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로 따귀 치는” 태권 액션: ‘이두용 표’ 액션 영화(계속)

2020-09-21 ~ 계속
“다리로 따귀 치는” 태권 액션: ‘이두용 표’ 액션 영화(계속)
“우와! 통쾌하다! 홍콩엔 외팔이가, 일본에 장님 가쓰 신타로가, 그러면 우리에겐 외다리(한용철)가 있다!"(오승욱 감독의 『한국 액션영화』에서)
 
 70년대 초 한국 남성들은 이소룡과 ‘외팔이’ 왕우에 열광했었다. 이들에게 대적할 한국배우로는 ‘용팔이’ 박노식이 있었지만 그는 화려한 액션 보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뱉으며 묵직한 주먹을 내지르는 배우였다. 이 외에도 태권도를 결합한 혹은 홍콩, 대만과의 합작액션 영화들이 제작되었지만, 오승욱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그 영화들은 "태권도 유단자들의 연기가 어설프거나, 홍콩 배우들에게 억지로 한국말을 덮어씌운 그런 영화여서 보고 나면 뭔가 속았다는 찝찝한 기분”을 느끼게 만들 뿐이었다. 액션영화에 대한 목마름이 커져가던 1974년 '만주 웨스턴’과 '태권도'를 결합한, “발이 손보다 빠른” 이두용 감독의 태권 액션영화들이 개봉해 사람들의 갈증을 해소해주었다. 1974년 한해에만 6편이 제작된 '이두용 표' 액션 영화의 기본 뼈대는 '만주 웨스턴'이다. 즉 식민지기 만주를 배경으로 한국독립군자금(대체로 황금이다)을 둘러싼 한국, 중국, 일본의 대결을 소재로 한다. 하지만 말을 타고 총을 쏘는 서부극을 표방했던 '만주 웨스턴'과는 달리 세계태권도대회에 출전했던 재미교포 한용철(챠리 셸)의 화려한 발차기, 그와 상대하며 액션을 소화해준 태권배우들(캐스팅을 통해 선발 된 정예 30인), 당시에 생소했던 존재인 액션 감독(무술 지도) 권영문의 지도가 있었기에 총 대신 다리로 싸우는 화려한 액션을 완성할 수 있었다.(배수천의 악역 연기도 영화의 몰입에 큰 도움을 준다) 그 결과 한용철은 스타가 되었고 아이들은 "홍콩엔 왕우(외팔이), 일본엔 가쓰 신타로(자토이치), 한국엔 외다리(한용철)가 있다!"고 외쳐대기 까지 했다. 1974년 이후 이두용 감독을 떠난 한용철은 영화 몇편의 영화를 더 찍은 후 미국으로 돌아갔고, 이두용 감독은 <무장해제>(1975), <사생결단>(1975), 미국을 로케이션으로 완성한 <아메리카 방문객>(1976)을 끝으로 액션영화에서 향토-샤머니즘의 세계로 당분간 떠난다. 
이번 기획전에서는 1974년 태권 액션영화를 정립했던 6편의 작품 중 초기에 해당하는 <용호대련>, <죽엄의 다리>, <돌아온 외다리>, <분노의 왼발> 4편을 공개한다. 이미 화려한 액션영화들에 익숙한 사람이라도 이두용 감독의 빠른 컷 편집과 다수에 맞서 싸우는 액션 동선 그리고 태권 발차기와 오묘하게 섞인 이소룡 액션의 흔적을 확인하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권선징악이 뚜렷하고 화끈한 액션을 선보이는 이두용 감독의 태권 액션영화들을 보며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길 바란다.

