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산해진미를 맛보는 ‘한국인의 밥상’ 진행자이기도 한 최불암은 특유의 소시민적이고 친근한 이미지에 ‘국민 아버지’ 타이틀을 지닌 배우이다. 최불암 배우의 이미지는 특유의 곰삭은 연기를 바탕으로 1971년에 시작한 ‘수사반장’, 1980년에 시작한 ‘전원일기’를 통해 완성되었다고 설명된다. 이미지를 굳히는데 TV 드라마의 힘이 컸던 것은 사실이지만, ‘국민 아버지’로서의 초석은 영화 연기를 통해 다져졌다.
최불암의 영화 이력을 돌아보면 생각보다 깊고 오래 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의 아버지는 언론사와 영화 제작사를 운영 했었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생계를 위해 어머니가 운영했던 뮤직홀 ‘등대’에서 그는 많은 한국영화와 외국영화를 볼 수 있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본격적인 연기 인생이 시작되었다. 이후 대학과 연극무대를 거쳐 60년대 말 TV드라마와 영화계에 데뷔하였다. 데뷔 초기엔 다소 거친 역할을 주로 맡았고 70년대 중반이 되면 호스티스영화에서 멘토 역할과 함께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아버지 역할로 등장하게 된다. 최불암은 아직 30대 밖에 되지 않았었지만 아버지 역할에서 더 나아가 할아버지 역할까지 소화하기에 이른다. 극중에서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이순재나 송재호 같은 이들이 그의 아들로 등장하기도 했으며 이때 선보인 연기는 30대라는 나이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친근하며 동시에 우직한 아버지/할아버지를 잘 표현했다.
이번 기획전에서 그의 많은 영화 중 배우 최불암이 ‘국민 아버지’로서의 토대를 쌓을 수 있도록 만든 영화 5편을 준비했다. 즉 최불암의 초기 영화보다는 데뷔한 지 10년 정도 지난 시점의 영화들이고, 대부분 최불암 스스로 좋아한다고 밝힌 영화들이자 당시 왕성하게 활동 중이던 거장들 유현목, 김기영, 김수용, 김호선, 이두용과 함께 한 영화들이다. 5편의 영화들은 한국영화사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작품들인 만큼 이번 기획전을 통해 배우 최불암의 이미지가 쌓여가는 모습을 보는 동시에 당대 중요한 작품들을 즐길 수 있길 기대한다.
상영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