화박물관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가장 크게 성공한 작품은 발터 루트만 감독의 고전 <베를린, 대도시 교향곡 Berlin, Die Sinfonie der Grossstadt> DVD인데 감독의 초기 작품들 및 많은 자료를 담은 매우 공들인 DVD입니다.
DVD로 제작할 영화들은 어떻게 선정하십니까? 선정되는 영화는 다 복원된 작품인지요?
저희는 저희가 소장한 영화와 시네마테크에서 상영된 영화감독의 영화 위주로 작업합니다. DVD 라벨이 성공적이어서, 점점 더 많은 수의 저작권 소유자들이 자신의 영화 출시를 제안하고 있지만, 저희의 인지도를 잃고 싶지는 않습니다. 저는 필름 뮤지엄 에디션이 저희 시네마테크의 업무, 즉 영화사와 영화 미학의 다양한 측면을 보여 주는 일을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물론, 복원한 영화만을 DVD로 제작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DVD 제작 계획은 저희의 복원 작품 선정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제작하신 DVD를 보면 보충 자료가 많아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기쁨 없는 골목길>의 복원 작업에 대해 강의해주셨을 때, 복원 작업과 함께 이 영화에 관련된 각종 문서, 스틸 이미지, 영화평, 기사를 보여주셨습니다. 그렇게 다량의 정보를 수집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텐데 DVD 제작을 위해 어떻게 조사 작업을 하시는지, 그리고 이 끝도 없는 과정에서 일어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으면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저희는 <기쁨 없는 골목길>처럼 불완전판 필름이나 일부분만 남아 있는 영화필름을 다루는 전문가들입니다. 영화필름 복원을 시작하는 첫 단계는 항상 영화필름, 영화 제작, 개봉, 관람객의 반응, 영화사에 관한 모든 정보를 수집하는 일입니다. 이 작업은 몇 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또 특정한 자료에 접근하려면 인내심이 많이 필요합니다. 자료를 모두 종합할 수 있어야 영화의 재구성이나 복원에 필요한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작업 단계를 최대한 세밀하게 문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이루어진 작업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고 영화 복원 및 보존의 필요성을 강화시켜주기도 합니다. 이렇게 모든 자료를 확보했는데 DVD로도 제작하지 않을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영화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하는 분들, DVD로 영화연구를 하려는 학자 및 영화사 전문가들에게 더없이 유용한 자료가 될 것입니다. 물론 DVD마다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지만, 저희에게는 즐거운 일이기도 합니다. 일의 결과를 문서화해 수중에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즐거움이지요.
한국영상자료원에서도 한국 고전영화 DVD를 출시하고 있습니다. 아마 저희 DVD를 한두 편 보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희 DVD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국영상자료원에서 하는 일이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최초로 영화필름을 DVD로 제작하고 이 새로운 매체의 가능성을 시험한 아카이브 중 하나입니다. 한국 영화사에 대해 잘 모르는 저 같은 사람에게는 본 적이 없는 영화를 연구해 저희 시네마테크 프로그램으로 상영할 수 있게 해준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필름 뮤지엄 에디션의 온라인 매장에서는 여러 필름 아카이브에서 제작한 DVD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한국영상자료원 DVD도 포함시키고 싶습니다.
한국영상자료원 DVD에 대한 좋은 말씀과 제안에 감사드립니다. 요즘에는 어떤 DVD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계신지요?
많은 프로젝트를 준비 중입니다. 독일의 유명 영화감독인 베르너 슈뢰터의 잊힌 초기 작품들을 작업하고 있고, <아침부터 밤까지 Von Morgens bis Mitternachts>나 <알골 Algol>같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표현주의 무성영화, 미국의 배우 맥스 데이비슨(Max Davidson)의 유대인 코미디, 1945년 파괴된 뮌헨의 최초 영상, 아직까지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작업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저희의 큰 장점이지요. 저희는 사람들이 지금까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흥미로운 영화를 DVD를 통해 선사할 수 있습니다. 저에게 영화사란 항상 같은 고전 작품만을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잘 알려진 작품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잊힌 영화필름에 대한 열린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시간을 내주시고 저희 영상자료원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영화천국>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지요?
지난해 본 무성영화제(International Stummfilmtage)에서<청춘의 십자로>를 상영했는데, 관객들의 반응이 아주 좋았습니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조만간 멋진 변사 공연이 들어 있는 <청춘의 십자로> DVD를 출시하기 바라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더 많은 한국 무성영화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시아의 많은 무성영화가 소실되었고, 도서와 연구 자료들이 유럽과 미국의 영화사에 치중되어 있다는 사실이 매우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