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치산: 옛날 옛적 지리산에서

2019-01-01 ~ 2019-02-28

[2018년 ‘제10회 도전! 나도 프로그래머’ 공모전 대상 수상작] 

빨치산은 본래 프랑스어의 partisan에서 나온 말로, 당원 혹은 동지를 뜻하는 단어였으나 러시아로 수입되어 러시아어 Партизан이 되고, 이때 러시아 발음 빠르찌잔이 한반도에 들어와 빨치산이 되었다. 대한민국에서 흔히 빨치산이라고 하면 조선인민유격대를 뜻한다. 빨치산의 역사를 정리하기는 쉽지 않으나, 쉽게 정리하자면 한국전쟁 전후 시기 태백산맥에 속하는 산들에 터를 잡은 남로당 계열의 게릴라들이다. 이들은 토벌대에 의해 대부분 생포되거나 사살되었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큰 상흔 중 하나이면서도 정작 영화계에서는 자주 다뤄지지 않았던 빨치산. 이번 기획전은 이 빨치산을 통해 근현대사의 비극을 마주하는 기회를 가져보고자 기획되었다.

기획전에서 다루고자 하는 작품은 KMDb VOD에 소장되어 있는 작품 중 5편이다. 사실상 빨치산을 다룬 한국영화는 이 작품들이 전부라고 해도 좋을 정도여서 마침 소개하고자 하는 모든 작품이 KMDb VOD에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기획전에서 선보이는 작품은 년도나 가나다 순이 아닌 영화의 내적 흐름을 기준으로 순서를 선정하였다. 

영화들은 빨치산 영화의 시초라 할 수 있는 피아골을 필두로, 빨치산을 주 소재로 하고 역사의 재현을 연출의 골자로 한 남부군과 태백산맥 그리고 빨치산 이후를 다루는 최후의 증인과 짝코 순으로 배치되었다. 남부군과 태백산맥의 경우 그 순서를 서로 바꿀 수 있고, 이는 최후의 증인과 짝코 또한 마찬가지이다. 피아골 - (남부군, 태백산맥) - (최후의 증인, 짝코) 순으로 영화를 따라가면서, 머리 속에서 잘 몰랐던 빨치산에 대해 일종의 가상의 연대기가 작성될 수만 있다면 기획자로서 더한 기쁨이 없을 것이다(괄호 속 작품들은 서로 위치를 바꿀 수 있으나 괄호 그 자체의 순서는 바꾸지 않는다).

BY 허진혁(대상 수상자)


상영작품
  • 01. 피아골 이강천, 1955
    피아골이 첫 상영작으로 선정되는 것은 이견이 없을 것이다. 모든 등장인물이 빨치산들로만 구성된 이 작품은 빨치산들을 인간적으로 그렸다는 이유로 개봉 당시 검열의 희생양이 되었으며 개봉 당시만해도 실제로 잔존 빨치산 세력이 남아있었던 1950년대의 영화이다. 이 작품은 이후 빨치산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그리는데 일종의 규범이 되었다.
  • 02. 남부군 정지영, 1990
    빨치산을 소재로 한 영화들 중에서 제일 널리 알려진 작품이 바로 남부군일 것이다. 원작자 이태의 동명의 수기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빨치산 활동을 상당히 꼼꼼하게 재현해내는데 성공하면서, 빨치산도 사랑과 눈물, 좌절을 지닌 우리와 같은 인간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피아골 이후로 30여 년이 지나 만들어진 이 작품은 그 세월이 지나는 동안 빨치산을 대하는 문화계의 시선이 어떻게 변했는지 보여준다.
  • 03. 태백산맥 임권택, 1994
    조정래의 동명의 대하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태백산맥은 영화도 2시간 30분이 넘어가는 대작 영화이다. 여순사건부터 6.25에 이르는 시기까지를 다루면서 벌교 지방에서 일어났었던 비극적인 사건들을 순차적으로 보여준다. 영화는 어떻게 사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이들이 빨치산이 되어갔는지를 보여주면서 빨치산이 등장하는 배경을 보여준다.
  • 04. 최후의 증인 이두용, 1980
    최후의 증인은 빨치산 활동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인생이 어떻게 조각나고 부서져 갔는지를 범죄 수사물의 형태로 따라간다. 김성종의 동명의 추리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살인사건을 수사하던 형사가 근현대사의 비극이 만들어낸 어둠과 맞딱트리게 된다. 당시 검열에 의해 영화도 조각나고 부서지고 말았는데, 2002년에 완전판이 복원되기까지 22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 05. 짝코 임권택, 1980
    빨치산 공비대장 출신 짝코와 이를 평생 동안 쫓은 토벌대장 출신 송기열 두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추적극이다. 이미 망가져버린 두 주인공의 현재의 모습과 교차하여 과거를 계속해서 플래시백으로 이어나가 보여주며 둘의 관계가 보이는 것만큼 단순한 게 아니며, 둘의 삶이 부서져 나간 근원에 비극적인 민족의 역사가 있음을 슬픈 표정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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