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메뉴 바로가기
하단 바로가기
로고
통합검색
검색
상세검색
로그인
회원가입
고객서비스
ENG
업데이트
검색
DB
영화글
VOD
컬렉션
업데이트
영화글
기관지
DB
DB 서브
상세검색
작품 DB
인명 DB
소장자료
리스트
영화제
영화글
영화글 서브
연재
한국영화의 퀴어한 허구들
비평, 안녕하십니까
그때의 내가 만났던
명탐정 KOFA: 컬렉션을 파헤치다
사사로운영화리스트
세계영화사의 순간들
임권택X102
기획
칼럼
한국영화 NOW : 영화 공간 아카이빙 프로젝트
종료연재
기관지
VOD
VOD 서브
VOD 이용안내
가이드
VOD 기획전
전체보기
영화
영화인다큐
컬렉션
고객서비스
고객서비스 서브
KMDB 이용안내
온라인 민원
1:1문의
영화인등록
FAQ
오픈API안내
이용안내
파일데이터
Open API
공지사항
로그인
마이페이지
GNB닫기
DB
영화글
VOD
컬렉션
고객서비스
기관지
연재
기획
종료연재
기관지
이전
1077
필자의 글 입니다.
전체게시물(
58
)
서울역
신상옥 감독의 58년 작 <지옥화>는 시골 총각 동식이 노잣돈을 강탈당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남대문 지게꾼의 푸념처럼 “눈 뜨고 코 베어갈 세상”의 집약판 서울역은 대낮에도 소매치기가 날뛰는, 치안이 무색한 무법 천지. 그럼에도 ‘그깟 징한 서울 신고식’이야 재수 없는 ‘놈’의 일, 뭔 대수겠는가. <식모 삼형제>(김화랑, 69년)의 첫 장면에서 식모 생활을 하기 위해 이제 막 서울역 광장에 발을 내디딘 젊은 여인들에게 서울역은 기대에 찬 조잘거림으로 넘쳐나는 곳일 뿐. 보따리 한 아름 가슴에 안고 두려움에 움찔거리는 것도 잠시, 서울역 광장에 쏟아져 나온 이들에게 서울은 마냥 희망의 도시였다. “눈 뜨고 코 베어갈”지언정 서울역이야말로 신문물이 넘쳐나는 근대화된 도시에 이르는 기회의 통로이자, 신세계로 통하는 관문이었던 것이다. 또한 일찍부터 거리로 내몰린 가난한 아이들이 구두닦이와 신문 배달을 하기 위해 하루하루 목청을 높이는 생활의 공간이기도 했다. 비록 현실이 <식모 삼형제>의 해피엔딩 보다 <영자의 전성시대>의 기구한 인생에 가까울지라도, 수많은 이들에게 당시 서울역은 새로운 미래를 상상하게 하는 매혹의 기표였던 셈이다.
2003년 12월 신축 역사가 완공된 후 서울역은 또 한 번 커다란 변화를 맞았다. 구 역사는 조용히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나고, 최신 시설로 세워진 신 역사 주변에는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들어섰다. 사람들의 노잣돈을 강제로 뺏어가는 소매치기가 기승을 부리던 시절의 서울역 광장은 온데간데없고, ‘여행과 쇼핑을 겸할 수 있는 복합역’이란 이름 하에 눈만 뜨면 사람들 스스로 제 주머니에서 기꺼이 돈 내주는 소비 공간으로 변해버렸다. 경인선 3등석 매표구가 잊혀진 지는 벌써 오래고, 지하철, KTX는 더 빠른 속도로 서울을 메트로폴리탄으로 확장시켜 가고 있다. 분명 빨라졌다. 편리해졌다. 이제는 주렁주렁 보따리를 짊어진 사람도, 눈을 반짝이며 서울 풍경에 호들갑 떠는 사람도 없다. 하지만 서울역 구 역사가 쉬이 잊혀질리 있나. 구 역사와 부대껴 온 근대의 시간은 여러 영화 속에서, 그 역을 거쳐 간 수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 아직도 생생히 살아 있을 것이다.
by.
박혜영(한국영상자료원 연구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