※1. 본 영상은 저작권자의 허가를 받아 진행되며, 영상의 다운로드는 불가합니다. KMDb VOD를 통한 즐거운 관람되시길 바랍니다.
  2. 참고
     김형석, 「액션의 고수 장르의 달인」, 『장르의 해결사, 이두용』,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상자료원, 11-35쪽
     주성철, 「이두용, 사실적 액션연출의 대가」, 『장르의 해결사, 이두용』,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상자료원, 41-75쪽
     오승욱 『한국 액션영화』, 살림출판사     


상영작품
  • 01. 용호대련 이두용, 1974
    할빈캬바레 주인인 왕은 떠돌이 태권고수 용철에게 하얼빈에서 가장 큰 술집을 운영하는 일본인 사사끼의 금 백 짝을 훔쳐 줄 것을 요청한다. 용철은 금을 훔치기 위해 사사끼의 술집으로 향하지만 사사끼는 왕이 지급한 돈의 10배를 건네며 그를 회유한다. 용철은 사사끼의 회유를 받아들이고 왕을 떠나 사사끼의 술집에 머문다. 그러던 중 사사끼를 죽이고 금을 찾아달라는 기화가 접근한다. 기화는 사사끼와 왕이 흉계를 꾸며 아버지 운반 중이던 독립운동자금을 탈취하고 아버지마저 죽였음을 알려준다. 다시 사사끼의 술집으로 돌아간 용철은 본격적으로 금 찾기에 나서고 용철에게 배신당한 왕 또한 금을 찾기 위해 사사끼의 집으로 향한다. 

    <용호대련>은 이두용 감독의 태권 액션의 첫 번째 작품이자 한용철을 스타로 만들어준 작품이다. 독립운동자금인 금을 둘러싼 한국인(용철), 중국인(왕), 일본인(사사끼) 대결 양상이 흥미롭게 펼쳐지며 용철의 캐릭터는 <황야의 무법자>의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떠올리게 한다. 셋으로 나뉜 힘의 대결이기에 <용호대련(龍虎對鍊)>보다 영문제목 <만주의 호랑이(Manchurian Tiger)>가 더 잘 어울리는 영화이다.
  • 02. 죽엄의 다리 이두용, 1974
    일본의 군자금을 탈취한 한국인 박철호는 독립군을 잡아 들이는 중국인 팽에게 붙잡힌다. 팽은 박철호를 일본인 아까사까에게 넘기고 아까사까는 박철호를 고문해 탈취한 군자금의 위치를 알아내려한다. 박철호가 입을 열지 않자 아까사까는 그의 여동생 영란을 잡아들일 계획을 세운다. 팽 이전에 독립군을 잡아 일본인에게 넘겼던 아버지를 둔 한국인 용철은 아버지가 죽은 후 구걸하며 살아간다. 그런 그를 유일하게 챙겨줬던 영란이 사라지자 용철은 영란을 찾아헤매고 독립군이 그녀를 숨겨주고 있음을 알게 된다. 독립군은 영철에게 몰래 잠입해 박철호를 빼내줄 것을 요청하지만 그는 거절한다. 하지만 오빠를 구하고 자신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가자는 영란의 권유에 용철은 박철호를 구하기로 결심한다. 

    <죽엄의 다리>는 유일하게 조금 부족해 보이는 한용철을 그린 영화이다. 구걸을 일삼던 용철이 각성해 적을 무찌를 때의 쾌감이 크다. 또 한용철은 친일행적을 일삼은 아버지를 둔 사람이었고, 독립군의 요청마저 거절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즉, 민족의 독립을 위해 희생하는 인물이기보다, 힘든 자신을 품어준 영란의 요청과 아버지를 죽인 자에 대한 복수의 감정을 지닌 인물이다. 그렇기에 용철은 갖은 고문을 당하고 광복이 찾아왔지만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죽는지도 모르겠다. 
  • 03. 돌아온 외다리 이두용, 1974
    한때 중국 하얼빈 암흑가를 평정했던 호랑이 용철은 그때와 다르게 술로 삶을 허비하고 있다. 그런 그를 찾아온 3인조는 종이 호랑이가 된 용철을 죽이려하지만, 의문의 사내인 김승과 주희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다. 그를 구해준 김승은 한때 용철과 혼인을 약속했던 향숙이 야마모도의 부인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해준다. 용철이 호랑이었던 시절 향숙과 사랑에 빠져 결혼을 약속했었다. 향숙의 오빠는 그가 왕해림의 손에서 빠져나오면 혼인을 허락하겠다고 말한다. 용철은 자신을 아들로 대해줬던 왕해림을 떠나기 위해 그가 지시한 마지막 범행을 저지르던 중 향숙의 오빠를 죽게 만든다. 용철은 죄책감에 향숙을 떠나 폐인이 된 것이었다. 야마모도는 향숙의 오빠를 칼로 찔러 죽게 만든 자였고 왕해림의 부하였었다. 하지만 야마모도는 왕해림을 죽이고 향숙을 처로 맞이하기 위해 용철을 죽이려했다. 이를 알게 된 용철은 복수를 다짐하며 야마모도의 집으로 향한다.

