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aloging, 입력한 만큼 보인다!
영상자료원의 방대한 자료들이 DB화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마도 5만여 점의 산더미 같은 필름과 비디오 자료에 파묻혀 원하는 자료의 위치는 물론 소장 여부도 모른 채 하루 종일 찾아야 할 것이고, 자료 관리자도 그 수많은 자료 하나하나가 어디서 어떻게 입수된 것인지 알 길이 없을 것이다. 자료 현황이라도 파악해야 한다면 몇 날 며칠 밤을 꼬박 새워야 할지도 모른다. 소장하고 있는 자료의 양이 아무리 많고 종류가 다양해도 그것이 체계적인 기준에 따라 목록화(카달로깅)되지 않고 있다면 ‘구슬만 서 말’ 인 격이다.
카달로깅(Cataloging)이란, 자료의 ‘목록화’를 말하며 문헌정보학에서 말하는 목록(Catalog)이란 소장하고 있는 수많은 자료의 속성과 형식을 파악해 통일된 구성 원리에 따라서 작성하는 것을 말한다. 자료를 열람하는 이용자로 하여금 실물 자료를 직접 접하지 않고도 간단하고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도구가 바로 목록이다. 다시 말해서 목록은 자료와 이를 필요로 하는 이용자를 만나게 하는 매개이며, 이런 목록을 작성해 목록화하는 것을 카달로깅이라고 한다.
자료원에서는 제출, 기증, 위탁, 복원복사, 구입의 방법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2009년 상반기에만 필름 240여 벌, 비디오물 2,500여 점, 도서 및 잡지 1,486점, 논문 934점, 영화 OST 435점, 포스터 및 전단 350여 점을 수집했으니 평균적으로 한 달에만 1,000여 점이 넘는 자료를 수집하는 셈이다.
이렇게 수집한 자료를 일반적인 도서관의 경우는 DLS(Digital Library System)를 이용해 사서가 수서, 목록 구축, 대출?반납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자료원에서는 열람실의 관리 시스템과는 별개로 영상자료 종합정보관리시스템에 자료를 카달로깅하여 DB화한다. 수집된 자료는 자료 형태에 따라 다시 필름과 비필름 자료로 나뉘어 카달로깅된다. 비필름 자료는 수집팀에서 카달로깅하며 필름의 경우 수집팀에서 1차적으로 영화 제명과 제작사 등 기본적인 사항만을 입력하여 인수인계하면 보존팀에서 2차적으로 필름을 검수하면서 색채와 화면 종류 같은 세부적인 정보를 입력한다.
카달로깅은 영상자료 종합정보관리시스템에 각 필드(field)에 해당하는 값의 정보를 입력해 DB화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영화 <괴물>의 DVD를 입력한다고 할 때, ‘비디오명’이라는 필드에 ‘괴물’이라고 해당 필드 값을 입력하고 ‘제조사’라는 필드에는 ‘(주)케이디미디어’라는 필드 값을 입력하는 것이다. 자료 형태별로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제명, 제조사, 줄거리와 같은 내용 정보와 규격, 실물 크기와 같은 물리적인 정보를 입력한다. 이렇게 입력한 필드와 필드 값은 영상자료실 소장자료 검색의 목록에 나타난다. 자료실 검색 결과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자료의 입수일과 입수처는 해당 입수사건 연계를 통해 입력하고, 보관 위치는 인수인계된 후 최종 관리부서에서 입력한다. 모든 영화 관련 자료를 입력하기 위해서는 해당 영화의 작품 정보가 영상자료 종합정보자료관리시스템에 등록되어 있어야 하며 이는 디지털정보화팀에서 담당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간단한 업무이지만 입력하는 그대로 자료검색 결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목록의 작성자가 통일된 규칙에 따르지 않고 임의로 작성하면 목록의 일관성이 떨어지고 이용자의 자료검색과 결과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체계적인 규칙에 따른 정확한 카달로깅이 중요하다. 또한 DB 관리시스템이 아무리 뛰어나도 내용 정보가 입력되지 않으면 이용자가 그 정보를 볼 수 없기 때문에 제명, 제작사, 주제어(Keyword) 등으로 다양하게 접근해 원하는 자료를 찾을 수 있도록 가능하면 많은 필드 값을 입력하려고 노력한다.
카달로깅은 이용자의 자료 검색뿐만 아니라 자료의 축적, 보존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분야다. 자료를 관리하는 실무자의 입장에서도 자료의 현황을 파악할 때, 소장 여부를 조사하여 새로운 자료를 구입하려고 할 때 등 DB화된 목록은 꼭 필요하다. 이렇듯 카달로깅은 자료 관리 업무 및 웹상에서 이용자의 자료 검색, KMDb 등 자료원의 자료 관리 체계에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많은 자료를 한꺼번에 입력해야 할 때 반복적인 작업으로 지루할 때가 있지만 다른 도서관에서는 볼 수 없는 자료들을 많이 접할 수 있다는 것이 자료원 카달로깅 업무의 또 다른 매력이다. 신작 DVD와 도서 등 정기적으로 구입하는 자료는 여느 도서관에서나 모두 구입해 목록화하고 있지만 원로 감독들의 손때 묻은 친필 시나리오나 현장에서 직접 찍은 생생한 스틸사진, 외국어 발음 표기가 재미있는 1950년대의 국외 영화 전단 등의 자료를 접하는 순간의 감격은 어느 곳에서도 누릴 수 없는 영상자료원 수집팀만의 특권이자 자부심이다.
by.함초아(수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