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하고 심심할 때 연애하는 방법 한 가지
음… 저기요…. 혹시 연애할 때 무슨 말을 하지, 혹은 에이 할 말도 없다 뭐 그런 감정을 느껴보신 적이 있나요? 만약 그런 순간을 경험하셨다면 제 말을 한번 들어봐주세요. 제가 이럴 때 무지 좋은 방법 한 가지를 알게 되었거든요. 저도 안 지는 얼마 안 됐어요. 하지만 무지 좋은 방법 같아요.
혹시 서울에 사세요? 뭐 꼭 서울에 안 사셔도 됩니다만. 그냥 제가 서울에 있다보니 죄송합니다만 서울 얘기만 할게요. 양해 바랍니다. 물론 서울 아니어도 할 수 있는 거예요. 오픈 마인드 하세요. 서울 아니어도 가능합니다.
일단 이성에게 오늘은 홍대 앞에서 보자고 하세요. 만날 장소는 홍대 전철역 2번 출구 앞. 왜 거기서 만나냐? 뭐 이런 걸 물어본다면 만나면 얘기해줄게 정도로 말해주시고요. 두 분이 홍대 2번 출구 앞에서 만나셨다면 버스를 기다리세요. 출구 앞 버스 정류장에서. 세븐스 스프링스라고 패밀리 레스토랑 건너편이에요. 뭐 또 어디 가냐? 이런 거 물어보겠죠. 그럼 그냥 웃으세요. 잠시 그러고 계시면 버스가 옵니다. 7711번. 그걸 타자고 하세요. 궁금하겠죠, 누구든. 버스에 탔는데도 아무 말 하지 않는다면 더 궁금해질지 몰라요. 그럴 때 상대가 이런 말을 할 수 있겠죠. 알았으니까 어디 가는데? 거의 다 왔어. 조금만 더. 하지만 한편으론 정작 본인은 불안 불안 할 수 있어요. 왠 신도시? 하는 느낌과 정말 신도시로 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월드컵 경기장도 보이고. 그때쯤 아마도 버스 안내 방송에서 누리꿈 스퀘어란 단어를 듣게 될 거예요. 그럼 다 안다는 듯 바로 내리세요. 커다란 빌딩 숲 속이에요. 여기서 조금 용기를 내서 앞에 보이는 건물을 오른 쪽으로 끼고 쭉 직진하세요. 길이 끝났다 싶을 때 왼편을 보시면 거기에 한국영상자료원이 있어요.
헤~ 다 왔어요. 여기 오려고 여태 그랬어요. 영상자료원이란 간판을 확인하시면 지하로 가는 계단이 보일 거예요. 거깁니다. 바로 내려오세요. 문 열고 들어서자마자 멀티콤플렉스 매표소 같은 게 보입니다. 뭐지? 영화가 두 개 있어요. 여긴 극장이 큰 거 작은 거 두 개 있거든요. 뭐 아무거나 보셔도 다 공짜예요. 제목을 보니 다 잘 모르는 영화죠. 그래도 그냥 공짜니까 아무거나 함 봐봐요. 왜냐하면 이런 영화를 봐야 연애할 때 할 말이 많아지거든요. 영화가 꽝이었다면 욕을, 좋았다면 칭찬을 하시면 돼요. 혹 시간이 안 맞거나 이미 봐버린 영화를 하고 있다면 2층으로 가세요. 매표소 옆 에스컬레이터를 타시고. 그럼 거기에 왠 도서관이 있는데, 겁먹지 마세요. 사실 그냥 비디오 방이거든요. 둘이서도 공짜로 볼 수 있는. 거기엔 모든 영화가 다 있어요. 당신이 보고 싶었지만 제목만 아는 그런 영화들이! 헤헤 다 공짜예요.
영화를 다 보셨다면 새로 만든 신도시의 커피숍이든 맥주집이든 가셔서 오늘 본 영화에 대해 이야길 하다보면 잊지 못할 즐거운 하루의 데이트가 완성된답니다. 해보세요. 정말 효과 있어요! 쳇! 진짠데.
by.강이관(영화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