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통쾌하다! 홍콩엔 외팔이가, 일본에 장님 가쓰 신타로가, 그러면 우리에겐 외다리(한용철)가 있다!"(오승욱 감독의 『한국 액션영화』에서)
70년대 초 한국 남성들은 이소룡과 ‘외팔이’ 왕우에 열광했었다. 이들에게 대적할 한국배우로는 ‘용팔이’ 박노식이 있었지만 그는 화려한 액션 보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뱉으며 묵직한 주먹을 내지르는 배우였다. 이 외에도 태권도를 결합한 혹은 홍콩, 대만과의 합작액션 영화들이 제작되었지만, 오승욱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그 영화들은 "태권도 유단자들의 연기가 어설프거나, 홍콩 배우들에게 억지로 한국말을 덮어씌운 그런 영화여서 보고 나면 뭔가 속았다는 찝찝한 기분”을 느끼게 만들 뿐이었다. 액션영화에 대한 목마름이 커져가던 1974년 '만주 웨스턴’과 '태권도'를 결합한, “발이 손보다 빠른” 이두용 감독의 태권 액션영화들이 개봉해 사람들의 갈증을 해소해주었다. 1974년 한해에만 6편이 제작된 '이두용 표' 액션 영화의 기본 뼈대는 '만주 웨스턴'이다. 즉 식민지기 만주를 배경으로 한국독립군자금(대체로 황금이다)을 둘러싼 한국, 중국, 일본의 대결을 소재로 한다. 하지만 말을 타고 총을 쏘는 서부극을 표방했던 '만주 웨스턴'과는 달리 세계태권도대회에 출전했던 재미교포 한용철(챠리 셸)의 화려한 발차기, 그와 상대하며 액션을 소화해준 태권배우들(캐스팅을 통해 선발 된 정예 30인), 당시에 생소했던 존재인 액션 감독(무술 지도) 권영문의 지도가 있었기에 총 대신 다리로 싸우는 화려한 액션을 완성할 수 있었다.(배수천의 악역 연기도 영화의 몰입에 큰 도움을 준다) 그 결과 한용철은 스타가 되었고 아이들은 "홍콩엔 왕우(외팔이), 일본엔 가쓰 신타로(자토이치), 한국엔 외다리(한용철)가 있다!"고 외쳐대기 까지 했다. 1974년 이후 이두용 감독을 떠난 한용철은 영화 몇편의 영화를 더 찍은 후 미국으로 돌아갔고, 이두용 감독은 <무장해제>(1975), <사생결단>(1975), 미국을 로케이션으로 완성한 <아메리카 방문객>(1976)을 끝으로 액션영화에서 향토-샤머니즘의 세계로 당분간 떠난다.
이번 기획전에서는 1974년 태권 액션영화를 정립했던 6편의 작품 중 초기에 해당하는 <용호대련>, <죽엄의 다리>, <돌아온 외다리>, <분노의 왼발> 4편을 공개한다. 이미 화려한 액션영화들에 익숙한 사람이라도 이두용 감독의 빠른 컷 편집과 다수에 맞서 싸우는 액션 동선 그리고 태권 발차기와 오묘하게 섞인 이소룡 액션의 흔적을 확인하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권선징악이 뚜렷하고 화끈한 액션을 선보이는 이두용 감독의 태권 액션영화들을 보며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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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참고
김형석, 「액션의 고수 장르의 달인」, 『장르의 해결사, 이두용』,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상자료원, 11-35쪽
주성철, 「이두용, 사실적 액션연출의 대가」, 『장르의 해결사, 이두용』,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상자료원, 41-75쪽
오승욱 『한국 액션영화』, 살림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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