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 앙리 랑글루아와 조르주 프랑주가 설립한 이래,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는 영화필름만큼이나 ‘비(非)영화필름’을 중요하게 여겨왔다. 지금까지 70여 년 동안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는, 시네마토그라프 원본부터 현대 작가영화에 이르는 4만 편이 넘는 영화, 5만 점이 넘는 사진, 전단 2만1000장, 포스터 1만1000점,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컬렉션 중 일부인 기기 4000대, 이 글을 쓰는 시점에 기획전시가 시작된 매직 랜턴 1만7000대, 의상 2000벌 등을 보존하고 있다.
창립 정신에 따라,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는 모든 영화, 혹은 총체적인 영화의 집합소여야 한다. 이는, 시네마테크 프랑세즈가 뉴욕현대미술관(MoMA), BFI(British Film Institute), 제국필름아카이브(Reichsfilmarchiv)와 함께 1938년에 창설한 국제영상자료원연맹(FIAF)의 정신이기도 하다. 국제영상자료원연맹의 사명 중 하나는, 회원 단체들 사이의 협력을 증진하며 국제적인 계획 아래 영화와 자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일이다.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의 컬렉션은 세계문화유산으로서도 중요하다.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는 정부에서 운영하는 아카이브가 아님을 밝히고 싶다.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는 비영리 목적의 단체로, 이사회가 운영하며 국가 지원을 받는다.
우리의 으뜸가는 사명은 다음과 같다. 영화를 보존하고 복원하며 수집하여 아카이브를 구축한다. 위대한 고전영화는 물론 전작 회고전과 감독, 배우, 제작자와 기술 스태프 회고전 프로그램을 상영한다.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박물관에서는 수집품을 전시하며, 영화가 다른 예술과 만나는 지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풍부함을 보여주는 비상설 전시도 기획한다.
배급 보존 서비스를 한데 모아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는 2007년 영화도서관(la BiFi, 1992년 설립된 영화도서관은 시네마테크 프랑세즈가 수집한 아카이브 일부를 관리해왔다)과 통합하면서 문화유산국을 신설하여, 수집한 영화필름과 비영화필름을 배급하고 보존하는 서비스를 처음으로 한데 모았다.
영화필름 분야를 풍부하게 수집하는 데는 자발적 납본이 중요한 역할을 하며, 기증 또한 비영화필름 수집을 풍요롭게 하는 훌륭한 길이다.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는 위탁받은 필름 프린트를 온전히 보존한다. 필름 프린트 보존이란, 수집 영화를 파악하고 물질 자체의 성질에 따라 보관 조건을 최상으로 유지하며, 작품의 원형대로 복원하고, 필름 프린트를 고려하면서 많은 이에게 작품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한다는 뜻이다. 유일하게 존재하는 프린트나 질산염 프린트, 네거티브 프린트, 인화와 보존에 필요한 인터포지티프와 인터네거티브 프린트들은 특별히 관리해야 한다.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는 영화 창작물의 보존뿐 아니라 필름 매체에 나타난 기술 정보들을 보존하는 데도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는 영화 기술을 파악할 수 있는 요소들을 보존하는 데 항상 전력을 기울여왔다. 1943년 앙리 랑글루아가 설립한 영화사연구위원회는 영화에 대한 모든 종류의 정보를 수집하는 책무가 있다. 수집된 아카이브 자료와 초기 영화를 감정하고 연대를 추정하며,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유관단체의 성원들을 연합하고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에 그들의 아카이브를 제공하도록 설득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영화사연구위원회는, 조르주 사둘을 비롯한 여러 세대의 연구자들에게 도움을 줄 만큼 풍부한 정보를 담은 60여 건의 다양한 인터뷰를 1960년대까지 생산했다. 이는 2007년 설립된 영화기술보존소가 지금도 지닌 소명이다.
기술 지식의 중요성은 한편으로 비영화필름 수집에도 반영된다. 영화 기기 컬렉션은 여러 해 동안 발명특허를 받은 6000점 이상의 기기들, 기기 제작에 관한 4000점의 아카이브 자료, 6000점의 기술 설계도를 모았다.
원칙을 지키는 영화필름 복원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기술(카메라, 감광유제, 현상기술 등)을 파악하면, 작품 창작 과정과 영화필름에 더 나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 영화필름을 파악하고 복원하는 데는 다양한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그러나 질산염 필름이든 아세테이트 필름이든, 영화필름은 사라질 운명이다. 가능한 한, 영화필름의 특성을 기억해두어야 한다. 대부분의 특성이 필름을 복제할 때 사라지기 때문이다.
필름프린트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인터프린트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가능한 한 원본 프린트에 가장 충실한 인터프린트를 인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복원 작업은 보통 현재 상태가 원본과 거리가 먼 프린트에서 출발하게 마련이고, 상영할 수 있게 하려면 특별한 처치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복원이란 가능한 한 가장 조심스러운 처치를 시행하면서 작품을 원래 상태로 회 복시키는 데 필요한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다. 문제는 상태를 ‘호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복원’하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을
채용하면서부터, 확실한 윤리적 원칙을 환기하는 것이 더욱 필요해졌다.
내가 생각하는 복원의 기본 원칙은 다음과 같다.
원본 물질의 존중: 모든 가능한 정보를 보존하려는 노력이 핵심이다. 영화 기술의 역사와 더불어, 일반적인 영화는 물질로 존재한다. 우리 손 안에 있는 프린트를 파악하는 것이 기본이다. 프린트를 파악하지 못했다면 수정하지 말아야 한다.
가역성의 원칙: 새롭게 복제할 가능성 때문에, 혹은 역사 연구의 진전 때문에 다시 원본 프린트로 돌아가야 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변형과 수정 작업을 했다면 그 궤적을 남기도록 노력해야 한다.
처치의 투명성: 모든 처치와 실행한 수정, 변형 작업은 식별 가능해야 한다. 실무 기술의 발달이 낳는 지식으로 실행된 작업을 파악할 수 있다. 작업한 매체에는 표식을 남겨야 한다.
결정에 대한 보고서: 때로는 수정 작업이 불가피하다. 이런 경우 기록해두어야 한다. 오늘 확고해 보이는 것이 내일도 그렇지는 않다. 기록은 다음 세대가 프린트를 다시 살피고 역사를 따라가도록 해준다. 모든 복원은, 실행한 처치와 결정이 정당함을 입증하는 요소를 취합한 보고서를 남겨야 한다. 영화 복원은 혼자서 하는 일이 아님을 잊지 말자. 모든 작업자가 읽을 수 있도록 자료를 작성해야 한다.
복원은 무엇보다 팀 작업이 우선이다. 각자의 지식과 경험이 그 기초가 된다.
기술의 역사를 기록함에 있어 아카이브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이 내겐 중요하다. 우리는 작품 전달만을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영화사도 전달한다. 영화는 모든 것에 우선하는 기술이며, 예술 창조는 기술 가능성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오랫동안 필름 복원이 주변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졌고, 영화 창작물에 언제나 충실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원본에 가장 근접할 수 있게 하는 능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보존하고 있는 영화필름에 생명을 부여하기 위해 모든 가능한 수단을, 가능한 한 가장 정직하게 이용하여 작업하는 것이 시네마테크의 숙제다.
2009년 10월 필자는 이 글을 쓰는 데 큰 도움을 준 조엘 데르와 로랑 마노니에게 심심한 감사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