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야니스카시 koyaanisqatsi>
며칠 전, 인류가 지구에서 사라진다는 가정 아래 펼쳐지는 상황을 그린 방송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먼저 인간들이 생성하던 전기가 끊기고 그들이 만들어놓은 모든 것이 부패되고 붕괴된다. 붕괴된 인류의 터전은 다른 동식물들의 보금자리가 되어 본래의 대자연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과학자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그려낸 작품이었다. 인류와 지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 한편 ‘카시3부작’ 이 생각났고 그 첫 번째 작품 <코야니스카시>에 담아낸 자연의 웅장함이 떠올랐다.
<코야니스카시> 는 <하녀> 복원에 지원한 세계영화재단의 이사장 마틴 스콜세지가 제공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시적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려 어쩌면 상투적이랄 수 있는 메시지를 대사 한마디 없이 영상과 음악만으로 전달한다. 여기에 다큐멘터리가 가진 고유의 진실성이 더해져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카시3부작’ 모두 고드프리 레지오가 감독을 맡았으며 <트루먼 쇼> <디 아워스>의 영화음악으로 유명한 미니멀리즘의 거장 필립글라스가 음악을 맡았다. 이 영화를 보면 영상과 음악의 만남이 환상적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데, 두 사람은 서로 새로운 영감과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파트너로 25년간 작업을 통해 관계를 지속해왔다고 한다. <코야니스카시>의 첫 부분에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사진을 연상하게 하는 역동적인 구름, 사막 모래의 유려한 움직임, 폭포의 물결 등을 고속촬영으로 담아 천지창조의 장엄함을 느끼게 한다. 관객은 그 자연의 아름다움에 한없이 빠져들다가 폭발하는 미사일, 불도저 주위로 내뿜는 검은 연기, 개미떼처럼 모인 사람들, 화면을 응시하는 사람들과 마주한다. 이는 인류 문명의 이기와 그 속에서 소외되는 인간의 모습을 관객이 직접 마주하게 하여 메시지의 전달보다 강렬한 울림을 전하고 있다.
<코야니스카시>는 호피 인디언 언어로 ‘균형을 잃은 삶’을 뜻한다. 우리는 서로 공존하는 관계가 아니라 소외 당하고 소외하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이 영화를 통해 사유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의 또 다른 ‘카시3부작’ 의 2부<포와카시>, 3부<니코이카시> 도 자료원에서 만나볼 수 있으니 보물을 찾아 꺼내보도록 하자.
by.정은영(수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