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상영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다소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이야기에 언급되는 선배님의 허락을 받아 이번 기획전의 의도를 풀어본다.
필자는 프로그래밍 업무를 맡게 되면서 그동안 존경해온 선임 프로그래머님 옆에 앉아 함께 근무하게 되었다. 선배님은 오랫동안 만나왔던 어느 독일 영화기관 대표와 국제결혼을 하였고, 업무로 인해 장거리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으나 한국과 독일을 오가며 신혼 기간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작년 초에 중국 어느 도시에서 어떤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뉴스에 보도되면서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방식으로 세상이 변하게 되었다. 국내에서만 2주 간 자가격리가 필요한 해외여행은 직장인에게는 비현실적이고 요원할 뿐이고, 특히 코로나 상황이 심각한 유럽 방문의 위험성을 고려하여 남편을 직접 만나지 못한지 벌써 1년 넘게 된 선배님. 화상통화를 통해 자주 서로의 안부를 묻고 더욱더 회사 일에 몰입하고 계신다. 선배님 외에도 비슷한 상황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주변인들의 소식을 접하게 되는 요즈음이다.
이번 기획전은 선임 프로그래머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이 경험하고 있는 '비접촉 사랑 및 우정 관계의 고난, 그리고 이를 극복하는 노력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영화들을 모아 봤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뉴 노멀이 된 코로나19 세상. 이 새로운 세계 속에서 살아보면서 많은 것이 변화되었는데, 영화를 받아들이는 감정도 마찬가지로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묘사되는 이야기와 등장인물에 대해 느꼈던 동정심(sympathy)이 어느 순간부터 공감(empathy)으로 확장된 듯. 직접 겪지 못한 어려움이지만, 주변에 힘들어하는 많은 이들 곁에서 안타까움을 함께 하게 된 결과일까. 기획전 의도부터 상영작 선정까지 평소보다 각별한 마음이 들어간 만큼 관람자들도 시공간적으로 떨어진 상황 속에도 인간관계를 맺고 유지하고자 하는 그들의 이야기 속에 빠져들 수 있기를 바란다.
시네마테크KOFA
파이브 피트 | 접속 | 런치박스 | 파이란 | 그녀 | 시월애 | 라이크 크레이지 | 동감
3월 10일(수) ~ 3월 24일(수)
KMDb VOD
파이브 피트 | 10,000 km | 메리와 맥스 | 런치박스
3월 8일(월) 17시 ~ 3월 22일(월) 17시
기획전 트레일러
상영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