    <돌아온 외다리>에서 가장 큰 의문점은 용철이 외다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후반부에 용철의 다리를 공격하는 장면이 있지만 다음 씬에서 용철은 멀쩡히 두 다리로 싸운다.(속편인 <속 돌아온 외다리>에서는 용철이 실제 다리를 다쳐 무쇠다리로 싸우는 것을 볼 수 있다.) 어쩌면 이 영화의 외다리는 용철이 야마모도를 혼내기 위해 적을 물리치며 뚜벅뚜벅 건너간 철교가 아닐까? 그럴리 없지만. 그렇게 야마모도에게 복수하기 위해 건너가는 철교 씬은 정말 인상적이다. 뒤로 물러서지 않고 전진하며 내지르는 발차기는 호쾌하다. 또 이전까지 무술 감독 혹은 지도였던 권영문이 김승으로 출연한다. 마지막으로 야마모도 역을 한 배수천 배우의 악역은 이전까지 영화에서 보였던 모습 중 단연 최고이다. 특히 왕해림을 죽이고 훈도시만 걸친채 환호하는 장면은 꼭 보길 바란다.
    <돌아온 외다리>는 <애꾸눈 박>(1970, 임권택)의 내러티브를 그대로 가져왔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에선 박노식이 용철의 역할을 맡고 있으며 맨주먹 싸움보다 총싸움이 두드러지는 등 약간의 차이는 존재한다. 1970년대 액션스타였던 박노식과 한용철이 한 역할을 서로 다르게 연기한 지점도 흥미롭다.
  • 04. 분노의 왼발 이두용, 1974
    한용철과 독립군은 빼돌린 군자금을 운반하던 일본군 차량을 급습해 탈취하는데 성공하지만, 독립군 한 명이 붙잡히고 만다. 붙잡힌 사내는 감옥에 있는 동료들과 탈옥에 성공하고 독립군에 합류한다. 독립군은 탈취한 군자금을 안전하게 지키고자 장소가 표시된 지도를 반으로 잘라 보관하였다. 군자금을 운반하기 위해 지도를 가져오던 중 반쪽을 지닌 자가 죽고 남은 지도 반 쪽을 회수하려 하지만 이미 일본군 요시무라의 부하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전투가 벌어지고 혼란스러운 틈을 타 의문의 사내가 남은 지도 반쪽을 가지고 달아난다. 지도 확보에 실패한 용철은 집으로 급히 돌아오지만 스파이였던 탈옥범들이 독립군을 죽이고 용철의 연인을 납치해 갔다. 용철은 연인을 구하기 위해 쳐들어가지만 도리어 붙잡혀 죽을 위기에 처하고 만다. 그때, 의문의 사내가 일본군 요시무라를 납치해 포로교환을 제안하고 용철과 연인은 요시무라와 무사히 교환된다. 의문은 사내는 용철과 일본군에 앞서 군자금을 차지하기 위해 길을 나서고 용철 또한 그를 따라가는데.

    <분노의 왼발>에선 권영문의 역할이 더 커진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괴도 복장을 한 권영문이 영화의 초반부터 등장하고 극의 중요한 순간마다 긴장감을 불어넣어준다. 또 일정부분 극을 이끌어가는 역할까지 수행한다. <분노의 왼발>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마지막 격투 시퀀스인데, 10분 넘게 한용철과 권영문이 다수의 일본군을 상대로 전투를 벌인다. 또 <죽엄의 다리>에서처럼 한용철은 예전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동료를 배반했던 과거를 가지고 있어서인지 몰라도 마지막 금을 차지하기 전 일본군의 총에 맞아 죽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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