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이 거리(종료)

2021-03-08 ~ 2021-03-22
우리 사이 거리(종료)
본 상영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다소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이야기에 언급되는 선배님의 허락을 받아 이번 기획전의 의도를 풀어본다.

필자는 프로그래밍 업무를 맡게 되면서 그동안 존경해온 선임 프로그래머님 옆에 앉아 함께 근무하게 되었다. 선배님은 오랫동안 만나왔던 어느 독일 영화기관 대표와 국제결혼을 하였고, 업무로 인해 장거리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으나 한국과 독일을 오가며 신혼 기간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작년 초에 중국 어느 도시에서 어떤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뉴스에 보도되면서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방식으로 세상이 변하게 되었다. 국내에서만 2주 간 자가격리가 필요한 해외여행은 직장인에게는 비현실적이고 요원할 뿐이고, 특히 코로나 상황이 심각한 유럽 방문의 위험성을 고려하여 남편을 직접 만나지 못한지 벌써 1년 넘게 된 선배님. 화상통화를 통해 자주 서로의 안부를 묻고 더욱더 회사 일에 몰입하고 계신다. 선배님 외에도 비슷한 상황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주변인들의 소식을 접하게 되는 요즈음이다.

이번 기획전은 선임 프로그래머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이 경험하고 있는 '비접촉 사랑 및 우정 관계의 고난, 그리고 이를 극복하는 노력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영화들을 모아 봤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뉴 노멀이 된 코로나19 세상. 이 새로운 세계 속에서 살아보면서 많은 것이 변화되었는데, 영화를 받아들이는 감정도 마찬가지로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묘사되는 이야기와 등장인물에 대해 느꼈던 동정심(sympathy)이 어느 순간부터 공감(empathy)으로 확장된 듯. 직접 겪지 못한 어려움이지만, 주변에 힘들어하는 많은 이들 곁에서 안타까움을 함께 하게 된 결과일까. 기획전 의도부터 상영작 선정까지 평소보다 각별한 마음이 들어간 만큼 관람자들도 시공간적으로 떨어진 상황 속에도 인간관계를 맺고 유지하고자 하는 그들의 이야기 속에 빠져들 수 있기를 바란다.

시네마테크KOFA
파이브 피트 | 접속 | 런치박스 | 파이란 | 그녀 | 시월애 | 라이크 크레이지 | 동감
3월 10일(수) ~ 3월 24일(수)

KMDb VOD
파이브 피트 | 10,000 km | 메리와 맥스 | 런치박스
3월 8일(월) 17시 ~ 3월 22일(월) 17시

기획전 트레일러

상영작품
  • 01. 파이브 피트 저스틴 밸도니, 2019
    "스킨십.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의사소통 수단이자 안정감과 편안함을 주는 작은 손길. 우리에겐 공기만큼이나 그 손길이 필요하단 걸 나는 미처 몰랐어요. 그의 손길이 간절해지기 전까지는."
    같은 병을 가진 사람끼리 6피트(약 2미터) 이상 접근해서도, 접촉도 해선 안 되는 CF(낭포성 섬유증)를 가진 '스텔라'와 '윌.' 첫눈에 반한 두 사람은 서로를 위해 안전거리를 유지하려고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빠져든다. 손을 잡을 수도 키스를 할 수도 없는 그들은 병 때문에 지켜야 했던 6피트에서 1피트 더 가까워지는 걸 선택한다. 이 영화의 감독 저스틴 밸도니는 코로나19 판데믹으로 인해 거리두기 생활이 모두에게 현실이 되자 'Six Feet Apart Experiment' 영화제작 대회를 발표하여 당첨되는 여섯 명의 신인감독에게 락다운 중에도 영화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개최했다.
  • 02. 10,000km (만 킬로미터) 카를로스 마르쿠즈-마르셋, 2014
    "지난 몇 달간 우리의 연애는 인터넷 서버에 보관되어 있겠구나."
    바르셀로나 아파트에서 격렬하게 사랑을 나누는 '알렉스'와 '세르기.' 이들은 7년간 함께 산 연인으로 어서 빨리 아기를 낳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알렉스'에게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1년간 일하라는 제안이 오면서 이 계획은 흔들린다. '알렉스'는 사진작가로서 자신의 경력을 이어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세르기'의 동의를 얻어 미국행을 결심한다. 1년간의 헤어짐이 시작되고, 바르셀로나와 로스앤젤레스에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 하루도 거르지 않는 화상 채팅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의 체온을 직접 느낄 수 없는 기계적인 만남은 점점 공허해지기만 하는데...
  • 03. 메리와 맥스 아담 엘리어트, 2009
    "넌 나의 최고의 친구고 유일한 친구야."
    뉴욕에 사는 중년남자 '맥스'와 오스트레일리아에 사는 8세 소녀 '메리'는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펜팔로써 편지 주고받으며 거리와 나이를 초월한 우정을 쌓는다. 클레이오그래피를 이용한 호주 장편 애니메이션이며 제5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테디상을 받았고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 월드시네마 부분을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가 되었었다.
  • 04. 런치박스 리테쉬 바트라, 2013
    "말할 상대가 없으면 다 잊어버리나 봐요."
    매일 아침 인도 뭄바이의 5천여 명의 도시락 배달원들은 부인들이 만든 점심 도시락을 남편 사무실에 배달한다. 중산층의 평범한 주부 '일라'는 소원해진 남편과의 결혼생활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남편에게 배달되는 점심 도시락에 맛있는 요리와 함께 쪽지를 넣는다. 그러나 그녀의 특별한 점심 도시락이 정년퇴임을 앞둔 중년의 외로운 회사원 '사잔'에게 잘못 배달되고 만다. 다음 날 또 다시 남편의 반응을 소망하며 점심 도시락에 편지를 넣어 보내는 '일라'는 '사잔'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어느새 친구관계를 넘어 사랑의 감정으로 발전되어 커다란 혼란에 빠지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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