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아키비스트] 필름 아키비스트 활동 (1) - 영화프로그래밍
핀란드필름아카이브(Suomen Elokuva-Arkisto) 필름 프로그래머 FIAF 프로그래밍 및 자료활용위원회(Commission for Programming and Access to Collection) 위원장 보존과 상영, 이 두 가지는 1930년대 초부터 필름 아카이브의 주요 업무가 되어왔다. 파리에 있는 시네마테크 프랑세즈(La Cin?math?que fran?aise)의 창립자인 앙리 랑글루아(Henri Langlois)는 활기가 넘치는 사람이었고 초기 몇 십 년 동안 국제필름아카이브연맹(FIAF)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랑글루아는 예술적 열정이 넘쳐나는 사람이었다. 랑글루아적 체험에서 영화 프로그래밍은 문화, 사회 그리고 역사의 복합적인 맥락 속에서 무언가를 발견해나가는 모험을 하는 것이었다. 랑글루아는 편견 없이 유명한 고전을 프로그래밍했고 잊힌 보물을 발견해나갔다. 그는 아시아의 영화를 서양에 알리는 일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영화의 역사를 바꾸는 데에도 일조했는데, 그 결과 ‘시네마테크의 아이들’인 젊은 프랑스 누벨바그 감독들이 배출되었다.
모든 아카이브는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영화 상영을 기획하지만, 아카이브를 영화 문화의 중심지로 발전시키려는 열정을 공통으로 갖고 있다. 필름 아카이브는 자체 소장 자료와 타 아카이브의 소장 자료를 대여하여 영화 상영을 기획함으로써 영화사를 생생하게 보존한다. 새로 복원되는 작품들은 특별한 대우를 받기도 한다. 요즘 전 세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젊은이들은 더 많은 영화를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해 보고 있다. 그렇지만 영화관에서 영화를 체험하는 것이 더 우위에 있다는 점이 보다 분명해지고 있다. 심리 실내극은 영화관에서 관람해야 더욱 강렬하며, 코미디 영화도 영화관에서 보아야 관객들의 웃음이 이어지면서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서사 영화의 웅장한 배경 역시 영화관에서만 그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메타 프로그래밍은 몇 년간, 심지어는 몇 십 년간 유지되는 지속성과 균형을 의미한다. 어떤 영화는 MTV 용어를 차용할 만큼 많이 유통되기도 하고, 또 어떤 영화는 상영이 그렇게 많이 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더 큰 맥락에서 이루어진다.
가장 중요한 핵심 원칙은 영화사의 큰 줄기, 즉 최초의 영화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이야기, 주요 스타일 시기, 역사적 전환점, 가장 영향력 있는 핵심 작품을 제시하는 것이다. 영화를 역사의 발전과정에서 연구할 수도 있지만, 보다 흥미로운 사실은 세계사를 영화를 통해 연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한 가지 어려운 과제는 세계 곳곳의 영화를 소개하는 일이다. 할리우드 영화가 여러 국가의 시장을 독식하고 있지만, 아카이브는 모든 대륙의 우수한 작품을 관객들에게 알리고 싶어한다. 예를 들어 유럽에서는 여전히 필름 아카이브가 아시아 영화를 소개하는 특별한 역할을 맡고 있다. 각 나라에서 자국 영화를 광범위하게, 더 좋게는 전작전 형식으로 상영하면서 감독들을 초청해 본인들의 영화를 소개하는 것은 좋은 방식일 것이다. 상영되는 영화가 불후의 명작이 아니라 하더라도 흥미로운 발견이 많이 이루어질 수 있다.
고전의 개념(이해하기 어렵고, 자주 바뀌고,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이 시네마테크 프로그래밍의 핵심이다. 영국의 영화 월간지 <사이트 앤 사운드(Sight & Sound)>에서 선정하는 최고의 영화 10편은 좋은 시작점의 한 예다. 거장의 전작전이나 대규모 회고전은 필름 아카이브가 가진 비장의 카드다. 이러한 회고전은 많은 공간을 차지하지만, 모든 세대는 알프레드 히치콕, 장 르누아르, 오즈 야스지로의 전작전을 볼 기회를 가져야 한다. 필름 아카이브는 늘 실험영화(아방가르드, 예술영화)의 요람이 되어왔다. 실험영화를 통해 영화 문화가 다시 태어나기 때문에, 세심한 관심을 갖고 대해야 한다. 다큐멘터리 영화는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아카이브가 소장하고 있는 비극영화에는 놀라운 작품이 많이 숨어 있으며, 이를 이용해 광범위하고 창의적인 주제를 가진 프로그램과 시리즈를 기획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 역시 또 하나의 즐거운 도전이다. 단편 애니메이션은 단독으로 상영될 목적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이들을 모아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데는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미국의 애니메이션부터 일본의 애니메이션인 아니메까지, 애니메이션은 영화 이야기에서 빠질 수 없는 분야다.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정전에 반하는 대항적인 영화사는 랑글루아 시대부터 꾸준히 필름 아카이브 프로그래밍의 한 분야였다. 타란티노 현상으로 인해 영화사의 비밀스러운 경로를 따라가는 모험이 재조명되고 있으며, 이런 현상이 생각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이기 때문에 ‘컬트 영화’와 ‘B급 영화’의 개념이 사라지고 있는 듯하다. 초기 영화, 제1차 세계대전 이전 영화, 장편 영화 이전의 개척자 시대에 특히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금지된, 난해한, 불가능한 영화들도 중요하다. 아카이브 설립된 국가나 영화가 제작된 국가에서 금지된 영화를 발견할 수 있다. 매우 짧은 영화(초기 영화, 플럭서스 영화)들은 하나로 묶을 수 있고, 매우 긴 영화들은 특별 상영 시간을 정할 수 있다. 희귀한 포맷의 영화들은 필름 아카이브에서만 상영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디지털 상영과 더불어 많은 필름 아카이브는 70mm, 35mm, 16mm, 다양한 화면 비율과 영사 속도로 상영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많은 필름 아카이브가 여전히 질산염 필름을 상영하고 있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상영 프로그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화는 역사, 사회, 문화의 일부로서 영화의 의미는 시간이 지나면서 변한다. 감독, 학자, 전문가 등을 초청하면 흥미로운 방식으로 영화를 소개할 수 있다. 프로그램에 대한 유익한 책자와 빠짐없는 정보는 영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외국 영화의 경우 우수한 번역과 전자 자막 작업을 해야 관객이 연출자의 의도대로 영화를 이해할 수 있다.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은 어린이와 가족 관객을 위한 상영을 준비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학교 및 대학과 협력해 미디어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면 좋은 결과가 따르는데, 이는 젊은 관객을 유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우리는 이벤트 문화의 시대에 살고 있으며 관객의 전문성이 높아지고 있다. 젊은 세대의 관객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어려움에 맞서야 한다. 우선은 특별 관심 분야 시리즈로, 그 다음에는 크로스-오버(cross-over) 경험을 통해 이를 극복해야 한다.
/ 핀란드 필름아카이브 www.sea.fi
by.안티 알라넨(핀란드필름아카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